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선택한 이유
얼마 전 영화 ‘더 웨일 (The Whale)’을 보게 되었다. 영화 자체에 평가가 좋았고 넷플릭스에서 곧 사라질 것이라는 안내 메시지가 있었기 때문에 서둘러 시청하게 되었다. 영화는 아주 좋았다. 영화가 가지고 있는 내용들은 누군나 한번쯤 고민했을 법한 내용이기도 하고 이를 가지고 곱씹어 생각하는 유희도 제공했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 다른 사람들의 리뷰를 찾아보며 내가 느꼈던 감정이나 생각을 비교해 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유튜브나 인터넷으로 리뷰를 찾아보던 중 이 영화의 내용이 책 '모비딕'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실 영화 내용 안에서도 모비딕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하고 제목 자체가 고래이기 때문에 이 당연한 사실이 그 다지 놀랍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전부터 고전 문학에서 가장 유명한 책 중에 하나로 알고 있기도 했고 커다란 고래에 대한 동경이 있던 나로서는 다음으로 읽을 책을 '모비딕'으로 선정하는 데 큰 동기가 되었다.
간단한 줄거리
'Call me Ishmael' 소설은 이 첫 문장과 함께 시작한다. 한국어로 번역한다면 '나를 이스마일쯤으로 해두자'라는 의미가 된다. 꽤 유명한 문장으로 미국 문학 작품 중에서 가장 유명한 문장이다. 이스마일은 이 소설의 주인공으로 포경선 '피쿼드'호에 승선하여 선장 에이해브를 따라 전설적인 고래 '모비딕'을 쫓는 항해를 시작부터 끝까지 있었던 사건, 사고들을 한편 한편 설명한다.
에이해브는 이전에 모비딕과의 싸움에서 다리를 잃어 그에 대한 복수의 일념으로 살아가는 인물이다. 에이해브는 모비딕을 향한 광적인 집착으로 항해를 리드하며 결국 태평양 바다에서 모비딕을 마주하게 된다. 이때 초자연적인 상황들이 모비딕을 포기할 것을 설득을 하고, 이에 대해 선원들도 에이해브를 더 이상 좇지 않을 것을 제안하지만 복수가 가시권 안에 있다고 생각한 에이해브를 그 누구도 말릴 수는 없었다. 결국 에이헤브는 모비딕에게 복수의 작살을 꽂게 되지만 작살에 연결되어 있던 밧줄이 목에 감기는 바람에 그대로 끌려가 죽게 된다. 그리고 이로인해 화가 잔뜩 난 모비딕은 결국 피쿼드 호를 들이받아 배를 침몰시키게 되고 주인공 이스마일을 제외한 다른 모든 선원들은 바다로 수장된다. 후에 이스마일은 레이첼 호라는 배에 구조되는 것으로 소설은 마무리된다.
인상 깊은 점
책의 서술방식은 단편들을 엮어 결론으로 도달하기 때문에 읽으면서 한 편의 시트콤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다른 느낀 점으로는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했기 때문에 인물들 간의 행동을 관찰하고 갈등의 변화만을 기대했었지만 이 소설은 전혀 다른 면을 보여주었다. 고래와 포경 작업에 대해 꽤 사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서술하기 때문에 읽다 보면 백과사전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고래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뿐만이 아니라 포경업의 작업과정을 순서대로 상세하게 설명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 시절의 포경업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도 있다. 포경업 자체가 굉장히 낯선 산업이어서 나에게는 이런 점이 신선하게 다가오기도 했지만 그만큼 몰입을 방해하기도 했다. 중간중간 나오는 배에 관한 생소한 용어들이나 상황에 대한 설명들이 처음 접해보는 것들이었기 때문에 인물들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주곤 하였다. 하지만 이때 이 책의 장르가 소설이라는 것이 장점으로 다가왔다. 소설을 읽으며 가지게 되는 등장인물들에 대한 애정들이 기꺼이 상황을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을 일으켰고 직접 모르는 부분들을 찾아가며 책을 읽어 갈 수 있게 해주는 힘이 되었다. 이에 더해 등장인물들의 성격을 이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래를 어떻게 사냥하고, 운반하고, 기름을 추출하는 지를 각각의 역할과 수행과정을 설명하는 하기 때문에 내용을 상상하기와 빠져들기가 쉬었다. 포경업에서 종종 발생할 수 있는 실수나 사건들도 함께 나오기 때문에 이야기의 사실감이 더 살아났다. 책 내에 있는 포경업과 고래에 대한 사실은 현대에 와서 달라진 것들도 있다고 알고 있지만 지금처럼 정보들을 쉽게 얻을 수 없는 시기였음을 감안한다면 작가 '허먼 멜빌'의 포경업과 고래에 대한 관찰력과 열정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마치며
작가 허먼 멜빌이 실제로 포경선에서 일을 하며 후에 꼭 이 과정을 소설로 담아내겠다고 다짐했다. 소설가에게 필요한 재능은 여려가지가 있을 것이다. 문학적 재능, 창의력, 집중력과 끈기 등등이 있겠지만 모비딕을 읽으며 새로 알게 된 작가에게 필요로 한 재능은 어떤 분야에 대한 '관심'과 '관찰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내가 현재 하는 일에 대한 관심과 관찰이 후에 내 의지에 의해 소설로 재탄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곧 내 삶이 소설이 될 수 있고 나 역시 어떤 소설 속 주인공으로써 살아가는 중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러니 나의 소설을 잘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나의 하루하루를 잘 살아가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