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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초향 Aug 17. 2023

복권을 샀다

두꺼비의 화려한 외출

20년 동안 좁은 우리 안에 갇혀있던 암사자가 탈출해서 20분 동안  외출하고 총에 맞아 쓰러졌다는 뉴스를 접했다. 나무 그늘에 앉아 쉬고 있던  암사자는 그 당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난 그 생각이 머리에 계속 맴돌며 안쓰러워 눈물이 날지경이었다. 이렇게 좋은 세상이 있던걸 이제야 알아 아쉽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다시 잡혀 들어가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을 것 같다.


비가 오고 나면 각종 양서류, 파충류 등 땅속과 물속에 있던 아이들도 거리에 산책 나온다. 뜨거운 아스팔트 위를 기어 나오다가 말라죽고 마는 지렁이들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개구리도 나오고 도마뱀도 나오고 두꺼비도 나온다.  다들 자신의 보금자리로 잘 찾아들어가길 바란다. 어쩌다 사람들에 걸려 생을 마감하는일이 없길바란다. 잠시 멈칫하던 개미들의 특유한 부지런함도 비가 그치면 바로 일터로 나오기 시작한다. 모두가 자신의 생존터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도로에서 찍은것 들이다  로드킬 당하지 않고 잘 살아가길 바란다


긴꼬리를 달고 기어가는 도마뱀


며칠 쏟아지던 비 오던 날 공원 오솔길을 걷다가 뒤로 넘어질 뻔했다. 커다란 물체가 내 발 앞으로 쑥 지나가는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세상에서 제일 커다란 두꺼비가 걸어가고 있다. 그 모습은 기어가는 것이 아니다. 개구리가 뛰어가는 것은 봤지만 두꺼비가 걸어가는 것은 처음 본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근접하기 어렵고  무섭던지 멀찍이 카메라만 들이대고 찍었다. 힘든지 3걸음 옮기고 쉬었다가 또 가곤 한다



꿈속에서 두꺼비를 보거나 품에 안으면 복이 들어온다고 하는데 나는 그냥 맑은 정신으로 대낮에 봤으니 어쩌란 말인가? 숲 속으로 들어가는 두꺼비에게 말을 걸어본다.


" 껍아 두껍아 헌집 줄께 새집다오"


' 듣는 척도 안 하고 그냥 들어간다.


 며칠 전 커다란 조개를  수없이 주워담는 꿈을 꿨고  두꺼비도 봤으니  좋은 일이 생기려나  혼자  중얼거려본다.


그러다 돌아오는 길에  복권방이 보인다. 이게 내 눈에 띄다니 이거야말로 대박이다. 부푼 꿈을 안고 처음으로 복권방에 들어가 봤는데 정말 여러 종류의 복권이 있다는것 처음 알았다  보통 로또를  오천으로 산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오천원짜리로 주세요"


"어떤걸로 드릴까요?"


"아무거나주세요"

.

.

.


ㅋㅋ

결국에는 꽝이었다


프로이드가 꿈이란 뭐라 했지?



꿈의 해석을 잘못했나싶었다

개꿈이었나 보다.

한여름 밤의 꿈이었나 보다


두꺼비는 뭐하러 내 앞을 걸어가 가지고

5천원 세금만 냈다


복권이 아닌 다른것 일 지도 몰라.

아직 미련을 남겨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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