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페즈의 서정시 제 6편
제왕의 자리를 감사한다면
걸인을 내쫓지 말라는
나의 기도를 어느 신하가
임금에게 전할 수 있겠습니까.
마귀 같은 나의 연적(戀敵) 앞에서
하느님께 구원을 청하나
유성(流星)처럼 빛나는 그대가
나의 구원이지 않을까 합니다.
그대의 검은 속눈썹이
내 피를 겨낭할지언정
주인조차 현혹하는 눈매이니
다시 또 생각해보십시오.
그대가 뽀얀 볼을 붉히면
온 세상의 마음을 불사르지만
이 화마가 무엇이 좋다고
다정함을 보이지 않습니까.
새벽에 부는 산들바람이
연인들을 어루만지리라 희망하며
나는 밤마다 잠에 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그대가 내 앞에 왔으니
최후의 심판입니까?
그대 얼굴에 목숨을 바치니
이제 베일을 벗으십시오.
동이 틀도록 외는 이 기도가
그대에게 닿기만을 생각하며
밤을 지새우는 하페즈에게
마실 것을 한 모금 건네주십시오.
하페즈(1325년~1390년)의 시에 관해서는 제1편에 덧붙인 설명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시는 연인에 대한 다양한 비유가 돋보입니다. 언뜻 보기에 제1연은 연정과 무관하게 임금에게 올리는 간언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페르시아 시에서 제왕은 늘 연인을 가리키는 비유입니다. '걸인을 내치지 말라'고 임금에게 말하는 충고는 곧 짝사랑하는 그녀에게 내 마음을 받아 달라는 호소입니다. 조선의 사대부들은 충신연군지사(忠臣戀君之詞)를 통해 충정심을 사랑으로 풀어냈지만, 하페즈는 역으로 충신의 대사를 빌려 사랑을 표현합니다.
제2연에서 연인은 유성(流星), 즉 별똥별로 변모합니다. 이슬람의 경전 쿠란 72장은 마귀들이 천상으로 숨어들어 신의 계획을 염탐하려 하였으나, 신이 유성을 만들어 마귀를 추방하였다고 전합니다. 그러나 이 시에서 '마귀'란 연인의 마음을 쟁취하고자 하페즈와 다투는 연적들이며, 마귀를 내쫓는 별똥별은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연인입니다. 거룩한 경전의 구절이 사랑의 호소로 탈바꿈하는 순간입니다.
그녀의 검은 눈썹은 하페즈의 피를 겨냥하는 화살로, 발갛게 달아오른 그녀의 볼은 세상을 태우는 화마로 둔갑합니다. 이윽고 최후의 심판마저 도래합니다. "사랑하는 그대가 내 앞에 왔으니 최후의 심판이냐"고 하페즈는 묻습니다. 물론 최후의 심판에서 만나는 존재는 통상 연인이 아니라 신, 조물주 알라(Allah)입니다. 이렇게 연인은 사랑의 힘을 입어 신의 지위에까지 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