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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덕유산...1951 덕유산

by 이and왕

누런 억새 산길을 걷고 있다.

구름을 머금은 바람이 불어와 콧등을 건들면

이에 질세라 햇살 머금은 억새 울음이 귓가에 속삭여 온다.

내 발길 옆에

살다가 죽다가 이천년을 견딘 주목이

겨우 생명꽃 피운 진달래 꽃등을 만지고 있다.


포격으로 움푹움푹 패인 덕유평전

젊은 남녀가 포화의 연기를 마시며 뛰고 있다.

그 옆에

너인 듯 나인 듯 밭을 이룬 억새가 춤을 추고

총탄과 포화에 반쯤 꺽인 주목은

붉은 피 잔뜩 머금은 진달래가 상채기를 어루만진다.


등업령 오르는 길...

오르막길 위로 둘숨 날숨이 힘을 보탠다.

달디단 꿀냉차를 마시며 휘둘러보니.

굽이 굽이 향적봉과 중봉 산등성이가 뒤를 받쳐주고

앞에는 남덕유산 옆구리를 삿갓봉이 찌르고 있다.

아-이곳에 있음으로 감사의 합장을 한다.


저무는 햇살을 따라

사흘전 곡기를 채운 배가 노래를 부른다.

삿갓봉 넘으면 끝막이 남덕유산

환청인 듯 영각사 스님의 목탁소리가 들린다.

홀로남은 육신이 마지막 힘을 모아

남덕유산을 힘겹게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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