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별관 지하실
3층짜리 교회 별관은 한낮에도 어두웠다. 북쪽 방향으로 난 창문에는 햇빛이 들지 않았다. 우리는 그곳에서 여름 수련회를 하고. 강당 바닥에 이불을 깔고 하룻밤을 자기도 했다. 한밤중에 배가 아파 우는 아이가 있으면 담임 목사님이 한 손은 그 아이의 배에 대고 한 손은 머리에 대고 기도를 해주었다. 하시옵고만 들리는 기도에도 아이의 앓던 배는 기도 중에 나았다.
수련회가 끝나고 삼삼오오 모인 아이들이 교회 별관 국기게양대 앞에 모였다. 술래가 빠르게 숫자를 백까지 세고 아이들은 바삐 흩어졌다.
술래 바로 옆 기둥에 숨는 수애. 예배당 문 뒤에 숨는 수아. 예배당 의자 아래 눕는 은선이. 나는 잡동사니가 가득 쌓인 별관 지하 계단 밑에 숨었다. 부러진 마대걸레. 솔이 휜 빗자루. 기우뚱한 제대. 마이크 줄 더미가 한데 엉켜 아이들이 감히 들어오지 못하는 곳이었다. 몸집이 작은 내가 완벽하게 보이지 않은 곳이었다.
콤콤한 지하실 냄새를 코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뱉었다. 삐걱이는 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왔다. 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심장이 빨리 뛰었다. 인중에 땀이 맺히고 소리는 잦아지는 듯하다가 등 뒤에서 갑자기 크게 났다. 얇은 티셔츠 등판에 누군가의 손길이 닿는 것 같은 때 술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는 타박타박 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려왔다. 두 명이 달려 나가는 소리. 발소리와 비명소리가 멀어지다 가까워지기를 반복하고.
못 찾겠다 꾀꼬리.
수애. 수아. 은선이 목소리가 교회 별관에 울려 퍼졌다. 나는 살금살금 계단 위로 올라가 국기게양대로 달려갔다. 손바닥을 탁 치면서 ‘야도’라고 외쳤다. 게양대의 쇠 막대기가 '징' 하고 울렸다.
교회 옆 골목 안쪽에서 수애야, 수아야 밥 먹어라. 수애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오면, 은선이 엄마가 양복점 문을 열고 은선이를 불렀다.
나는 동생의 손을 꼭 붙잡고 장미넝쿨이 드리워진 두 번째 우리의 집 대문을 밀었다. 1층 계단에서 압력 밥솥 추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2층으로 오르는 현관문 유리창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 빛을 등지고 앞서 걷는 동생 뒤로 더듬더듬 계단을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