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자의 귀환 그 이후, 나의 직장생활 28년 (10)

신입대리 중국을 누비다(6)

by 리본안

예수께서 떡을 가져 축사하신 후에 앉아 있는 자들에게 나눠 주시고 물고기도 그렇게 그들의 원대로 주시니라. (요한복음 6장 11절)


중국 여행을 이야기하면서 음식을 빼놓을 수는 없겠죠?

중국 전역을 그렇게 돌아다닐 때마다 H대리는 그 지역에 유명한 음식이 있으면 반드시 맛집을 찾아갔습니다.

또한 앞서 언급한 것처럼 중국에 투자조사를 위하여 왔다고 하면 시장부터 공단의 말단 공무원까지 어느새 소문을 듣고 떠들썩한 환영회를 열어주었고, 역시 산해진미의 중국음식으로 접대를 해주었기 때문에, H대리조차 음식이름을 알지 못하여, 일일이 통역하기를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같은 이름의 음식이라도 식당에 따라 조리방법이 다르기에 음식을 주문할 때는 어떻게 요리를 하는지 H대리가 묻거나 식장 주인이 미리 설명해 주는 예가 많았습니다.


이 글의 목적이 여행기가 아니고, 또 요즘은 먹방이 유행하여 누구나 중국의 음식들에 대하여 잘 접근할 수 고, 생생하게 잘 전달해 주는 여행전문가들이 많기에, 저는 기억에 남은 에피소드 중심으로 간략하게 언급하겠습니다.


중국에서 만난 음식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훠궈였습니다.

그 당시 한국에서는 끓는 육수에 음식을 데쳐서 먹는 것(그 당시는 그나마 일본식 사브사브가 있었습니다.)이 오늘처럼 대중화되지는 않았기에, 저는 그때까지 이러한 음식을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습니다.

반면 중국에는 이렇게 끓는 물에 음식을 데쳐 먹는 식당은 많이 있었습니다.

특이한 것은 테이블에 앉아 메뉴판을 보고 주문하는 우리와는 달리, 중국의 식당은 음식재료를 입구에 진열해 놓았는데(싱싱하고 때로는 살아있는, 어느 식당에서는 새끼 악어가 조리되고 남은 반조각 상태에서 걸려있기도 하였습니다!) 여기서 음식재료를 일일이 지정하고 주문하고는 식당 테이블로 들어가 음식재료가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방식이었습니다.

아마도 재료가 신선한 것이고, 주문할 재료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니, 속이지 않고 투명하게 운영한다는 의미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북쪽지역 어디선가 역시 훠궈집에 들어가면서 각자가 먹고 싶은 재료를 선별하였는데, (이때는 어느 정도 익숙해져 고르는 패턴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그중에 눈에 띄는 재료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몸에 좋다는 미꾸라지였습니다.

이사님과 저는 한국에 있는 맛있는 추어탕의 재료로서 미꾸라지가 아주 반갑게 여겨져 오랜만에 몸보신을 해보자는 생각에 스스럼없이 그것을 선택하였습니다.

그렇게 주문을 하고는 테이블에 앉아 있으니 각종 채소와 고기 재료들이 들어오는데, 뚜껑이 덮인 냄비가 하나 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종업원이 웃으면서 그 뚜껑을 열자 살아있는 미꾸라지들이 꿈틀거리고 있었습니다!

이사님과 저는 그것을 보는 순간 어안이 벙벙해졌습니다.

아무리 신선한 재료를 준다고 하지만 살아있는 미꾸라지라니요?

문제는 야채가 어느 정도 익고 고기류를 넣어야 할 때 발생하였습니다.

아무래도 고기를 넣기 전에 생소한 소재인 미꾸라지를 넣어야 할 듯하여 냄비를 든 채로 뚜껑을 열고 살아있는 미꾸라지를 그대로 부었습니다.

그러자 난리가 났습니다.

