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생일 선물
아이의 시선
by
배초향
Mar 10. 2023
아래로
생명이 있는 것 모두는
태어나서 죽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공통점이 아닐까 싶다.
태어나는 것은 환희이다.
오로지 나를 위해 존재하는 날이니까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생일이라고 케이크 가운데 놓고
촛불 밝히고 노래 부르며 선물을 받는다.
주인공은 커가며 하나둘씩 늘어나는 촛불의 개수만큼
입김도 세져 한 번에 촛불을 날려버린다.
일 년에 식구 숫자만큼 촛불을 불고 노래를 하지만
언제나 아이들은 두 눈을 반짝거리며 촛불 앞에 모인다.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니면서부터
우리 집에서도 엄마, 아빠 생일이 돌아오면
아이들은 한 달 전부터 쑥덕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남매 둘이 의논하며 선물을 준비한다.
어른들은 모른 척 두고 본다.
아들이 7살, 딸아이가 6살이던 가을 아빠생일이 돌아왔다.
어둑하던 촛불이 꺼지고 전구가 빛나기 시작하면
선물이 증정된다.
아들, 딸이 힘을 모아 준비한 아빠 생일선물을 전달할 타임이다.
기상천외한 선물을 하곤 했기에 궁금증을 만면에 띄우며
개봉박두.
하하하하하~~~
우린 박장대소를 하고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냐고
기특해했던 기억이 난다.
포장지 안에는 둘이 쓴 편지와 담배, 라이터가 들어있었다.
그땐 그랬다
남편이 항상 집에서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출근하면서도 마지막 챙기는 것이 담배와 라이터였다.
아이 눈에 아빠가 가장 좋아하고 필요하게 보이는 것이 담배와 라이터였을 것이다.
요즘 들으면 웬 미개인이냐고 하겠지만
그 뒤로도 남편은 집안에서 담배를 한참 동안 피웠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딸아이가 딸을 낳았다.
손녀가 6살이 되니 제법 선물을 골라 포장에 열심이다
작년 내 생일에는 할머니 초대받아서 왔다며
예쁜 드레스를 입고 나타났다.
그리고 한쪽 손을 계속 움켜지고 있다.
밥 먹으면서는 보물 지갑 속에 넣어두더니
케이크가 앞에 놓이고, 생일축하송이 불러지자 부산을 떤다.
손에 든 뭔가를 할머니 눈에 띄지 않게 하려고 한다.
짠~~ 하고 꺼내 예쁜 포장을 한 선물을 내민다.
그리고 꺼내 할머니 머리에 예쁜 꽃핀을 꽂아준다.
그래서 지금도 저녁이면 가끔 머리에 꽃핀을 꽂아본다
감동이 사라지기도 전에 할아버지의 생일이 또 되었다.
딸네 집에서 생일잔치를 했는데
선물이라며 쇼핑백을 건넨다.
안에 꼬깃꼬깃 포장을 한 선물과 함께.
그리고 꺼내 할아버지 머리에 갈색 모자를 씌워준다.
산에 가실 때 쓰시라고 하면서.
딸 말로는 몇 날 며칠을 다이소에 다니며 눈여겨보더니
모자를 샀다고 한다. 3천 원을 줬다고 한다.
집 옆에 다이소가 있다. 그래서 자주 들락거린다.
아이가 할아버지 선물을 찾으며 이 생각 저 생각했을 것을 생각하니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그리고 얼마 후 우리 집에 오더니
‘할아버지, 내가 사준 모자 산에 갈 때 잘 쓰고 다니냐?’고 확인한다.
낼이 자기네 할아버지 생일이라고 한다.
며칠 전부터 할아버지 생일이라고 떠드는 것을 들었다.
오늘 아침 딸애가 하는 말.
드디어 할아버지 선물을 준비했다고 한다.
방에서 혼자 꼼지락 거리더니 들고 나왔다 한다.
포장지 안에는 ‘공책과 볼펜 두 자루‘라고 한다.
산에 가실 때 쓰시라고 준비했다고 한다.
손녀는 외출할 때 꼭 수첩과 볼펜을 들고 다닌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가면서 이것저것 그리기도 하고
그릴 게 없거나 바쁠 때는 그냥 온다.
특히나 옆 산에 산책할 때는 수첩이 필수품이다.
아이의 눈높이가 정말 어른과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할아버지가 선물을 풀어보고 뭐라고 하실지 궁금하다.
keyword
생일선물
할아버지
아이
58
댓글
25
댓글
25
댓글 더보기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배초향
직업
출간작가
사계절 꽃 따라가기
저자
숲해설가로 자연과 함께 생활하고 쏴댕기기도 좋아합니다. 문학고을에서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함 평일에는 회사다닙니다. 2022년 '사계절꽃따라가기'출간
팔로워
203
제안하기
팔로우
작가의 이전글
열어젖힌 커튼사이로
시누이 선물
작가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