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by 빨강

라이트에 의지한 채 2차선 도로를 달린다. 중앙의 가드레일이 반대편 차의 라이트를 막아준다. 어둠 속에서 달리는 건 헤엄을 치는 것처럼 목적지에 닿을 때까지 앞으로 나아가는 것밖에 할 수가 없다.


오랜 친구를 가파른 언덕길에서 배웅하고 고속국도 쪽으로 운전을 한다. 드문드문 있는 가로등이 무용해서 내 갈 길을 내가 비추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걸, 차가 드문 도로에서는 서로 의지할 곳이 없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대관령을 빙글빙글 돌아 넘어야 했던 때에, 초보운전 딱지를 막 뗀 운전자가 깎아지는 절벽길을 더듬더듬 올라야 했던 때에는 그래도 스릴을 즐거움이라고 생각한 젊음이 있었다.

강원도로 통하는 터널이 뚫리기 전이라 대관령 꼭대기에 간신히 도착하면 휴게소가 운무에 싸여 마법의 성처럼 보일 듯 말 듯하게 있었다. 자욱한 구름 속에서 앞사람을 놓치지 않으려고 종종걸음으로 쫓았다. 서너 걸음만 멀어지면 사람과 사람 사이엔 구름이 잔뜩 껴서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게 했다. 게다가 산 꼭대기에는 언제나 찬 바람이 불었다. 호기로움에 대관령을 넘어 바다를 보러 가는 길. 그때는 막막함이 당연한 시절이었다. 그 시절을 함께했던 친구는 어디쯤 가 있을까.


이 길에 끝에 집이 있고, 내비게이션은 집을 향해 길을 안내하고, 길 안내는 돌아가는 법을 모른다. 새로 생긴 고속국도는 길이 골라서, 덜컹거림이 없다. 깨지고, 파이고, 덧댄 흔적이 없다. 동물의 사체나, 깨진 범퍼, 스키드마크, 깨진 헤드라이터가 없다. 단지 어둠이, 이 어둠이 계속된다.



저녁때가 지나 마지막으로 먹은 밤파이 한입이 위장을 빙글빙글 돈다.


저 멀리 지평선 끝에 반짝이는 불빛이 보인다. 집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신호.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가고 있다. 일정한 속도로 운전을 한다. 보닛에 가로등 빛이 휙휙 지나간다. 저 다리를 건너 고가에서 우회전을 하면, 불 꺼진 우리 집이 보인다.


화강암 경계석이 도로와 인도를 나눈다. 주차선 안에 서둘러 차를 밀어 넣다 경계석에 바퀴를 박는다. 진동이 몸통을 울린다. 차를 멈추고서야 생각이 텅 비워진다. 머릿속에 밤의 구름이 게면서 현실감 밀려온다. 새끼손톱만큼 떨어져 나간 바퀴 고무조각이 구두 속의 돌처럼 불편하다.







이전 08화사과 만두 찐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