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날
유치원에 모여 장기자랑을 하고 있으면 복슬복슬한 새하얀 수염을 단 산타할아버지가 우리 모두에게 선물을 나누었다. 선물은 늘 갖고 싶은 것보다는 필요한 것들이었지만 착한 일을 한 어린이에게만 주어지는 선물이었기 때문에 착한아이 라는 수식어가 나에게는 더 중요했다. 착한 아이는 언제나 사랑받았으니까.
크리스마스이브에 언니와 형부를 집으로 초대했다. 크로와상 생지를 발효하고, 로스트치킨의 염지를 하고, 스테이크를 오일과 양념에 재웠다. 냉동 케이크를 냉장실 옮겨놓고, 머릿속으로 음식의 순서를 정했다.
빵이 구워지는 냄새가 오븐에서 흘러나왔다. 발효된 크로와상은 금방 구워졌다. 이번엔 염지한 영계 두 마리에 버터를 바르고 오렌지주스를 끼얹어 오븐에 넣었다. 닭이 익는 시간 동안 스푼과 포크, 나이프를 놓고, 먼저 구워진 크루아상과 샐러드를 내놓았다.
달궈진 프라이팬에 스테이크를 굽기 시작했다. 지글지글 거리는 소리가 크리스마스에 어울렸다. 한 면을 갈색이 되도록 익히고, 조리 중간에 오븐을 열어 닭을 뒤집고 버터와 자글자글 끓고 있는 오렌지 주스를 끼얹었다. 닭의 껍질이 노릇하게 익어갔다. 한 면이 마저 익은 스테이크를 나무 도마에 꺼내놓고 은박지를 덮었다. 로스트치킨만 마저 익으면 크리스마스 저녁식사가 완성된다.
크리스마스가 늘 새삼스러웠다. 행복해야 하는 것 같아서, 혼자 있지 않게 약속을 잡고, 늘 누군가와 어울리도록 애썼다. 그러지 않으면 안 되는 것 같아서.
무슨 날이라는 게 억지로라도 누구를 만나야 하는 날이 왜 있어야 하는지 깨닫게 된 건 지나고 보니 그날이 즐거운 때였구나라고 알게 됐을 때다.
그때부터는 내가 누군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걸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왕이면 내가 그 시간을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과. 내 마음대로 시간을 정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음식을 하고, 내가 주고 싶은 사람에게 선물을 하고, 그 사람이 마음에 들까를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아도 됐다. 내 맘대로 해도 내가 내 눈치 보지 않는 날이 됐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내 두 번째 고양이에게 유산균을 탄 츄르탕을 내민다. 한 그릇을 다 먹은 고양이에게 뽀뽀를 하자 생선 비린내가 난다. 비린내가 나든 말든 개의치 않고 뽀뽀를 퍼붓는다. 사랑을 하게 되면, 비린내 따위는 아무렇지 않게 된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