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최강 빌런 Mr. A (1)
'The Notorious Mr. A (악명 높은 바로 그 미스터 A)'
그는 자동차회사의 부품의 품질을 관리하는 구매팀의 SQE(Supplier Quality Engineer)였습니다.
수만 가지가 넘는 자동차 부품을 맡는 수많은 SQE 중 우리가 속한 자동차 촉매의 글로벌 담당자는 한국지사에 있는 Mr. A였습니다.
그는 우리 본사를 비롯하여 G사에 자동차촉매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들에서 품질을 담당하고 있는 부서의 모든 장들에게 'The Notorious Mr. A'라고 불리고 있었습니다.
보통 서양인들이 안면을 트게 되면 'Mr'라는 호칭에 성을 부르지 않고 이름을 부르는 것이 관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는 그에게만은 Mr. A라고 깍듯이 불렀으며, 내부의 우리들 사이에서 그를 언급할 때, 'The'라는 특정관사를 붙였습니다.
그는 자동차촉매의 공정과 제품에 대한 방대한 페이지의 checklist(점검사항)를 만들어 업체를 관리 감독하였고, 이 checklist는 우리 회사에서는 오히려 자동차촉매의 제조품질관리의 모든 매뉴얼이 담긴 bible로서 숭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모든 품질/제조 담당자들이 study 하고 숙지해야 할 교육자료로 활용되었을 정도였습니다.
이런 우수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거기에 다가 자신의 일에 혼을 담아서 일을 하니, 이런 사람을 직원으로 둔 사람(회사)은 너무나 신나는 경우이겠지만, 이러한 사람을 적(고객의 감독관)으로 둔 사람들은 잘못 보이면 바로 지옥행 열차를 타게 되는 고통스러운 직장생활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런데 바로 그가 한 때 직장동료였던 P상무의 이 사태에 불만을 품고 이 사태에 직접 개입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R팀장님 큰일 났습니다. 우리 회사가 'Red flag'를 맞았어요. 그것도 여섯 개나요."
그 P상무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H품질팀장이 저에게 달려왔습니다.
"예? Red flag요? 그게 뭡니까?"
Red Flag는 품질 불만 경고등의 일종으로 G사에서 불량품을 납품하거나, 품질 불량과 관련하여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 자동차부품업체들에게 G사의 품질부서에서 자체의 글로벌 품질 전산망에 띄우는 경고장입니다.
그 품질 경고등이 전산망에 떠오르면 해당 자동차부품 공급업체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그것에 대하여 답을 내놓아야 합니다.
이 답이 시원치 않거나, 기일을 어기면 그 업체는 불량업체로 찍히게 되고, G사에 공급하는 것을 정지당할 수 있으며, 특히 개발하는 신제품 program에 biding(입찰에 참여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자격을 상실하게 됩니다.
보통 이 경고사인을 하나만 받아도 업체들은 전사가 비상상황에 돌입하게 되는데, 우리는 이것을 한꺼번에 여섯 개나 받았습니다.
특히 지금과 같이 성숙한 품질시스템으로 무장되어 검증된 부품업체만 납품을 하는 안정된 품질시스템 상황에서 보기 드문 사례였습니다.
따라서 이번 경고사례는 G사의 모든 품질(구매) 담당자들에게 조차 '이게 또 무슨 경우지' 하고 주의를 끄는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그렇게 잘못한 게 있나요? 지금까지 납품하면서 G사에서 크게 불만이 없었잖아요?"
저는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영문을 알 수 없어 H팀장에게 물었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데 그 내용에는 전에 문제가 되었던 그 lot의 Rh(로듐)의 불량 건도 있어요"
"예?"
저는 갑자기 H팀장의 입에서 그 사건이 튀어나오자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그들이 그것을 어떻게 알아서요?"
"뻔하잖아요? 내부(영업)에서 찔렀겠지요? 안 그러면 그 많은 lot 들 중에 어떻게 그걸 찾아냈겠어요?"
우리가 그동안 생산하고 납품한 lot가 백여 개가 넘는다고 했을 때, lot마다 관련된 서류가 20여 장이 넘으니 결국 수천 장이 넘는 서류 중에서 그 lot의 Rh 분석수치를 발견하고 지적할 확률은 거의 없었습니다.
순간 P상무가 G사 연구소 출신이고, 연구소와 구매부서는 업무적으로 막역한 사이라는 것과, G사와 자주 접촉하고 있는 영업팀 직원들이 P상무 편에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 내었습니다.
어벤저스의 최강의 적인 타노스는 그 존재만으로도 막강해 어벤저스가 다 붙어도 결국 이기기 힘들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그러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적이 우주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6개의 인피니티 스톤까지 가지게 되는 순간, 우리는 우리의 주인공들이 반이상 죽는 인피니티 워의 결말을 허망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Mr. A가 게다가 하나도 버거운데 6개의 Red flag를 던졌으니 어벤저스도 아니고 평범한 일상도 버거워하는 일반인인 우리의 마음은 어떠했겠습니까?