혈기가 왕성한 미꾸라지들이 뜨거운 물이 살결에 닿자마자 용솟음치며 화로 밖으로 뛰쳐나온 것입니다.

테이블 위에는 화난 미꾸라지들이 이리저리 몸부림치며 육수 국물을 사방으로 튕기고 있었습니다.

이사님과 저의 옷은 육수가 튀어 엉망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 예상하지 못한 사태에 놀라 어쩔 줄 몰라하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 있던 종업원이 웃으면서 집게를 가지고 왔습니다.

그리고는 익숙하다는 듯이 집게로 꿈틀거리는 테이블 위의 미꾸라지들을 다시 잡아 옆의 냄비에 넣어 모아서는 버리지 않고 태연히 다시 육수에 넣는 것이 아닙니까?

그리고는 미꾸라지들이 튕겨 나오지 않도록 냄비의 뚜껑으로 막아 꾹 누르면서 마치 미꾸라지는 이렇게 다루는 것이라는 듯 태연하게 서 있었고, 얼마 후 뚜껑을 열고 집게로 꺼내 저와 이사님의 앞접시에 친절하게 담아주는 것이었습니다.

이사님과 저는 어쩔 수 없이 그 미꾸라지를 통째로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듯하여 양념이 없는 통 미꾸라지를 먹는데 정말 아무 맛도 나지 않았습니다.


그럼 요리의 천국인 중국에서 맛본 많은 음식 중 가장 맛있는 음식으로 무엇을 뽑을 수 있을까요?

북경 오리요리나 하얼빈의 새우와 돼지고기를 넣은 만두?

아니면 그 유명한 광둥의 애저(새끼 돼지) 요리일까요?

저에게 최고의 요리는 아마도 절강성 항저우 근처에 있는 게요리를 으뜸으로 치고 싶습니다.

이 게는 연중 특정 시기(가을)에 바닷가와 강가의 경계에 있는 지역에서만 잡히는 데, 이 게를 요리하는 방법은 특별한 양념 없이 그냥 물과 소금에 삶는 것이 전부라고 합니다.

이 요리가 얼마나 맛있길래 첫 번째로 손꼽냐고요?

저는 맛도 맛이지만 이 요리의 맛을 묘사하는 중국인 특유의 과장 어린 서술의 기교에서도 이것을 으뜸으로 치고 싶습니다.

'이 요리를 먹을 때는 가늘고 긴 끝이 갈라진 스푼을 사용하여 파 먹어야 하는데, 한 시간가량 소요된다.

(어른 주먹만 한 크기인데 한 시간이나? 그만큼 조그마한 살점이라도 남기는 것이 아까워 낱낱이 긁어먹어야 한다는 말인가?)

이 음식은 자식에게 주기도 아까와서 자식들을 다 재워놓고 부부가 밤에 몰래 먹는다.'

H대리는 절강성으로 가는 답사계획을 이 요리를 먹기 위하여 가을에 잡았더랬습니다.

이 맛있는 음식을 백사, 청사의 전설이 깃들어 있어 우리에게도 익숙한 항저우의 서호(西湖)에서 배를 타고 은유시인처럼 가을정취를 느끼며 먹을 수 있어 더욱 기억에 남았나 봅니다.

세계 3대 요리 대국이니 중국 음식은 참 종류도 다양하고, 맛도 있었지만, 장기간의 여행을 다닌 한국 토종인에게 아쉬운 맛이 하나 있었습니다.

(저는 음식을 가리지 않는 편에 속하기 때문에 이탈리아에서 3개월 머무르게 될 때에도 아침에는 호텔의 조식을 먹고, 점심 때는 공장 근처의 카페테리아에서 샌드위치, 샐러드를 먹었고, 저녁때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을 때 보통 한 번은 피자, 한 번은 중국식당에 가서 밥을 먹었을 만큼, 중국음식은 같은 동양인인 저에게는 한 끼는 밥을 먹을 수 있는 좋은 안식처가 되어 주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때도 역시 한 가지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예, 그것은 매운맛이었습니다.

