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주 다니는 공원에 작은 연못이 하나 있다. 생태연못이 아닌 연꽃이 피어있는 자연 연못인 줄 알았다. 어느 해부터 연이 별로 피지 못하고 한 해를 마무리하곤 하더니 드디어 올해는 봄철부터 연못에 물을 빼고 연못 안의 진흙을 파기시작하고 있었다. 그런 것에 관심이 많은 난 항상 작업 현장을 지나다니며 공사 진척상황을 쳐다보곤 했다. 도대체 이곳이 어떤 모습으로 탈바꿈될지 엄청 궁금했다. 연못 안의 물을 다 빼더니 진흙을 걷어내기 위해 작은 포클레인이 들어가 진흙을 퍼냈다. 그걸 보니 인공 연못임을 알 수 있었다. 공사가 끝났나 싶었는데 어느 사이 물이 채워졌다. 어떤 식물을 심을지 무척 궁금하게 기다렸다.
작년 연못
연못 안은 대개 잎과 줄기를 물 밖으로 내는 정수식물과 물 밑의 흙에 뿌리를 내린 후 물 위로 잎을 밀착하는 연종류의 부엽식물이 있다. 또 검정말 같은 침수식물 같은 뿌리부터 잎까지 물속에서 사는 식물도 있고, 몸 전체가 물에 떠 있는 개구리밥과 생이가래, 부레옥잠 등도 있다. 연잎과 줄기가 위로 쭉 올라오는 연은 정수식물이고, 꽃과 잎이 수면 높이에 떠있는 수련은 부엽식물이다.
현재 연못
봄이 끝나기 전부터 연못 안도 북적거려진다. 땅속 못지않게 뭇 생명들이 서서히 움을 띄며 꿈틀 되기 시작한다.
가장자리에서 자라는 키 큰 수생식물들의 사이에서 수서 곤충들이 눈을 뜨고 흙 속에 뿌리내리던 식물들도 서서히 줄기를 올리기 시작한다. 숲 속의 생명들과 다를 바 하등 없다. 이 안에서 어떤 생명들이 나올까 무척 궁금했다. 서서히 커다랗게 잎을 키우더니 그 위에 거북이도 태우고 잠자리도 잠시 쉬어 간다.
연잎이 몇 개 위로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긴 줄기를 드러내더니 한 송이씩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진흙탕에서 자라지만 결코 진흙에 물들지 않고 깨끗한 모습으로 피어올라 있는 모습을 보며 한 자루의 촛불이 피어나는듯하다. 세상의 온갖 더러움도 맞이하며 살아가지만 그래도 의연히 자신의 향기를 내며 제 몫을 다하며 살아가는 모습 때문에 모든 사람이 다 좋아하는 연꽃이 아닌가 싶다.
깨끗해진 연못 덕분인지 작년과 다르게 작년에 많이 보이면 검정말이 없어지고 부평초라고 부르는 개구리밥과 생이가래가 엄청 자라기 시작한다. 지금은 거의 생이가래가 온통 연못을 뒤덮었다. 물속으로 햇살이 전혀 침투를 못해 물속에선 또 다른 문제가 생길게 뻔하다. 생이가래에 대체재를 가져다 놔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내가 연못 속의 생명에 대한 기존 지식이 부족하여 잘 모르겠지만 공원 관리하는 분들이 잘하시리라 본다.
연잎 밑으로 수련도 작은 잎을 펼치기 시작한다. 연잎처럼 물속에 사는 식물들의 잎은 거의 각지지 않고 둥글 둥글 한 편이다. 작은 물결의 출렁거림에 몸과 마음이 다 닳아 둥글둥글해지지 않았을까 한다. 연잎은 발수성이 있어 우산 역할을 해주기도 하지만 수련은 꽃과 잎이 물 위에 다소곳이 앉아 있다. 연잎에 비해 작고 한쪽이 밑부분까지 깊게 갈라져 있어 금방 구분이 된다. 땅속줄기에서 많은 잎자루가 자라서 물 위에 작은 잎을 펴고 긴 꽃자루에 하나씩의 꽃을 피우며 함께 손님맞이를 한다.
수련의 '수'자는 '잠들 睡'이다. 보통 아침에 피기 시작하여 오후 서너 시가 되면 잠을 자기 시작한다. 저녁과 낮에 오므라졌다 폈다 하며 3~4일을 피어있는다. 그리고 수정이 끝나면 물속으로 들어가 흙속에 묻혀버린다. 물속에서 생명을 유지하며 열매도 맺어 번식을 한다. 번식은 씨로도 하지만 뿌리로도 번식을 한다. 연과 마찬가지로 안 좋은 조건 속에서도 고고하고 온유한 미소를 띠고 살아가며 생명을 이어낸다. 보통 꽃잎은 8~15개이고 수술과 암술이 많이 달려있다.
요즘은 연은 다양한 모양과 색상이 있어 관광객유치와 고소득에 한 몫한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수련은 연꽃에 기대어 자라고 있는 실정이다. 요즘은 붉은색, 흰색, 노란색등 다양한 색상의 수련이 있다. 꽃의 색상은 다르지만 특성과 살아가는 적응력은 같다.
잠자는 수련이지만 잠에서 깨어나 언젠가는 다양한 모습과 다양한 모양으로 탄생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