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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별천지였다

by ok란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이곳이 내가 살던 세상과는 전혀 다른 세계임을 직감했다. 내 안에서 알 수 없는 환호성이 절로 나온다.

끝없이 펼쳐진 대지위에 넓고 긴 건물, 층층마다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이곳저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한 손에는 경매 책자에 열심히 볼펜으로 표시를 하는 이들이 눈에 띈다. 마치 이 순간에 인생을 걸고 있는 듯한, 진지한 표정들이다.

어떻게 이 세계에 빠져들게 되었을까? 나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이 많은 사람들이 어디서 모였는지 젊은 세 대부터 주부들, 칠십 넘으신 어르신들, 휠체어를 타고 온 남자분도 보인다.

병원에 가보면 환자들로 가득하더니 경마장에 와 보니 모든 사람들이 이곳엔 또 다른 삶의 무게를 짊어진 이들이 모여 있다.

다른 얼굴, 다른 사연, 그러나 비슷한 눈빛, 다양한 사람들의 표정 또한 어떤 기분인지 알 거 같다.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니 사람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나는 말을 보기 위해 트랙 쪽으로 다가갔다. 다음 경기를 앞둔 말과 기수들이 줄지어 걸어서 워밍업을 하고 있다. 백마는 마르고 조금 지쳐 보이는데, 흑마는 윤기 나는 털에 근육이 단단해 보인다. 어떤 말은 불안한 듯 머리를 흔들며 옆으로 걷는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곧 경주가 시작된다. 누구를 위하여 온 힘을 다해 달려야 하는가? 백마, 흑마 여러 말들이 경쟁을 하며 치열하게 달린다.

말 등위에 올라탄 기수가 속력을 내라고 채찍질을 한다. 말들이 눈앞을 질주하며 다가올 때, 땅을 울리는 말굽소리와 함께 심장이 두근거리고 짜릿한 기분이 든다.

또한 온몸에 전율이 흐르고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함성을 지르고 사람들의 환호는 경기장을 가득 메운다. 말이 달려 나갈 때의 박진감은 분명 흥분을 자아내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경마장의 공기는 흥분으로 가득 차 있고 말굽소리는 마치 북소리처럼 경기장을 울린다. 말들이 질주하며 뿜어내는 먼지는 코끝을 스치고 긴장감은 극에 달한다.

말이 눈앞으로 지나갈 때의 그 현장감은 어디서도 체험하기 힘든 확실히 이곳만의 이색적인 볼거리다.

말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3등을 달리던 말이 기수의 채찍에 1등으로 들어온다. 울고 웃는 사람들이 바뀌는 순간이다.

누구나 건강하고 잘 뛸 수 있을 거 같은 말에 투자를 할 듯하다. 1등으로 들어오길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같은 마음이리라.

그러나 경마장에 돈을 건 사람들은 말에 운명을 시험하는 듯, 초조한 얼굴로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나도 전광판을 바라보았다. 투자한 금액이 상상할 수 없는 숫자가 올라간다.

경마라는 세계는 나와는 동떨어진 삶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한복판에 서 있으니 묘한 생각이 든다.

이 많은 사람들이 경마를 처음 시작했을 때, 그저 호기심으로 소소한 취미로, 그러나 언제부턴가 금액과, 기대감이 커지고, 하루의 감정까지 이 경주에 맡기게 되었을지 모른다.

사람들은 경마를 통해 일시적인 즐거움과 돈을 벌기를 기대하는 마음이겠지만 결국 허망함과 공허함을 느낄 것은 짐작이 간다.

물질의 풍요, 성공에 대한 욕망이라 할까? 경마장을 찾는 사람들의 심리임을 안다.

이곳에 심리상담소가 있다. 사회적으로 도박에 빠져 혼자의 힘으로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곳이라고 한다.

결국 경마는 단지 경주가 아니다. 사람들의 욕망이 달리고,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또 하나의 인생무대이다.

지인을 따라 처음 와본 경마장은 인생의 활력과

피폐한 삶의 단면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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