게다가 Mr. A는 우리 회사에게 품질관리시스템에 100여 가지가 넘는 부적합 건수가 발생하였다고 list를 작성하여, 우리 회사의 본사에 있는 CEO에게 직접 메일로 보내었습니다.
(품질시스템을 감사(Audit)하는 고객이나 인증기관에서 감사 후 지적하는 부적합 건수는 서너 개 정도가 일반적이고, 많아도 10개를 넘지 않는 것이 통상적인 관례입니다.)
이 문제에 저희 한국 공장은 말할 것도 없고, 본사 전체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앞에 서술한 것처럼 세계에 수십 개가 넘는 공장을 가진 자동차 생산 1위인 G사에 자동차촉매를 다시 납품하려는 전진기지로서 한국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중요한 한국공장이 자동차부품 품질 역사상 전대미문의 대량 고객불만 사태를 일으킨 것입니다.
본사에서는 즉시 이 사태를 처리할 책임자로 60세 가까이 된 우리 회사의 최고의 품질 베테랑 B를 한국으로 파견하였습니다.
"Mr. A, Nice to see you again (다시 만나서 반갑습니다.), I am so sorry what made us to meet again. (이런 일로 만나게 되어 죄송합니다.)"
60이 넘은 B는 Mr.A를 몇 번이나 만났지만, 여전히 Mr. A라고 성을 부르고 있었습니다.
"Nice to see you again. Mr.T)
" Oh, no, just call me B (아, 아니에요, 그냥 B라고 편히 부르세요)"
30대 초반의 Mr. A는 T로 시작하는 성을 가진 할아버지를 자연스럽게 B라고 이름을 부르고 있었습니다.
"야 P, 네가 이 사태를 책임지고 맡아라. 네가 Mr.A의 counter partner(담당자)다"
"내가 왜? 이번 불만 리스트는 내가 벌인 일이 아니잖아?"
P상무는 자신에게 이 사태의 책임자를 맡기려는 C사장에게 발끈해서 소리 질렀습니다.
"이건 품질(팀장)과 제조(팀장)가 저지른 일이야! 그리고 네가 걔들의 보스잖아?"
"아니지. 현재는 네가 공장장이거든. 그러니 이건 너의 일이야!"
C사장은 정색을 하며 P상무를 몰아붙이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C사장 역시 이 사태가 자신을 노리고 자신을 쫓아내고자 작당하여 벌어진 일이라는 것을 짐작하고는 P상무를 전면에 배치하고 자신은 뒤로 물러나는 전략을 취했습니다.
그리고는 이 모든 문제는 생산팀장인 저와 품질팀장인 H가 경험이 부족하고 무능해서 발생하였으니, 이 두 사람을 대체할 유능한 생산팀장과 품질팀장을 한국으로 파견해 달라고 아시아 보스에게 요청하였습니다.
"그들이 너희들의 업무를 Take over(인계) 받게 될 거야!"
아시아 본사에서는 아시아에서 가장 능력 있는 품질팀장이었던 말레이시아 공장의 W를 보내었고, 인도공장에 있는 생산팀장과 생산 엔지니어를 제조의 대응을 맡을 적임자로 한국으로 파견하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세 사람 다 외국계회사에서 가장 유능하다고 인정받았던 인도인들이었습니다.
" 아니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이것도 다 C사장을 쫓아내려는 정치적인 의도에서 나온 건데... 이렇게 호되게 나무라다니... 참 나 어이가 없어서..."
우리는 G사 한국공장으로 긴급 소집되었고 1차 미팅에서 한참을 깨지다가, 깨는 사람도, 깨지는 사람도 장기간 미팅으로 지쳐버려 잠시 휴식을 취하러 뒤뜰로 나왔는데 H 팀장은 담배를 꺼내 물고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습니다.
하지만 Mr. A가 내세운 지적들이 하도 논리적이고 타당했기 때문에, 우리는 맞서서 반박할 논리도 제대로 찾지 못하였습니다.
C사장이 내세운 P상무는 이 자리에 나타나지도 않고, 강 건너 불 보듯 뒷전에 물러나 있었습니다.
"아니 그것은 내 잘못이 아닙니다. 그것은 생산 쪽에서 놓친 것이잖아요? 대부분의 잘못은 생산에서 나왔는데, 왜 저를 비난합니까?"
H팀장은 최소한 품질부서로서 자신이 특별히 잘못한 것이 없다고 변명하기 바빴습니다.
"아니, 그건 너의 잘못이야. 생산이 잘못하는 것을 발견하고 지적하고 고치는 것이 품질책임자의 업무야. 제조가 잘못한 것은 네가 감독을 잘못한 것이니, 모두 너의 책임이라고, "
본사에서 온 B의 말은 오랫 품질책임자의 경험에서 나오는 말이었기 때문에, H는 제대로 반박할 수 없었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W는 품질팀장으로서 자부심과 책임감이 남달랐고, 특히 품질과 관련된 일이라면, 동료라고 해서 봐주는 법이 없었습니다.
