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끼의 밥 같은 사이
커피를 한잔을 내린다. 드리퍼를 통과한 물이 똑똑 떨어져 내린다. 내비게이션은 도착까지 30분이 걸린다고 나온다.
너른 갯벌에는 짙은 회색 흙들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경사가 급한 갯벌에 둔덕에는 게딱지들이 다닥다닥 붙여 있었다. 나는 바닥에 널린 게딱지가 없는 게를 잡았다. 바구니는 게를 아무리 집어넣어도 가득 차지 않았다. 계속해서 나오는 게들은 죽은 것처럼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꿈에서는 늘 뭐든 잡아도 잡아도 끝이 없었다. 잡아도 잡아도 바구니는 반쯤 비어 있었다.
차의 시동을 걸고 조금 늦게 출발했다. 늘 아침은 시간에 쫓긴다. 깨지 않는 머리를 좌우로 저으며 운전을 한다. 차가 조금 막힌다. 천천히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도로 중간에 있는 공사구간으로 차선이 줄어들었다 늘어났다. 아마 조금 더 늦게 도착할 것 같다.
8차선 도로를 지나 좌회전을 하는데 흰 트럭 하나가 앞에서 천천히 가고 있다. 클랙션을 울리는 차들 사이에서 나 홀로 천천히 움직였다. 추월해 가는 차들 사이에서 좌회선 차선에 앞 뒤로 선 흰 트럭. 나무 서너 그루의 앙상한 가지가 차 밖으로 나와 있다. 가지 끝에 <안전제일>이라고 쓰인 비닐 끈이 펄럭 펄럭인다.
안전한 사람들에게 가고 있구나. 내가 아침부터 불안했던 건 잡아도 끝나지 않은 갯일 때문이었구나. 그래 나는 안전한 곳으로 간다.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는 곳으로.
6인용 식탁 가득 음식이 차려져 있다. 오랜 시간 절여진 장아찌와 막 펄펄 익힌 닭볶음탕. 뜸이 잘든 찰진 밥. 그 모든 게 따뜻해서 이불을 폭 뒤집어쓴 것 같다. 내가 찾으려 하지 않아도 이루어지는 관계가 있다. 이곳에 내가 있다는 게 잠시 어리둥절하다. 관계에서 쉼표처럼 박힌 내가 안전한 사람들 사이에 있다는 게 낯설다. 안전한 사람들에게 잠시 쉼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나는 털썩 주저앉았다.
안전제일. 뜨거운 밥을 한술 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