중국의 산해진미는 대체로 기름지고 단맛이 강하거나 향이 강했지만 매운맛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따라서 H대리는 이러한 한국인의 입맛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중국에서도 매운 음식이 있는 특정한 지역에 가면 반드시 매운 음식을 시켜주곤 했습니다.

중국에서 매운 음식으로는 산동성과 사천성 음식이 유명하다고 합니다.

산동성과 사천성은 매운 음식으로 서로 경쟁하는데 한쪽 지역이 '우리는 우리 음식을 먹을 때 매울까 겁난다.'라고 떠벌리면, 다른 지역은 이에 질세라 '우리는 음식을 먹을 때 우리 입맛에 맵지 않을까 봐 겁난다.'라며 매운맛에 대한 자부심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이 두 지역이 매운 음식을 즐기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이 두 지역의 매운맛은 그 성격이 다릅니다.

그 이유는 매운맛을 내는 소재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산동성은 고추의 주산지입니다.

우리가 한참 중국산 김치를 수입했을 때, 산동성에서 김치나, 고춧가루 등을 수입하였습니다.

따라서 산동성의 음식의 매운맛은 우리에게 익숙한 매운맛입니다.

강렬한 매운맛 뒤에는 단맛이 나고, 음식을 삼킨 뒤에는 식도까지 얼얼해지고, 그 매운맛은 오래갑니다.

따라서 산동성에서의 여행은 보다 활기차고 신날 수밖에 없었는데 우리와 음식의 궁합이 맞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반면 사천성의 매운맛은 다른 것입니다.

이 매운맛을 한자로 마(痲)라고 표현하는 데, 입안이 마비된다는 뜻이었습니다.

저희들이 사천성의 성도인 청도에 갔을 때, 사천성 요리 역시 매운맛으로 유명하다고 해서 우리는 유명한 식당에 갔습니다.

식당에서 나온 음식은 훠궈였고, 이 훠궈의 국물이 다른 지역과는 달리 아주 매운맛이 났습니다.

H대리가 이 국물에서 매운맛을 내는 재료가 바로 이것이라고 빨간색의 쌀알보다 작은 크기의 마른 열매(초피, 후추 같은 것)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웃으면서 먹어 보겠냐고 하기에, 그 정도 크기의 고추라고 해봐야 얼마나 매울까 생각하고 냉큼 먹었다가 죽는 줄 알았습니다.

먹자마자 온 입만이 마치 전기에 감전된 듯이 마비되어 얼얼하였습니다.

고추의 매운맛이야 물을 먹거나 음식을 먹으면 완화되었지만 이 매운맛은 도대체 대책이 없었고, 그저 사라지기만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것도 상당한 시간 동안...

이 음식이 20년이 지난 지금 한국에서 가장 핫한 중국음식(마라탕)이 되리라고는 그때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중국의 절강성으로 향하는 길에 유명한 유적지를 방문한 때는 더운 여름날이었습니다.

역시 별 볼 일 없는 이름만 유명한 유적지를 둘러보고 나서는 목이 마르기도 하는데 길거리에 눈에 띄는 간식이 있었습니다.

이 지역에서는 유명한 간식이라고 하는데,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우리도 기다리다가 하나씩 먹었는데, 이사님이 한 말씀하셨습니다.

"아니 애꿎은 과일에 무슨 짓을 한 거야"

그것은 특유의 과일맛은 나지 않고 물엿 맛만 나는 간식이었습니다.

이 간식 역시 20년이 지나 한때는 줄 서도 못 먹는 한국의 국민적인 간식거리가 될 줄은 이때 미처 몰랐습니다.

바로 '탕우루'입니다.


예수님께서 베푸신 오병이어의 기적은 오천명의 군중이 원대로 먹고도 남을 만큼 풍성했습니다.

저는 오늘도 자비로우신 하나님이 굶주린 자들에게 동일한 기적을 베푸시길 기도합니다.

오 년 전 그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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