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초향 May 18. 2023

어떻게 사는게 잘 사는 길일까?

생각이 안 난다....


5월 하늘은 맑고 곱다

하늘만 아름다운 게 아니다. 덕분에 행사도 많고 축제도 많다. 그래서 매일 나도 들뜬 기분으로 5월을 보내나 보다. 오늘은 대학교 앞을 지나오는데 그냥 지나가는 사람까지 즐거워지는 것 같다. 200 데시벨 정도의 마이크에서는 흥겨운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젊은 학생들의 생기가 나한테까지 전달되는 듯했다. 그렇게 소음이 나는데도 누구 하나 불평하는 사람이 없다. 같이 즐거운 것이다. 내가 아직까지 들뜬 기분으로 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할 일인 것 같다.  


    


이 즐거운 날들이 나한테도 얼마나 남아있을까 생각이 든다. 아파서 고생하고 있는 얘기들이 들리는 나이 임에는 틀림없다.            

언젠가 한 친구가 전화해서

‘나 오늘 어디 갔더니 제일 친한 친구 쓰라고 해서 너 이름 써내고 왔다. 너한테 안 물어봤는데 괜찮지?’ 그래서 웃었던 친구가 있다.

그 친구가 안쓰러워 오늘은 영양제를 보냈다. 먹어보니 효과가 좋은 것 같은 독일 멀티비타민이다. 직구로 구입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려 올리브영에 가서 샀다. 간호하는데 힘내라고 했다. 뭔가를 해줘야 하는데 뭐를 해줘야 할지를 모르겠다. 나오라고 하기도 민망하여 그냥 택배로 보냈다.    



친구는 남편과의 나이가 9살 차이가 난다. 우리가 보통 3,4살 차이가 났는데 조금 차이가 많아 걱정했지만 지금까지 행복하게 잘 살고 있었다. 아들, 딸 잘 키워 다들 부러워하는 친구다. 며느리, 사위까지 다 박사 배우자 얻어 잘 살고 있으니 부러울 것 없는 친구다. 하느님은 복을 한 사람에게 다 안 주신다고 하더니 그러나 보다.     


그런데 친구 남편이 3,4년 전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는데 그리 심하지 않다고 하여 항암치료를 안 받았다. 그 정도는 이겨낼 수 있으리 생각했다. 우리 집 남편도 그 보다 조금 앞에 항암치료받고 부작용 없이 잘 지내고 있던 때였다. 우리 남편이 조언을 몇 차례 했는데도 항암치료 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2번 하고 포기했다. 머리가 빠지고 힘이 든다는 이유였다.  의사 며느리가 아무리 사정해도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고 고집을 피운 지 3년 정도 지났나 보다.


그런데 작년 말 병원에 갔더니 급속도로 전이가 다 진행되어 항암 치료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한다. 힘든 항암치료 하면서 고통스러운 것보다는 편히 살다가 가겠다고 고집을 피웠다. 그게 3개월 전이었다. 4명이 만나 밥 먹으며 웃고 농담하고 그랬다. 병실에서 죽느니 돌아다니다 7~8년 살 때까지 살겠다고 했다. 8십이 되면 아쉽지만 괜찮지 않냐고 했다.  

   

나도 바삐 살다 보니 잠시 잊고 있다 엊그제 저녁밥 먹고 전화를 했다.

어떠냐고 물었다.

금방 울먹이는 목소리였다. 무섭다고 한다. 그렇게 빨리 진행될 줄 몰랐다고 한다. 며느리가 시어머니 앞에서  ‘제가 의사면 뭐 하냐고’ 울더라고 한다. 좋다는 한방으로 다 다녀보지만 점점 더 아파진다고 한다. 5시간을 쉬지도 않고 운전해서 지방에 좋다는 곳도 다 다녀왔다 한다. 키도 아주 작고 마른 친구이다. 정말 초인적인 힘이 생기는 것 같다고 한다. 살려야겠다고 생각하니 5시간 운전해도 거뜬했다고 한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힘내라는 말밖에 달리 없었다.

인제 와서 시간을 돌릴 수도 없고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었다.     

결혼 전부터 4명이 친하게 지냈던 사이었다. 난 남편과 한숨을 쉬며 얘기했다. 그 양반이 워낙 고집이 있고 본인의 의사가 확고해서 누구의 의견을 잘 안 들어서 그랬다고 안타까워 만했다. 처음에 항암치료받았으면 됐을 건데 그냥 이겨낸다고 암을 우습게 본 게 탈이었지 않나 생각됐다. 이제 와서 그런 생각한들 뭐 할 건가.     

내가 젊어서 아플 때 근심 걱정을 가장 많이 해주던 친구 남편이었다. 내가 운동 안 한다고 골프장에 끌고 다니며 강제로 운동시키기도 하고, 편히 쉬지도 못하고 직장에 다닌다고 안쓰러워해주곤 했는데 벌써 병석에 누워 전화조차 받기 귀찮아한다고 하니 마음이 착잡해진다.  


오늘따라 장사익 선생님의 찔레꽃을 들으라고 카톡을 보내왔다.

슬픈 찔레꽃이다.

어떻게 살아가야 잘 사는 길인지 오늘은 생각이 더 깊어진다


   다른 일에 집중하다 보니 작가님들의 글도 읽지를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좀 정신을 차리고 브런치에 열중해 보렵니다.     

작가의 이전글 오랜친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