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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소리

온 가족이 모여 잠이 든다

by 빨강


텔레비전을 틀어놓고 앉아서 채널을 돌리다 무작위로 방영되는 쏟아지듯 나오는 토해내듯 내뱉어지는 텔레비전을 끈다. 작은 방에 앉아서 어두워진 하늘을 쳐다본다. 오늘도 구름이 많다. 비행기의 붉고 노란 불빛이 하늘을 가로지르고 있다.


하하 호호 깔깔. 큰 아이가 큰소리로 하하하 웃는다. 둘째가 살살 웃는다. 막내가 꺅꺅 웃는다. 어디서 나는 소리일까. 옆집 단독 반지하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아빠의 웃음소리.

그만해, 그만해


자지러지는 웃음소리. 열 한시가 넘은 시간인데 아직 잠들지 못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낮은 담벼락을 넘어 골목을 채운다.


안 잘래. 더 놀래.


큰 아이가 소리를 지르면 작은 아이가 킥킥 웃는다. 질세라 막내가 삐익 새소리를 낸다. 아직 잠들지 못한 가족의 웃음소리에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아이들은 항상 잠들기 싫어하다가 금세 잠들고 만다. 나는 하늘을 보고 웃음소리를 듣는다. 가슴이 자꾸 뛴다. 훔쳐 듣는 사람이 된다. 그 행복감에 나도 모르게 샐샐 웃는다.


우리는 큰고모집에 가는 차 안에서 아는 동요란 동요는 모두 불렀다. 크게 크게 다음 노래를 불렀다. 아빠는 운전을 하면서 하하 웃었다. 엄마는 시끄럽다며 웃었다. 우리 세 자매는 노래를 부르다 지쳐, 자꾸 흔들리는 차에서, 멀미에 취해 잠들었다. 엄마 아빠가 도란도란 얘기하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까무룩 잠들었다가 깨면, 큰고모네 집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차에서 내리다가 또랑에 발이 빠져 진흙 투성이가 된 흰 운동화를 들고 엉엉 울며, 논길을 절뚝절뚝 걸으면 강아지들이 발밑에 와글와글 몰려들었다. 노랗고 하얀 털뭉치들이 우리의 바짓단을 물고 늘어졌다. 언니는 강아지를 피해 뛰어가고 나와 동생은 한 마리 한 마리의 머리를 쓰다듬느라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낄낄 웃었다.


잠시 딴 세상에 다녀온 사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잦아들었다. 아이들이 잘 시간이 넘었다. 좋은 꿈을 꾸면서 키가 쑥쑥 자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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