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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초향 Mar 17. 2023

시누이 선물

쑥떡잔치

지하철로 출근하는 시간에 본 인간은 정말 많다.

인구가 줄고 있다는데 왜 그리 지하철 안에는 가득 차는지.

특히나 내가 내리는 곳에는 두 개의 대학교가 같이 있어

젊은 학생들이 많다. 힘센 남학생들이 쭉 밀고 들어오면

속에 숨겨져 있던 여학생들은 숨도 못 쉬고 밀린다.     


나 같은 지공남이나 지공녀들은 출근시간 많지 않아

난 거의 노약자석에 앉아 오는 때가 많다.

언제부터인가 자연스럽게 노약자석에 가서 앉는다

젊은이들의 힘에 밀리지도 않고 비교적

편안하게 앉아 올 수 있다.    

 

그리고 차분히 앉아 브런치도 하고 블로그도 한다.

친구가 운영하는 오픈채팅방이 있는데 도움 될 만한 것을

올려달라 한다.

그래서 제일 먼저 생태와 환경 관련된 뉴스거리를 찾아 올린다.

못 찾으면 내 블로그에 있는 꽃 사진을 올린다.

         


그러다 8시 반이 되면 반가운 채팅방이 알림을 한다.

우리 손녀딸 유치원 등원 사진과 동영상이 올라온다.

그 시간이면 동시에 카톡방 앞 숫자가 하나씩 지워지며

식구들의 댓글이 달리기 시작한다.

손녀딸 응원하며 가족 모두 하루가 시작된다.    

 

전 같았으면 조용히 앉아서 기도하며

차분히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을 텐데

요즘은 하루를 차분하게 시작할 시간을

놓쳐버리는 것이 아쉽게 되었다.     

지하철 타고나서의 시간은

내가 일어나 출근할 때까지의 시간만큼 바쁘다.

         



오늘 아침은 유난히 아침 출근길 가방이 두툼하다

어제저녁 제사를 지냈다.

시누이가 해온 떡이 가방 가득 들어있다.

친구들이 두 명이나 떡을 가지러 우리 사무실로 오겠다고 하고

우리 직원들 나눠 줄 떡까지 들고 가다 보니 에코백이 끊어질 것 같다.

꼭 산타할아버지 같다고 웃으면서 아침 집에서 들고 나왔다.


지하철 입구까지 남편이 차로 태워다 줬다

손님들이 집에 계시니 거기까지 데려다주는 것도 감사할 일이다.     

몇 날 며칠을 준비해서 어제저녁 제사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종손도 아닌데 어쩌다 보니 우리 집에서 윗대 제사까지 합쳐 합 제사로 지내고 있다


준비는 혼자 할 수밖에 없는 사정인데 저녁에 오는 식구들은 많다.

우리 집 아이들까지 다 모이니 10명이 훌쩍 넘는다.

시동생과 시누이네는 지방에서 올라와서 자고 가신다.

허리가 거의 굽으셨는데도 찾아오시는 것만도 고마울 지경이다.


제사가 되면 음식 마련하고 청소하고 이부자리 정리해 두는 것도 큰 일이다.

즐겁게 생각하고 하니 그리 어렵지는 않다.

딸은 가면서 자기네 시아버지와 시누이 준다고 떡과 고기를 잔뜩 싸간다.

오늘 수지맞았다고 한다.    

 


코로나 전에 제사 때 오신 시누이가 쑥절편을 한 상자 해오셨다.

정말 많이 해오셔 냉동실에 두고 먹었다.

요즘 시골에도 논두렁 같은 곳도 다 농약을 하기 때문에

쑥을 시중에서 사 먹으면 안 된다고 하신다.

시누이네는 일부러 쑥을 재배해서 사용한다고 하신다.     


친구들과 산에 놀러 갈 때 그 쑥떡을 꺼내

가지고 갔는데 그날 산에서 난리가 났다.

시누이께 당장 전화하라고 해서 산에서 전화했다.

“형님, 형님이 해주신 떡을 지금 산에 가져왔는데

친구들이 난리예요. 떡 더 달라고요” 하고 전화했더니

웃으며 지금은 쑥이 없어 못하니 다음에 쑥을

많이 캐서 해주겠다고 하셨다.



철딱서니 없는 친구들이 그 뒤로도 계속 물어본다.

너네 시누이 언제 떡해 오냐고.          

그렇게 올해 쑥떡과 콩떡을 두 상자 해오셨다.

내가 퇴근해서 집에 가니 먼저 오셔 계셨다.

난 며칠 전부터 준비하여 완벽하게 준비를 마치고

밥과 국만 끓이면 되도록 해두고 출근했다.



제사를 지내기도 전에 우리 아파트에 같이 사는 친구에게

전화해 떡 가져가라고 했더니 재미있다고 깔깔거리며 왔다.

산에서 떡 달랬던 친구에게 우리 집 떡이 왔다고 전화했다.

낼 사무실로 가지러 오겠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 아침 가방이 들지도 못하게 무거웠다.     

노약자석에 앉아 브런치를 보다가 혹시

두고 내릴까 봐 발밑에 꼭 붙여 두고 앉아 있었다.

내 꼴이 이게 뭐냐.........   

  

점심시간에 친구 두 명이 와서 떠들고 점심 먹고

떡도 가져갔다. 올해는 쑥떡에 콩떡까지 두배로 가져가면서

‘너네 시누이 뭐 사드려야겠다’고 한다.     


그렇게 제사도 지내고 기다리던 떡도 나눠먹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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