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는 몇몇 좋아하는 만화들 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만화이다. 어릴 적 어느 날 형이 가져온 슬램덩크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보았었다. 최근에는 슬램덩크 영화도 나왔고 이 영화도 역시 몇 번이나 재시청을 했다. 솔직히 슬램덩크가 내 인생에 미치는 영향력은 대단하다. 이 만화를 통해 팀스포츠의 스피릿을 배울 수 있었고 성장에 있어서 어떤 노력들이 필요한지 알게 해 줬다. 성장기뿐만이 아니라 현재까지도 삶이 힘들 때면 슬램덩크를 다시 보고 초심을 찾곤 한다. 그랬기 때문에 슬램덩크를 그린 작가인 다케이코 이노우에는 그다음 작품인 배가본드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었다. 작가의 그림과 이야기를 너무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이 배가본드 역시도 너무 나 훌륭한 작품이었다. 만화 배가본드가 대단한 점은 작가가 그림을 일일이 손수 그렸기 때문에 그림의 퀄리티가 상당했고 그 속의 이야기 역시 철학적인 내용이었기 때문에 다독을 하기에 충분했었다. 그러나 그만큼 큰 단점을 가지고 있었는 데 연재, 발행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었다. 점점 한 권 한 권 늦게 나오기 시작하다가 2014년 37권을 마지막으로 현재 2025년까지 약 11년이 넘도록 연재가 되지 않고 있다. 이야기에 몰입이 되어 이미 팬이 되어버린 나는 그저 다음 발행을 기다리기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나 역시도 자연스럽게 배가본드에 대한 생각이 서서히 사라질 즈음에 슬램덩크 영화도 재시청을 하게 되었고 또 관련 콘텐츠를 유튜브에서 우연히 보게 되면서 다시 배가본드에 대한 갈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 갈증을 해결하기 위해 내가 내린 선택은 배가본드의 원작으로 알려진 소설 '미야모토 무사시'를 읽기였다.
책소개
소설 미야모토 무사시는 일본 역사상 가장 유명한 검술가이자 사무라이로 알려진 미야모토 무사시의 생애를 장편 서사로 소설화한 작품이다. 일본사에서 가장 유명한 전투로 알려진 세키하가라 전투를 배경으로 패잔병이 된 무사시가 나오며 소설이 시작된다. 이후 혼란과 부상을 겪은 뒤 3년간 감금된 후 풀려나 검술과 삶의 의미를 찾아 전국을 떠돌며 수련하고 많은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여러 스승과 문파 및 적들과의 전투에서 승리하고, 독창적인 두 칼을 사용하는 검술 스타일인 니텐이치류를 터득하게 된다. 내적 성장, 인간관계, 사랑과 갈등을 거쳐 라이벌 사사키 코지로와 간류지마의 결투로 소설은 마무리가 된다.
소설을 읽는 중에는 만화와 소설에서의 캐릭터들이 차이에서 느껴지는 간극 때문에 솔직히 몰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서로 같은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소설과 만화는 캐릭터를 전혀 다른 성격으로 그리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만화와 소설은 전혀 다른 작품이었다. 가장 차이가 나는 캐릭터는 사사키 코지로다. 만화 배가본드에서 사사키 코지로는 농아로 나오지만 소설에서는 오히려 말을 굉장히 많이 하는 캐릭터로 나온다. 이미 만화 속 코지로를 먼저 인식하고 있었던 나는 수다쟁이 코지로가 그리 반갑지는 않았다. 게다가 만화 속에 코지로는 농아여서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자기 자신이 보고 느끼는 것들을 통해서만 세상과 소통을 하기 때문에 굉장히 순수한 인간으로 그려지는 데 반해 소설 속 코지로는 말을 이용해 사람들과 분쟁을 일으키고 건방지고 무례한 인간으로 그려진다. 코지로뿐만이 아니라 다른 캐릭터들이 만화와 어느 정도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독서 중에 심리적 방지턱에 계속해서 덜그럭 덜그럭 하게 되었다.
그러나 역시 소설도 그 자체의 탐독하기에 충분했다. 무사시는 검을 통해 최고가 되겠다 마음을 먹고 전국을 유랑하며 많은 고수들과 대결을 하게 된다. 흔히 최고를 향해 간다는 것을 좁고 높은 정상을 향해 가는 등산으로 표현한다. 정상을 향해 걷다 보면 함께 하는 동료가 생기기도 하지만 그 자리는 너무나 좁기 때문에 모두가 정상의 자리에 있을 수는 없다. 때문에 정상을 향한다는 것은 결국 다른 사람들을 이겨가며 나아가야만 하기 때문에 적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무사시 역시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을 죽이게 되면서 많은 원수들을 만들어 내게 된다. 나 역시도 내가 세운 원을 이루기 위해 누군가의 기회를 뺏어가며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로 사람들과 적이 된다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하지만 무사시는 자신의 행한 일에 대한 결과로 생긴 원수들과 자신에 대한 모욕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저 검의 세계의 최고가 되겠다는 길을 묵묵히 나아간다. 이를 보며 나는 나 자신이 어떤 비겁한 면을 보게 되는 기회가 되었다. 내가 원하는 결과를 가지면서도 어느 하나도 잃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어쩌면 너무나 이기적인 면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나 역시 내가 세운 원에 대한 결과의 반대급부로 원치 않는 결과들이 함께 나온다 하더라도 내가 세운 선택과 행동에 대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책임질 수 있도록 나를 단련해야 할 것임을 다짐했다.
자신의 원을 세우고 그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소설을 추천한다. 당신이 세운 목표의 길 끝에는 무엇이 있을지 모르지만 최고의 검객이 되겠다는 무사시의 일련의 사건들, 그의 생각, 그리고 그가 만나는 사람들이 나오는 소설 미야모토 무사시는 당신의 마음에 큰 파도를 일으키고 감동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