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초에는 친구가 많은 아이

그 많던 친구는 학기말에 모두 어디에 갔는가

by 제이

나는 주변에 늘 사람이 많았다.

재미있는 나를 좋아했고, 먼저 다가가는 나를 많은 친구들이 좋아해 줬다.

그 덕분에 두루두루 친구들이 많았다. 특히 학기 초에는 말이다.


학기 초에는 다들 새로운 친구들이 모여있는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옆자리 친구와 이야기하는 경우가

보통이지만, 활발했던 나는 옆자리, 뒷자리, 심지어는 나와 멀리 떨어져 앉은 친구들까지 모두 친하게 지냈다.

보통 친화력을 가지고 있었던 게 아니었다. 다들 나를 좋아했다.


빨리 친해질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친구들을 정말 '진심'으로 대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속마음을 털어놓고, 같이 시내도 나가서 시간을 보내면서 이 친구들을 '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였을까.


나와 친한 친구들이 다른 친구들이랑 어울리거나, 이야기하면 괜히 샘이 났다. 아주 많이 샘이 났다.

왠지 나를 배신하는 것 같고, 나를 싫어해서 그 친구랑 어울리는 것 같고, 왠지 내 얘기를 하는 것 같은

이상한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런 질투와 시샘은 얼굴과 행동에서 드러났고, 생각과는 다르게 친구들을 대하기 시작했다.

사실 내 마음은 '다시 나한테 와줘, 나랑 다시 예전처럼 친하게 지내자'였는데 말이다.

상대방이 불편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한 채 그렇게 내 마음만 앞세웠던 것이다.

사실 마음이 변했을 수도, 아니면 변한 것처럼 내가 느꼈을 수도 있겠지만, 나와의 관계를 '확인'했다고

생각한 친구들은 꼭 내 옆에 있어야 한다는 이상한 강박관념이 있었다.


이런 마음들은 친구들에게 고스란히 표현이 되었고, 그렇게 많았던 친구들을 떠나가게 만들었다.

어찌 보면 학기말에는 정말 친한 친구들만 남아있게 된 셈이니 어찌 보면 좋은 일인데, 그런 과정들이 나에겐

너무나도 상처로 남았었다. 이제는 과거의 일들을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지만, 아마도 그때는 뭔가 모를

목마름을 친구들로부터 채우려고 한 건 아니었나 싶다.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고, 부질없는 일이었다.


상대방이 행동하는 모습은 나로서 비롯된 것일 확률이 높으니, 나와 같은 상황이 발생된다면 일단 나의 모습을 복기하면 된다. 그렇게 보완할 점은 개선해 나가고, 그럼에도 개선되는 모습이 없으면 잊고, 버리면 된다.

그 방법을 몰랐던 10대의 나는 너무나도 상처의 연속인 삶을 살았지만, 이제는 그 방법을 알기에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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