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입신양명의 골목으로 통행이 허가되지 않았습니다

하페즈의 서정시 제5편

by 작은 나무
Sultan_Muhammad_Nur_-_Battle_between_Alexander_and_Darius_Folio_from_a_Khamsa_Quintet_AH_931AD_1524-25_-_(MeisterDrucke-1151316).jpg 알렉산드로스와 다리우스의 전투를 묘사하는 삽화.


사랑의 장인들이여,

제 마음이 손끝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숨겨놓은 비밀이 밝혀진다는 것이

제게 큰 고통입니다.


저는 배를 잃은 뱃사람이고

순풍이 불기만을 기다립니다.

낯익고 친숙한 얼굴을

다시 볼 날이 있을까 합니다.


하늘이 준 열흘짜리 행운은

곡예사의 요술과도 같으니

연인이여, 연인과의 자리에서

기회를 놓치지 마십시오.


와인과 장미의 모임에서

나이팅게일이 지저귀기를

“새벽에 마실 술을 가져왔으니

취객들은 일어나시오!”


관대하신 분이여,

무탈함을 감사하는 뜻에서

양식이 없는 빈자를

하루라도 살펴주십시오.


친구에게는 너그러움

적에게는 신중함

생사의 평온은

이 두 단어의 뜻풀이에 있습니다.


저는 입신양명의 골목으로

통행이 허가되지 않았으니

만약 기껍지 않으시다면

세상의 판결을 바꿔주십시오.


수도승이 만악의 근원이라 일컫는

그 쓰디쓴 술이

제게는 처녀의 볼에 맞추는 키스보다도

달콤합니다.


손에 한 푼도 없는 날이면

흔쾌히 취하는 데 매진합시다!

거지도 카룬(Qarun)이 되는 연금술을

우리는 찾았습니다.


마음을 앗아가는 그대의 손은

굳센 돌을 밀랍처럼 주무르지만

그대 또한 촛불처럼 탈 날이 올 것이니

교만하지는 마십시오.


알렉산드로스가 술잔으로 만물을 보았으니

들여다보십시오.

그대에게도 다리우스의 제국이

숨김없이 드러날 터입니다.


페르시아의 말을 쓰는 미인들이

우리 인생의 비결이니

의로운 불한당에게도 술을 따라

이 소식을 전해주십시오.


“하페즈야,

와인으로 더럽혀진 수도복을 입지 말아라!”


“옷에 얼룩 없는 어르신,

제 사람됨을 용서해주십시오.”


페르시아어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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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페즈(1325년~1390년)의 시에 관해서는 제1편에 덧붙인 설명을, 나이팅게일과 장미에 관해서는 제4편을 참고 바랍니다.


카룬(Qarun)은 구약의 출애굽기에서 모세를 상대로 반란을 일으키는 고라(Korah)의 아랍어 이름으로, 이슬람교에서는 전설적인 대부호로 묘사됩니다. 카룬은 막대한 부를 누렸으나 신의 뜻을 거역한 끝에 땅에 산 채로 묻히고 맙니다. 술에 취하면 거지가 카룬으로 변한다는 말이 비단 좋은 뜻만은 아니겠습니다.


고대 페르시아의 마지막 황제 다리우스 3세를 무찌르고 세계 제국을 이룩한 알렉산드로스 대왕에게는 세상 만물을 비추는 마법 거울이 있었다는 전설이 내려옵니다. 그러나 알렉산드로스가 실은 마법 거울이 아니라 술잔을 통해 적국의 실상을 깨달았다고 하페즈는 말합니다. 어느 나라에서건 술은 시인들에게 참 많은 것을 내포하는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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