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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초향 Aug 21. 2023

닭의 오줌 냄새가 난다는 꽃입니다.

계요등

요즘은 배롱나무가 혼자서 우리들의 여름을 책임지고 있는 것 같다. 무궁화도 거의 떨어지고 능소화도 간혹 한두 개 마지막 혼을 사르는  몇 개 만을 달고 있다.  그래서 이때쯤이 가장 꽃이 귀한 시기가 아닐까 싶다. 땅바닥에는 작은 꽃들이 깔려있지만 무더운 여름을 나기에는 힘겨워 보인다. 그늘에 맥문동이  줄기를 쭉 내고 보라색 꽃들을 달고 서있다. 아주 낭만적인 새들이 거기에 달라붙어 꽃을 따 먹고 있다. 강아지 풀 뜯어먹는 소리 하고 있다는 말이 있지만 우리 집 토리도 풀을 잘 뜯어먹는다. 새들도 씨앗만 먹는 것 같지만 꽃을 따서 잘 먹는다. 꿀을 빨아먹으려고 땃겠지만 새들이 지나가고 보면 꽃이 다 뜯긴 것을 볼 수 있다.




요즘 울타리에는 메꽃들이 조금씩 달려있고 거의 꽃이 떨어진 잎들만이 무더위에 고개를 떨구고 있다. 그들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예쁜 종처럼 생긴 작은 꽃들을 볼 수 있다. 흔하게 보이는 꽃은 아니지만 공원의 울타리나 동네 어귀 한쪽 덤불 같은 곳에 옹기종기 피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가는 줄기에 주렁주렁 달려 나팔을 불듯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인사하는 모습은 귀엽기 그지없다. 나팔 모양의 작은 꽃을 피우지만 향기가 아닌 닭의 오줌 냄새가 난다고 이름이 계요등이라 불리는 덩굴성 꽃이다



꽃 안에 꿀을 훔쳐가는 개미의 침입을 막기 위해 하얀 꽃 안에 가는 털을 잔뜩 만들어 들어가지 못하게 하였다. 그러나 잎이나 줄기를 유난히 맛있어하는 벌레들이 많이 달라 들어 쫓아버리는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유인보다는 쫓아버릴 수 있는 방법으로 줄기와 잎에 상처가 나면 ‘페데로이드’라는 성분이 분해되어 악취가 나게 되는데 이 악취 때문에 달라붙지 않게 된다. 닭들의 오줌을 누가 맡아보았는지는 모르지만 어쩌든 닭장에 가면 좋지 않은 악취가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악취 때문에 ‘똥오줌풀’이라는 별로 기분이 좋지 않은 이름도 듣는다. 그런데도 이 악취를 또 좋아하는 진딧물이 달라붙게 되어 열매가 익어갈 무렵이면 잎을 거의 진딧물에게 빼앗기고 없어져 버리고 만다.  9월이 되면 요정이 달렸던 곳에 파란 송이를 달고 서있더니 어느새 다시 노란 구슬로 변해간다.   하얀 눈이 오는 겨울에도 노란 구슬은 대롱대롱 달려 겨울을 난다.


2022년 겨울 사진

#계요등  #닭의 오줌 #노란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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