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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초향 Jul 25. 2023

대통령이 식재한 청와대 나무들

박상진교수 강의를 듣고


우리는 역사적으로 조상들이 만들어둔 유적이나 유물을 보고 그 당시 찬란했던 문화에 긍지를 갖고 후손들은 그것을 자랑하곤 한다. 우리도 경복궁이나 덕수궁을 보면서 자긍심을 가지고 지금도 잘 지켜내려고 애쓴다. 아마도 그 당시에는 세금을 착취하고 인력을 차출하여 백성들을 힘들게 했음은 자명한 노릇이다.     



몇 년 전 청와대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단체로 구경을 간 것이다. 청와대가 너무 좁고 건축물도 그다지 화려하거나 웅장하지도 않아 조금은 초라한 느낌이 들었다. 이건 유럽 같은 곳에서 화려한 궁전을 너무 봐서 그런 영향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난 그래도 후손에게 물러 줄 만한 근사한 집이었으면 했다. 내 말에 동의하지 않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런 초라한 청와대가 주인까지 비어버렸고 이젠 빈 곳이 되어 명목상 국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7월 초 토요일 청와대 개방 1주년을 맞아 대통령 기념식수에 대한 박상진 교수님의 특별해설이 있다고 공지에 떴다. 꼭 한번 강의를 듣고 싶었기 때문에 바로 신청했다. 숲에 관계된 공부하는 사람들은 대다수가 박상진 교수님의 저서를 안 읽어본 사람이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궁궐나무에 대한 전문가답게 청와대 나무에 대한 전체적이 수목을 정리하고 계시다고 한다. 교수님은 두 번의 특별 강의를 하셨지만 매일 일반 방문객을 상대로 해설가가 강의는 진행하고 있다.     

인제 더 이상 대통령이 들어와 기념식수 할 일은 없을 듯하니(혹 정권이 바꿔 달라 질 수도 있겠다) 전임 대통령들이 기념 식수한 수목을 살펴보는 일도 흥미로웠다. 기념식수는 32건으로 35그루가 식재되어 있다고 한다.      



해설이 춘추관에서부터 출발하여 영빈관으로 옮겨갔는데 그 순서대로 기록한다.


최규하 대통령이 심었다는 ‘독일가문비’ 나무는  아래로 가지가 쳐지는 나무이다. 그래서 그분은 자신의 운명을 아는 것처럼 그 나무를 심고 7개월 만에 물러나셨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완도에서 가져와 동백나무를 심었고 모감주나무를 좋아하셨다고 한다. 동백나무는 원래 따뜻한 곳에 사는 나무인데 다행스럽게 동백나무는 잘 자라고 있었다. 전두환 대통령은 백송을 심었다. 백송은 원래 자라면서 껍질이 벗겨져 하얗게 되는 게 특징이다. 전두환 대통령이 돌아가신 해부터 껍질이 벗겨지기 시작했다 한다.       



청와대 내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백악교에 이승만 대통령이 심었다는 전나무가 쭉 뻗어있었다. 표시판이 없고 구체적인 기록이 없어 못 찾고 있었는데 과거 대통령이 식재하던 사진 속의 배경을 보고 찾아냈다고 하셨다. 그 당시 식목을 장려할 때라서 재목으로 활용도가 높은 전나무를 심었을 거라 한다.     

관저 앞에 소나무 세 그루가 있었다. 원래 노태우대통령이 세 그루를 심었는데 한 그루가 죽고 없어 걱정했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들은 노무현대통령이 비슷한 크기의 소나무를 그 자리에 심으셨다고 한다. 노무현대통령의 통 큰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이 심으신 모감주나무는 육영수여사 묘소에 심고 돌아오면서 똑같은 나무를 사 오셔 심으셨다고 한다.      




보통 산딸나무를 기독교인들이 좋아한다. 꽃이 하늘을 향해 피면 십자가의 모습 같은데 예수님의 십자가 나무가 유럽에서는 산딸나무라고 믿는다. 그래서인지 김영삼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은 산딸나무를 심으시고, 쌀밥이 가득 담긴 나무 같다는 이팝나무는 박근혜 대통령이 심으셨다. 가난을 극복하게 한 아버지에 대한 애정 일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청와대에서 740년 된 주목이 자라고 있었다. 가장 오래된 나무인데 수세도 너무 왕성한 것이 관리가 잘 된 듯하다. 서울에서 쉽게 자라지 못하는 구상나무는 노태우 대통령이 심었는데 골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있는 장소라서 잘 자라고 있었다.     



영빈관 한쪽에 박정희대통령이 심은 가이즈까향나무가 있었는데 일본나무라는 비판이 있지만 그 당시에 가장 흔하게 심던 나무를 심은듯하다고 하셨다. 영빈관 입구에는 김대중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기념하여 정문에 무궁화를 심었는데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한창 꽃을 피우고 있었다.      

     




우리나라 궁궐에 빠지지 않고 있는 나무가 있다. 학자수라고 불리는 회화나무와 선비의 기품을 느끼게 해주는 매화나무이다. 그런데 청와대에서 그 두 나무가 한그루도 없다고 한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양반들이 심어 가꾸던 화화나무나 매화나무를 심으면 좋은 이미지로 비치지 않을게 뻔하기 때문에 가장 흔하고 평범한 나무를 심을 수밖에 없었을 거라 한다.



주인들은 떠나고 없지만 인제 그들이 식재한 나무들만이 긴 세월을 지켜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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