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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 나무 Dec 26. 2023

아담을 빚으신 흙으로써 너라는 기적을 만드셨으니...

호스로우(1253~1325년), 서정시 2번

갓 창조된 아담에게 무릎을 조아리는 천사들(16세기 이란 삽화)

거룩하신 창조주 하느님께

십만 번 감사를 드렸다!

아담을 빚으신 그 흙으로써

너라는 기적을 만드셨으니.


네가 내뱉는 말들이 쓰라리지만

멀리서 너를 보기만 해도

네 입에서 나오는 게 독(毒)일지언정

너와 있는 순간이 해독제이니.


내 마음의 꽃망울이 만개하는 날

네 장밋빛 얼굴이 앞에 없다면

꽃꿀 대신 선혈이 넘쳐나올까?

외로울 때는 화원도 감옥 같으니.


내가 네 집 앞의 흙먼지가 되어버려도

나는 슬프지 않다—

나라는 먼지를 바람이 날려버리면

그제서야 나는 슬플 것이니.


사람들의 마음을 포획하는 너에게

나 따위 사냥감은 변변찮아도

간간히 안장 위에 자리를 비워놓고

이따금 나를 사냥해줘라.


네 화살에 내 심장이 터지더라도

네가 뜨개질하듯 내 동맥을 잡아

피의 온기를 느끼며 꿰매준다면

내 가슴은 다시 뛰게 될 테니.


사랑이 생명수의 샘이라지만

어디선가 잘못되고 말았는지

지푸라기처럼 작은 나에게

너는 마치 바다와 같았다.


나 후스라우의 한숨이 시(詩) 한 편이 되어

네 마음에 불꽃이 되기를 바랬지만

네 가슴은 마치 대리석 같아

불이 붙을 수가 없으니…….



(페르시아어 원문)



이 시의 형식은 가잘(غزل ghazal), 즉 서정시다. 가잘 시의 형식적 특징은 서정시 1110번 글에 나온다.


호스로우의 제 2번 서정시는 중세 가잘의 통상적 주제나 형식, 표현법에서 크게 벗어나는 점이 없다. 역시나 초점은 절대적인 짝사랑, 이루어질 수 없지만 빠져나갈 수도 없는 그런 짝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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