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로우(1253~1325년), 서정시 1825번
네 얼굴을 한번 보았더니
거룩한 신상(神像)들이 조잡했고
아무리 시(詩)를 쓰려 해도
너는 시구보다 아름다웠다.
너보다 그림 같은 그림은
어디를 찾아봐도 없었으니
별보다 빛나는 넌 달일까 태양일까,
사람일 리 없는 너는 천사일까 정령일까.
나는 세상을 떠돌아보았지만
숱한 미인을 만나보았지만
여자에게 사랑을 바쳐보았지만
너와는 모든 게 처음이었다.
내 마음의 쉼터였던 네가
마치 발을 움직이는 나무처럼
내 손을 뿌리치고 갈 테라면
내 마음은 돌려주고 가라.
너는 떠나기로 마음을 먹었었고
아득한 저 사막 길을 나섰을 때
내 삶을 너와 함께 가져갔고
그것이 곧 사랑의 값이었다.
온 세상이 전리품인 너에게
나는 그저 나포한 포로였지만
수선화 같은 네 눈을 보면
내가 이슬람을 믿을 수는 없었다.
먼 길을 걸어온 ‘후스라우’라는 거지가
여기서 동냥질하고 있다거니
만약 너라도 신을 믿는다면
그 거지에게 선행을 한번 베풀어줘라.
이 시의 형식은 가잘(غزل ghazal), 즉 서정시다. 가잘 시의 형식적 특징은 서정시 1110번 글에 소개되어 있다.
대부분의 페르시아 시인이 그랬듯이, 아미르 호스로우 역시 이슬람교도였다. 하지만 그의 시에서 사랑의 대상은 늘 신을 능가한다. 사랑에 빠진 자는 알라 대신 사랑을 섬긴다. 힌두교도들이 신상 앞에서 무릎을 꿇듯, 시인도 신 대신 그녀 앞에서 무릎을 조라인다. 그녀를 공공연히 자기의 아이돌, 우상(بت bot, صنم sanam)이라고 부르며 숭배한다. 우상 숭배는 이슬람교에서 가장 중대한 죄악임에도 불구하고.
배교의 죄값이 즉결처형일 정도로 종교가 중요한 사회였다. 이슬람을 배척하고 사랑을 택하겠다는 시인들은 그만큼 사랑이 절대적이라고 노래한다. 1825번 시는 이렇게 시작한다.
ای چهره زیبای تو رشک بتان آزری
의역이 아니라 직역하자면:
그대여! 그대의 아름다운 얼굴을 아자르의 우상들이 시기한다.
아자르는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우상을 만들어서 스스로 숭배했다고 전하는 신화 속의 인물. 호스로우가 사랑하는 자는 그보다도 완벽한 우상이다.
아름다운 우상을 빚은 아자르는 지옥에서 영원히 고문 받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을 알면서도 시인은 이슬람을 버리고 만다. 태생부터 습득한 모든 종교적 가치보다, 그에게는 사랑이 중요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