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이 바람이 될 때

When Breath Becomes Air

by 투싼박

이 책은 신경외과 의사 폴 칼라니티가 36살의 나이에 폐암 선고를 받고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세상에 두고 떠나기까지의 투병 과정을 직접 써 내려간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는 악명 높은 신경외과 레지던트 생활을 거의 끝마칠 무렵 그의 모교인 스탠퍼드 대학의 신경외과 전문의 겸 교수 채용의 제안받으며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전이였다. 그때 폴은 폐암을 선고받게 된다. 7년간의 투병 생활에서 재활치료를 꾸준히 받으며 희망을 보았던 적도 있지만 결국 암이 재발하며 2015년 봄 아쉬운 그의 삶을 마감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느꼈던 본인의 생각과 경험들을 직접 집필 한 책이 바로 이 책 '숨결이 바람이 될 때'이다.


폴 칼라니티 저자 (글) • 이종인 번역; 흐름출판; 2024년 11월 22일


원래 그의 진로는 의료계가 아니었다. 영문학을 전공으로 스탠퍼드 대학에서 학사와 석사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점점 영문학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여전히 인간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들, 즉 쉽게 증명할 수는 없지만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것은 문학이라는 그의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폴은 열정, 갈망, 사랑 등 우리가 체험하는 삶의 언어가 신경 세포, 소화기관, 심장박동의 언어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호기심이 점점 커져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생물학, 도덕, 문학, 철학이 교차하는 곳이 어디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자신에게 묻게 되고 결국 의학의 길을 걷기를 택한다. 폴이 걸었던 이러한 인생은 이 책에서 잘 느낄 수 있다. 의료과학의 분야 특성상 이와 관련한 글을 쓸 때에 틀이 있는 문법에 정확한 문장을 사용하여 사실을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둔다. 그러다 보면 생각의 방식 역시도 이 문법을 따라갈 수 있다. 하지만 폴은 커리어 초반 영문학을 전공한 덕인지는 몰라도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섬세하고 감각적인 방법으로 이 책을 집필하여 독자로 하여금 그의 생각에 흠뻑 동화되게 한다.


누구나 언제가 죽는다는 것을 알고 살아가지만 곧 죽는다고 생각하며 살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하지만 큰 병을 앓고 있는 상태라면 어떨까? 당장 내가 1년 안으로 죽을 수도 있다면? 그리고 이 1년이라는 시간도 운이 좋아야만 가능하다면? 당장 무엇해야 할지 정하는 것조차도 쉽지 않을 것이다. 폴 역시도 그러했다. 진단 후 초반에는 너무나도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다. 칠흑 같은 짖은 죽음이라는 그림자 아래에서 폴은 '나는 계속 나아갈 수 없어.'라고 생각하며 모든 행동들이 무의미하다고 느꼈다. 그러나 이 순간에 다시 활기를 찾아준 것은 결국 문학이었다. 오래전 학부 시절에 읽었던 사뮈엘 베케트의 구절을 떠올리며 다시 활력을 찾고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선택한다. 그리고 폴은 계속해서 그 구절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나는 계속 나아갈 수 없어, 그래도 계속 나아갈 거야 (I can't go on. I'll go on).' 병이 다시 재발하여 세상과 이별하기 전까지 이 책을 마무리했다. 그렇게 그의 마지막 숨결인 이 책은 바람이 되어 많은 독자들에게 전달 될 수 있었다.


어려서부터 다 큰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나는 죽음을 가장 무서워한다. 어린 시절에 달리 큰 사건이 없었음에도 죽음을 두려워했다. 어둠 속에서 혼자 영원히 갇혀 있을 것이라는 상상이 날 두렵게 했었다. 그리고 성인이 된 지금도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을 대면을 할 때면 감정이 많이 흔들려 다시 극복하는 데에 고생을 하곤 한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도망가는 것이 답은 아니라 생각했고 그 답을 찾고자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는 오히려 더 죽음이 무서워졌다. 읽는 내내 너무나 무서웠다. 생생한 그의 생각과 경험들 그리고 삶에 대한 의지는 나의 삶에 대한 의지를 더 끓어오르게 했고 더욱 죽음에서 도망치고 싶게 만들었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전보다 더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현재 하는 일들에 대해 좋은 점을 찾고 몰두하고자 노력 중이다. 이것이 결국 폴이 책을 집필한 이유였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난 지금, 하나 원하는 바가 있다면 폴이 이 세상과 작별하기 전 '그래도 태어나서 좋았다'라고 생각하길 바란다.


폴 칼라니티와 아내 루시, 딸 케이티의 마지막 가족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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