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툴

기댈 곳 없는

by 빨강



다음날 바람이 몹시 불었다. 중앙으로 모여든 겨울 낙엽이 중앙선을 지웠다. 달리던 차 안에서 나무들이 휘어지는 게 보였다. 1차선에 달리던 차가 급 브레이크를 밟았다. 휘어지는 도로에서 2차선으로 크고 흰 개 한 마리가 갑자기 나타났다. 급 브레이크를 밟았다. 긴장에 가슴이 뻐근해졌다. 흰 개는 한 발 한 발 도로를 건넜다. 개의 목에 빨간 목걸이가 채워져 있었다. 심장 소리가 귀에서 들렸다.



긴 나무조각이 4개 짧은 나무 조각이 4개 상판이 하나. 커다란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커다란 나무 책상은 그간에 다녀간 사람들의 흔적이 깊게 새겨있었다.

등받이와 팔걸이가 없는 의자를 스툴이라고 한다. 오롯이 허리의 힘으로 기댈 곳 없이 혼자 앉아야 하는 의자.


잘려진 나무조각을 좀 더 매끄럽게 사포질을 한다. 미세한 나무 가루가 날린다. 분진이 손등 위에 내려앉는다. 집진구멍으로 톱밥들이 쓸려 들어간다.


사포질이 끝나면, 긴 나무 조각 두 개와 그것을 연결하는 짧은 나무 조각 2개를 고정해야 한다. 목공 본드로 위치를 잡아 놓는다. 단단하게 고정이 되지 않으면 나사가 제대로 박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손목과 팔뚝의 힘만으로는 나사가 들어갈 구멍을 깊게 뚫을 수 없다. 팔뚝과 손목을 고정하고 왼손으로 연결된 나무를 붙잡고, 어깨의 힘으로 전동드릴에 힘을 주어 나무에 구멍을 뚫는다.


내 몸의 연결된 부위들이 거기 있다고 소리친다. 구멍을 두 개쯤 뚫자, 근육들이 아우성이다. 안 쓰던 근육들이 새롭게 깨어난다.


드릴로 구멍을 뚫고 나사를 조이기를 반복하다 보면 스툴의 다리가 서서히 형태를 이룬다. 네 개의 다리가 지면을 딛고 서있다. 아무것도 아니던 나무 조각들이 모여 이름을 가진 물건이 되어간다. 마지막으로 상판을 달기 위해 의자 다리를 거꾸로 뒤집는다. 허공에 네 개의 다리가 들리고, 의자의 상판이 나사로 조여진다.


완성된 의자를 뒤집어 바닥에 놓는다. 원목 의자에 오일을 바른다. 나무의 색이 진하게 변한다. 붓으로 오일을 의자에 바르고, 덧칠하고, 나무에 오일이 깊게 스민다. 오일을 바른 의자는 며칠을 말려야 자연스러운 색깔이 나온다. 의자의 내구성도 좋아진다.



베란다에서 5일을 말린 스툴에 앉는다. 허리에 힘이 들어가고 어깨가 펴진다. 꽃꽂이 앉아야 하는 스툴이 완성되었다.


기댈 곳 없는 스툴에 앉자 급 브레이크를 밟을 때의 긴장감이 몰려왔다. 몇 번이고 크고 흰 개가 도로를 건너는 장면이 그려졌다. 몸속에 스며있던 그날의 놀람이 반복 재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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