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수우수수
창밖으로 비가 우수수우수수 옥수수 알갱이가 떨어지는 소리를 낸다. 앞집 지붕을 때리는 한밤 비는 계속 내리고 깊이 숨을 쉬는 소리가 빗소리 사이로 들린다.
성난 고양이의 수염같이 내리는 빗줄기가 밤을 그어 내리고 사라진다.
빼곡히 덮여 있는 털 속에 손가락을 묻고 보드라움에 잠시 기댄다. 오늘은 어린이날. 어린이였던 때가 30년이 지난 비 오는 오늘. 어른인 나는 비를 피하는 법을 알고 여기에 있다.
연두색 눈동자를 가늘게 뜨고 나와 눈을 맞추는 이. 눈동자 속의 우주가 흔들린다. 내 작은 눈을 찾아 눈을 기어코 맞추는 이. 그 눈동자 속에서 과거를 본다.
돌계단에 앉아 헛발차기를 하는 나. 발바닥이 계단에서 떨어져 나와 공중을 향해 뻗고. 재자리로 빠르게 돌아오는 중력에서 헤매는 나를. 잘 넘어지는 나를.
계단에서 폴짝 뛰어내리다가 넘어진 날. 내 턱에서 피가 뚝뚝 떨어졌다. 엄마는 걸레를 던지고. 나를 업고 외과로 뛰었다. 마취는 너무 아프고 눈물이 고였다. 턱이 덜덜 떨렸다.
거울 속에서 왼쪽 턱이 살짝 들어간 걸 본다. 흉터가 거기 있다. 7살의 내가 있다. 6살의 나는 오른쪽 이마에 있다. 내 얼굴에는 모든 나이의 내가 살고 있다.
늙은 나의 고양이는 물끄러미 나를 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자신의 방석에 반쯤 누워서 고개를 치켜들고 나를 눈으로 좇는다. 동공 안에 바쁜 내가 있다.
비가 오는 어린이날. 아직도 어린애 같은 나의 고양이와 한 창으로 비가 오는 밖을 본다. 그칠 기미가 없는 비는 어린이였던 나의 마음을 수직으로 그어 내린다.
옥수수 알갱이 터지는 소리를 내며 앞 집 지붕으로 떨어져 내리는 비. 창문에 매달려 놀고 있는 올챙이 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