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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초향 Jul 19. 2023

딸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어요

오동나무



긴 장마가 끝나고 하늘도 미안한지 파란 하늘을 자랑한다. 둥둥 떠다니는 흰구름은 뭐가 그리 신바람이 났는지 예쁜 그림을 그리며 내려다보고 있다. 습기 찬 구석구석까지 햇살이 뻗어 바짝 말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다.  

        


매번 같은 길을 오가면서도 절대 눈에 보이지 않은 것이 있고, 어떤 것은 한 번가도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매번 다니는 병원을 오늘 갔는데 이런 커다란 오동나무가 갑자기 눈에 띈다. 너무 의아하여 다시 쳐다봤지만 오동나무가 맞았다. 세상에나 이토록 클 때까지 눈에 안 띄다니. 유난히 잎이 크고 키가 커다랗게 자라기 때문에 보통 넉넉한 공간에서 자라고 있다. 햇살 덕분에 내 눈도 크게 뜨였는지 모르겠다.     



오월  보라색의 오동나무 꽃이다.




시원시원해서 오동나무가 좋다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를 집 뒤 굴뚝 옆에 심고, 아들을 낳으면 대문 입구에 회화나무를 심는다.>고 한다. 옛 가부장적인 시절의 딸과 아들의 출생부터 나무까지 달리 심는 이유를 알고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가수 최헌 씨가 허스키한 저음으로 부르는 ‘오동잎’이라는 가요 덕분인지 오동잎은 쓸쓸한 가을과 함께 우리 곁에 있다. 넓게 드리운 오동잎 아래 그늘이 진 여름도 그런대로 좋다. 워낙 속성수로 자라다 보니 어린 오동나무도 한 마디가 엄청 커서 눈에 금방 띈다. 우리나라 원산인데 외국 나무처럼 쭉쭉 뻗어 올라가는 모습이 거침없고 시원시원하다.  

    

봄이 되면 달걀 모양의 5 각형 커다란 잎이 털에 쌓여 마주나고 종모양의 꽃이 5갈래로 갈라져 가지 끝에 원추꽃차례 모양으로 핀다. 털이 꽃의 안과 겉면에 가득 나 있고 향기가 진하게 난다. 5개로 갈라진 갈색의 꽃받침도 털로 쌓여있는데 보라색 꽃잎은 아련한 그리움을 준다. 보라공주들이 줄줄이 매달려 놀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다.     


 


열매는 늦여름부터 끝이 뾰쪽한 달걀모양으로 익는다. 작은 둥근 달걀모양의 삭과가 갈색으로 달리는데 익으면 두 개로 쪼개져 그 안에 2,3천 개의 엄청난 씨앗이 나비 같은 모양의 막에 쌓여 들어있다 벌어지며 바람에 날려간다. 많은 씨앗에 비해 번식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은 씨앗이 작아 떨어져서 정착을 못하고 날아다니다가 사라지나 싶다.     

 

 옛날에 우리나라에서는 결혼 적령기가 15,6세이기 때문에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었다. 15~20년 정도 되는 오동나무는 가장 좋은 목재가 되기 때문에 오동나무로 가구를 만들어 딸을 시집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동나무를 자르면 가운데에 구멍이 나있다. 속이 비어있기 때문에 가볍고 가구를 만들기에는 치밀하고 결이 아름다운 좋은 재료이다. 또 갈라지거나 뒤틀리지 않고 단단하여 피아노 건반을 만드는 재료로 많이 사용된다. 오동나무와 밤나무로 울림통을 만들고, 명주실로 줄을 만든 가야금이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고 한다.       



오동잎의 뒷면에는 털로 쌓여 있는데 여기서 점액이 많이 나온다. 옛날 시골에서 온돌을 사용할 때는 집 뒤쪽에 굴뚝을 만들어 연기가 이곳을 통하여 밖으로 유출되도록 했다. 그리고 굴뚝 옆에 오동나무를 심었다. 오동잎 뒷면의 털로 굴뚝에서 나오는 아황산가스를 흡수해 집안의 공기를 맑게 해주는 대기정화장치 역할을 했다. 잎 뒷면의 털에 벌레가 붙으면 죽게 되어 인근 수목들 까지 방제가 되어서 많이 식재했다. 그리고 커다란 잎을 따서 화장실에 두면 벌레를 퇴치할 수도 있어 여러 용도로 사용하였다.     




양수식물이기 때문에 넓은 공원의 조경수로 많이 심어지는데 너무 속성수이다 보니 많은 양분이 필요하고 잎이 몹시 커서 다른 나무들에게는 좋은 친구가 되지 못한다. 모두에게 좋은 친구가 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오동나무는 좋은 나무이다.  

   

한 겨울에도 살짝 흰눈을 걸친 모습이 아름답다

#오동나무 #오동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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