품질과 늘 껄끄러운 관계일 수밖에 없는 아시아의 생산팀장들 사이에서는 W를 언급할 때마다 유명한 일화 하나를 늘 언급하곤 뒤에서 쑥덕거리곤 했습니다.
W는 자신의 공장에서 간혹 불량이 발생하여 그것이 생산팀의 현장직원들이 매뉴얼을 지키지 않아서 발생한 것이라는 의심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미팅 때마다 그 사실이 의심된다고, 이 불량의 원인이 거기에 있는 것 같다고 계속 주장했는데, 생산팀장을 비롯한 생산팀에서 그것을 계속 발뺌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W팀장은 생산팀 몰래 외부 업체에게 의뢰하여 현장에 CCTV를 설치하게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품질 미팅 때, 그 CCTV 영상을 틀어주며, 자 봐라. 생산팀이 매뉴얼을 지키지 않고 있지 않느냐?라고 면박을 줌으로써 자신의 주장을 끝내 관철시켰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불 같은 성향의 W가 한국공장 품질 문제의 해결사로 왔고, W는 오자 마자 마치 외부 auditor(감사관)처럼 품질 관련 모든 문서들을 뒤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이 분야에서 십여 년 이상 근무를 하였으니 이제 겨우 2년밖에 되지 않았던 한국공장의 품질관리 시스템에서 흠집을 찾기가 어렵지 않았을 것입니다.
W는 H팀장이 자신이 무엇을 잘못하였냐라고 항의를 할 때마다 더욱 감정에 북받쳐서 이것이 문제다 저것이 문제다라고 들추어내고 지적하였습니다.
H팀장은 마침내 이러한 대내외적인 공세를 견디지 못하고 이 사태가 발생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회사를 떠나고 말았습니다.
"어이 OO아빠, 요나처럼 도망갈라고?"
저라고 이러한 상황을 벗어나고 싶지 않았겠습니까?
저는 가끔 힘들어 이 회사를 떠나고 싶을 때마다 권사님에게 전화를 걸고 하소연하고는 했습니다.
그때마다 권사님은 이스라엘의 원수인 니느웨 성읍으로 가서 복음을 전하라고 하는 하나님의 명령을 거부하고 다시스로 도망가 버린 요나의 비유를 들어 저를 애정 어린 어조로 훈계를 하시곤 하셨습니다.
이때는 그나마 철이 좀 들어 하나님의 뜻을 구하고 그 뜻대로 순종해야 한다는 생각이 저의 삶을 지배하기 시작하던 때라, 저는 이 사태에 대하여 견디고, 남아서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것을 깨닫고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하나님께서는 언제나 그렇듯이 저를 도와줄 사람들을 보내주셨습니다.
"야, R는 나의 절친(Best Friend)이야. 너희가 가는 것은 R을 도와주기 위해서 가는 거야.
가서는 R을 나 대신 보스처럼 모시고, 최선을 다해서 R을 서포트해야 돼."
인도에서 온 생산팀장은 그의 보스인 I 인도 공장장으로부터 이런 명령을 받아 왔다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사석에서 나를 '보스'라 부르고는 시킬 일이 있으면 무엇이든 시키라고 하였습니다.
당시에 아직 생산의 문서관리시스템이 수십 년 이상 생산을 관리하면서 축척된 경쟁사의 시스템과 견주어 부족한 것이 많이 있었습니다.
Mr. A의 checklist는 수십 년 관리 경력의 경쟁사에서 요구되는 성숙한 경험에서 나올 수 있는 수준을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Mr. A는 이전부터 자신의 자부심이 담긴 그 checklist를 저에게 보여주며, 한국도 결국은 여기에 도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는, 시간이 걸리니 그 기간을 유예해 주겠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갑자기 입장을 바꾸어 현재의 한국공장의 수준과 이 checklist의 대한 gap analysis(기대 표준과 실제의 차이)를 실시하고는, 이것을 당장 다 개선하라고 100여 개가 넘는 부적합 list를 뿌린 것입니다.
그중에 하나는 하루에 일이천 개씩 생산하는 모든 파트를 넘버링하고, 거기에 소요된 원재료량을 추적하라는 것이었는데, 여전히 소수의 인원으로 운영하는 우리 같은 신생공장에서는 엄두가 나지 않는 업무량이었습니다.
제가 가장 힘들어하는 이 부분을 하소연하자 두 사람은 걱정하지 말고 자신들에게 모든 파일을 넘겨달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곤 파일을 금요일에 받아가서는 주말 동안 호텔에서 밤새도록 지난 2년간의 방대한 데이터를 다 맞추고는 다음날 월요일 아침에 막대한 분량의 정리된 파일을 저에게 넘겨주었습니다.
같은 회사에서 같은 상황에서 저는 어떻게 외국 동료로부터 이렇게 H와는 다른 대우를 받을 수 있었을까요?
이제 다시 세월을 거슬러가 2년 전 제가 초창기 이 공장을 세우는 과정에서 나를 도와주었던 인도 공장장 I와 Best Friend가 되는 과정에 대하여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