칡과 가시박
칡은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어진들 어떠하리’라는 이방원의 하여가가 아니라도 우리와 오래도록 함께 해온 친근한 덩굴식물이다. 봄부터 겨울까지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나무이다. 겨울철에는 열매에 털을 잔뜩 달고 기주식물 위에 달랑달랑 매달려있다. 콩과식물인 칡은 생명력이 무지 좋아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라며, 조그마한 틈만 보여도 비집고 들어가 불청객이 된다. 순식간에 근처 나무를 뒤덮어 광합성을 못하게 하는 숲의 광폭자가 되어 골칫거리 식물로 전략해 버렸다.
전에는 등산로 입구 트럭 위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숙취에 좋다고 손짓하곤 했다. 커다란 뿌리에서 직접 짠 칡차를 한잔씩 마시며 산에 올라가는 즐거움이 있었다. 칡도 꽃이 있냐고들 한다. 커다란 잎사귀 속에 아름다움을 살짝 숨기고 향기를 품어낸다. 잎겨드랑이 사이에 원뿔모양의 꽃차례에 짧은 꽃자루가 달린 붉은 연보랏빛 꽃이 모여 있다. 가을이 되면 열매는 갈색 털을 잔뜩 단 꼬투리 안에 강낭콩 같은 콩알을 넣고 매달려 있다.
칡은 옛날에는 유용하게 쓰였다. 질긴 줄기는 노끈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생활용구 만드는 곳에 쓰임이 많았다. 칡뿌리인 갈근은 전분으로 사용되어 부족한 살림에 보탬이 되기도 했다. 칡즙은 갱년기 여성에게 좋고, 숙취 해소에도 좋다고 하여 즐겨 먹었다.
요즘은 근처의 나무들을 넓은 잎으로 이불 덮듯이 온통 덮어버리고, 줄기로 칭칭 감아버린다. 칡의 침입을 받은 기주식물들은 저항 한마디 못하고 결국 고사되어 버리고 만다. 근처 살아있는 식물의 양분을 다 뺏어 먹고 끝까지 살아남은 생명력을 누가 따라오겠는가. 전봇대를 칭칭 감고 올라가 정전을 발생시키는 말썽도 서슴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멀리 미국까지 건너가 그곳에서 유해식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는 골칫거리 식물 취급을 받고 있다. 뭐든지 적당한 선에서 이뤄져야지 너무 번식이 잘되다 보니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나 싶다.
외래종인 가시박은 우리나라에선 골칫거리 식물이다. 나무들을 칭칭 감고 올라가 거적을 덮은 듯한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쳐다보는 입장에서도 숨이 헉헉 막혀온다. 걷어버리지 못하는 안타까운 맘이지만 쉽게 접근하기가 어렵다 보니 피해 면적은 점점 늘어만 간다. 자라는 속도가 엄청난 가시박은 생태계를 교란하는 식물로 지정되어 있다. 그대로 방치하면 아주 순박하게 자라는 우리 토종식물들을 다 몰살시킬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들기도 한다.
차 타고 지나가는 길에서 본 가시박 모습이다
줄기와 열매에 가시가 돋아 피부에 박히면 빼기 힘들어 조심해야 한다. 바라보는 자체만으로도 위협적인 식물이다.
살아있는 생명은 뭐든지 귀하지만 남을 해하며 살아가는 것은 다르다.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하고 혼자만 살아가겠다고 하면 결국은 혼자만 망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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