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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와 잘 살기...

제9편 무서움이란....

by 이and왕

아내가 일깨워준 무서움...

어느 날 아내가 “우리 집에 새들이 찾아와” 한다.

“새? 우리 집이 산이 있는 전원주택이니 새들이 오는 것이 당연하지”

“아니.. 우리 집 주위에 또는 마당에 잠시 잠시 놀러 오는 새들이 아니고 현관문 쪽 위로 새들이 와”

“현관문?”

나는 아내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지를 못하여 고개를 갸웃 뚱하니까

아내는 답답한지 나를 이끌고 현관문 쪽으로 데려갔다.

“저기 있잖아... 저기..” 하며 현관문 입구 좌측 위쪽 지붕밑면을 가리킨다.

하지만 아내가 가리키는 곳에는 아무런 흔적이 없다.

“뭐야?... 아무것도 없잖아”

“아니.. 아니.. 저기는 새들이 날아오는 곳이고.. 이 밑을 봐”

하며 가리키는 아랫쪽을 바라보니 새똥이 군데군데 떨어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어... 뭐야... 이거 새똥 아냐?”

“맞아 새들이 저기로 날아와서 똥을 싸고 가는 거야 처음에는 새들이 집을 짓나하며 봤는데 집은 짓지 않고 똥만 싸고 가는 거 있지”

그런데 왜? 하는 의문이다.

새들이 집을 짓는 것도 아니고 응가가 마려울 때 와서 해결만 하고 간다고...

바지런한 아내는 매일 같이 마당 청소를 해서 현관문부터 대문까지 깔아 놓은 화강석은 언제나 깔끔했는데 왜? 새들은 우리 집 현관을 용변 장소로 선택을 했을까?

그날 저녁 TV아래에 있는 cctv 화면에 눈을 고정시키고 감시를 시작했다.

저녁 9시경... 드디어 cctv 화면상 현관 위쪽에 달아 논 cctv에서 무언가 날갯짓을 하며 날아들어 오는 새 같은 것이 포착이 되었다.

“왔어.. 왔어” 하며 후다닥 현관 쪽으로 가서 문을 “꽝”하고 여니 주먹만 한 새 한 마리가 화들짝 놀랐는지 “푸드덕”하며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헐... 진짜 새인데...”

새가 현관문 위쪽으로 날아들어 오는 것을 눈으로 직접 목격을 하고 나니 왜 우리 집 현관에서 배설을 하는지가 더욱 이상하기 그지없다는 생각이다.

아침에 현관 쪽으로 가서 아내가 임시방편으로 배설물이 떨어진 위치에 깔아놓은 종이 박스를 살펴보니 흔적으로 봐서는 적어도 두 마리 정도가 다녀가는 것 같았다.

“그럼 암수 한쌍?”

우리 부부는 머리를 맞대고 온갖 생각과 추리를 하기 시작했다.

“혹시 새들한테 돌을 던졌다거나 소리를 지른 적 있어? 그래서 복수심으로 우리 집에다가 똥을 싸는 것은 아닌가?”

또는

“배설물을 잘 봐봐 제비가 호박씨 물어 온 것처럼 우리에게 근사한 씨앗이라도 하나 주고 갈지 알아?”

또는

“새들이 우리 집을 정말 편한 곳이라고 생각을 하나 보다.. 그렇지.. 우리 집을 ”해우소“로 생각한 것을 보니.. 호호호”

새의 배설물로 인해서 조금 지저분해지는 것을 빼고는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어서 심심할 때 먹는 주전부리 간식 정도의 기분으로 말을 이어갔다.

“그럼 어떻게 할까?”

나는 아침 먹고 출근하면 저녁이나 들어오니 “새똥 정도야 뭐..”하는 정도로 치부를 하는데 아내 입장에서는 배설물이니 만큼 깨끗할 리 없는 것을 아침마다 치워야 하는 고욕스러움에 슬그머니 화가 나는 눈치다.

그날 저녁...

저녁을 다 먹고 쉬고 있는데 아내가 불쑥 묻는다.

“봤지?”

“뭘?”

“현관 위에 새들이 무서워서 못 오게 산타 닮은 사자를 걸어 놨는데”

“산타 닮은 사자?”

나는 아무 생각 없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서 미처 보지를 못하였다.

“이리 와봐... 이리”

하면서 아내가 내 팔을 잡고 현관 쪽으로 이끌었다.

“푸. 하하하.. 와.. 이게 산타 닮은 사자야? 하하하”

현관 좌측 위 모서리에는 귀여운 개가 콧수염을 달고 “메롱”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털북숭이가 보였다.

“이런 이런... 새들이 이걸 보면 너무 정답게 보여서 보금자리를 틀겠다... 하하하”

“아냐... 봐봐.. 새들보다 훨씬 큰 왕눈이 눈에다 붉은 입술... 아마 새들은 이 모습을 보면 깜짝 놀라서 다시는 못 올걸”

하며 아내는 비장한 모습으로 주먹까지 불끈 쥐고서 자신 있게 말을 하였다.

그런데... 정말 새들이 오지 않고 있다.

아내 말대로 새들은 “산타 닮은 사자” 때문인지 아직까지는 우리 집 현관에 와서 “해우”를 하지 않고 있다.

아내의 의기양양한 목소리가 들린다.

“봤지.. 봤지.. 새들이 무서워한다니까”

내가 보기에 “산타 닮은 사자”는 우습고 잔망스럽기까지 보이는데 새들이 안 오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으니 아내의 말이 틀렸다고 볼 수는 없는 입장이다.

어떻든 아내의 기발한 발상으로 새들은 더 이상 우리 집을 안락한 “해우소”로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문득 “무섭다”라는 것은 내가 정하는 "관점"이 아니고 “무섭다”라는 것을 느끼는 대상의 "관점"에서 정해지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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