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초향 Aug 25. 2023

봉황이 둥지 틀어 태평성대가 오길 바라는 나무

벽오동



벽오동을 보러 다니기가 참 힘들었다. 그만큼 보기 힘들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렸을 때는 흔하게 봤던 나무인데 갈수록 사라져 가나보다.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에서 운영하는 고양시에 약초원이라고 있다. 그곳에서 가장 멋진 벽오동을 발견할 수 있었다.  숲해설가 동기분이 그곳에 계셔 귀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모든 식물은 인간에게 이롭겠지만 이곳 약초원의 식물들은 서울대 약학대학 학생들이 계속 관찰하며 살피고 있다고 하니 이해가 잘 안 됐지만 양약도 식물에서 대부분이 나온다는 사실을 되새기니 한의대가 아니라도 약학대학생들도 식물에 관심을 두는 것이 이해가 됐다. 우람한 푸른 기둥의 나무는 가장 넓은 잎을 달고 봉황이 깃들기를 기다리는 모습으로 서 있는데 너무 멋져 감탄하며 사진 찍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다른 식물들도 다들 귀하고 멋지지만 이런 나무는 봉황 덕분인지 성스러운 느낌이 든다. 열매는 2년 동안 몇 번의 방문으로 겨우 찍을 수 있었다.




‘벽오동 심은 뜻을 봉황이 알까?’라고 읊조린다. 벽오동 하면 봉황새가 떠오르는 나무이다. 우리 선조들은 봉황새가 벽오동에만 둥지를 틀고 살며 봉황새가 청아한 목소리로 울면 온 천하가 태평해진다고 해서 신성시하는 나무이기도 했다. 벽오동은 대나무와 같이 심었다. 봉황이 대나무를 먹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봉황은 전설 속의 상상의 새로 써 봉(鳳)은 수컷을, 황(凰)은 암컷을 나타낸다. 또한 벽오동은 푸르고 곧게 올라가는 선비의 절개정신을 나타낸다고 하여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서당 근처에 많이 심어졌다.



왕의 상징으로는 곤룡포, 익선관, 긴 수염등과 함께 중국에서는 용, 우리나라는 봉황으로 되어있어 지금도 대통령실의 상징문양이다. 봉황은 용보다 한수 아래로 여겼으니 용호상박이라고 용과 버금가는 존재인 호랑이로 바꾸자는 의견도 있지만 지금까지 봉황으로 유지되고 있다.





줄기가 다른 나무와는 다른 청록색으로 다른 나무와 구별이 쉽다. 푸를 벽(碧)을 써서 벽오동이라 불리게 됐다. 한해에 한 마디씩 자랄 정도로 자라는 속도가 빨라 크게 자라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봉황이 둥지를 틀기에 안성맞춤이다. 우리나라에서 잎이 크기로 으뜸인 오동나무처럼 벽오동나무도 잎이 25cm 정도까지 크고 잎 끝이 3~5개로 갈라지는 심장저이며 뒷면에 털이 있다.



벽오동과 비슷한 나무로는 개오동과 오동나무가 있다. 전혀 다른 과이지만 잎이 넓어 비슷한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벽오동나무는 벽오동과의 갈잎 큰 키나무이다. 오동나무는 주로 풀인 현삼과 인데 워낙 크는 속도가 풀처럼 빨리 자라서 그리 이름이 붙여졌나 한다.  개오동나무는 능소화과이다. 


오동나무와 개오동의 열매





늦은 봄에 오동나무는 연보라색 꽃이 피고, 개오동은 미색의 꽃이 피지만 벽오동 꽃은 조금 늦은 7월경에 가지 끝에 원추꽃차례에 자잘한 연노란색 꽃이 암꽃과 수꽃이 섞어 핀다. 즉, 하나의 꽃이삭에 암꽃과 수꽃이 달린다  꽃받침조각이 5개이고,  뒤로 젖혀지며 꽃잎이 없고 합쳐진 수술대 끝에 10~15개의 꽃밥이 달린다.


벽오동의 암꽃과 수꽃






열매도 오동나무와는 달리 손을 가운데로 모은 것 같기도 하고숟가락 모양 같기도 한 가장자리에 콩알만 한 씨가 서너 개씩 붙어있다. 열매껍질 모양도 독특한 것이 안에 씨를 품고 있다 벌어진 것이다. 씨를 볶아서 커피대용으로 먹으면 구수한 냄새가 일품이다껍질열매 등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이 다 약재로 사용되기도 한다.


종자로 번식하는데 10월에 채취하여 봄에 파종한다, 어린 나무를 여러 번 옮겨 심어 잔뿌리를 발달시켜 이식하면 큰 나무로 자랄 수 있다




초록의 기둥과 커다란 잎을 자랑하며 주변을 압도하는 모습으로 서 있는 벽오동은 그 자체만으로도 자랑스러운 모습이다. 때 맞추어 사진 찍기가 힘들지만 마음이 허전할 때 식물 사진첩을 꺼내 살펴보며 그때의 기억을 소환하며 혼자 놀며 위로받는다. 그리고 기운을 차린다. 


#벽오동 #개오동#오동나무#봉황

작가의 이전글 닭의 오줌 냄새가 난다는 꽃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