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로우(1253~1325년), 서정시 1번
구름은 비를 뿌리고
우리는 서로와 이별한다
마음은 돌려주지 않았으니
나는 내 마음과도 이별한다
우리를 때리는 빗줄기 아래
꼿꼿이 선 채로 이별한다
나는 울면서 이별한다
그녀의 볼에도 물이 내린다
새싹이 움트며 공기는 선선하고
봄으로 파릇한 이 정원에서
저 나이팅게일만 나와 같은지
검은 깃털이 색이 바랜 듯하다
그 고운 머릿결 한 올 한 올이
나를 수만 갈래 밧줄처럼 붙들었지만
당기면 토막나던 그 머리칼처럼
지금 나도 토막나는 중이다
피눈물로 눈시울이 붉어질 무렵
내 동공에 비치는 그대의 인영—
비록 피를 무서워하는 그대지만
내 충혈된 눈 속에는 있어줘라
이 순간이 지나고 나서는
다시는 눈을 뜨지 않기를
내가 세상에서 보고픈 것은
그대 밖에 없을 터이니
그런 눈이 줄줄이 새고 있으니
그대가 디딘 흙을 한 줌 쥐어서
돌아와 내 눈에 발라서라도
더 이상 새지 않게 봉인해줘라
이별의 선물은 내 목숨이니
이 말을 믿는다면 멈춰서줘라
만약 나를 믿지 못하겠다면
내 목숨은 기념으로 챙겨가줘라
* * *
나 호스로우를 떠나고서도
그대는 늘 찬란할 줄 알았겠지만
가시를 잃어버린 장미는
오래 못 가 벌레 밥이 되고 말았다.
(페르시아어 원문)
이 시의 형식은 가잘(غزل ghazal), 즉 서정시다.
가잘 시의 형식적 특징은 서정시 1110번 글에 나온다.
페르시아 시집의 구성은 시재나 연도와 무관하다. 서정시가 항상 먼저 오는 등, 형식에 따라 모든 시를 일차적으로 분류한다. 같은 형식의 시는 라임의 마지막 글자에 따라 알파벳 순서대로 정렬한다.
해당 시가 호스로우의 시집에서 첫 작품인 이유는, 단지 형식이 서정시이고 마지막 글자가 페르시아 알파벳의 첫 글자인 ا (â)이기 때문이다.
물론 호스로우처럼 다작한 시인은 글자 ا (â)로 끝나는 서정시의 개수가 많기 마련. 그럴 경우에는 그 중에서 무엇을 시집의 서두로 삼을지 선택을 내려야 한다.
중세시대였던 만큼, 거의 모든 시인들은 하느님이나 예언자들을 찬송하는 작품을 1번으로 골랐다. 그러나 호스로우는 비가 내리는 날의 이별이라는 이 시를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