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개껌과 세 곳에서 만나는 개들...
내 아내는 개를 무서워하는데 이쁘다고 한다.. 아니지.. 이쁜데 무서워한다.
어렸을 적에 까불까불 몸 장난치다가 콱 - 물렸다나..
산책하러 나가다 개를 만나면 워리.. 워리.. 아이.. 이쁘다 하다가도 개가 근처만 오면 자지러지며 놀란다.
견주도 개를 이쁘다며 워리워리 부르다가 개가 기분이 좋아서 달려가면 소스라치며 놀라는 아내를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본다.
아내는 개는 한 5미터는 떨어져 있어야 이쁘다고 말한다.
동네 한 바퀴 산책을 하다 보면 세 곳의 장소에서 개들을 만난다.
첫 번째는 정말 무섭고 사납게 보이는 덩치가 커다란 검둥이.. 조금 뒤쪽으로 불도그같이 생겼는데 짱구 얼굴하고 비슷한 조금은 만만하게 생긴 개..
두 번째는 시베리아 허스키를 닮은 잘생긴 개..
세 번째는 뾰족산 밑동이를 휘-하고 감아 돌면 조금 외진 집의 울타리 안에 묶여있는 작은 덩치의 삽살개 한 마리와 조금은 늙어 보이는 중간 덩치의 삽살개를 만나게 된다.
중간 덩치의 늙은 삽살개는 산전수전 다 겪은 견생을 살아서인지 곁눈 짓만 보내는데 조그마한 삽살개는 철딱서니가 없는 건지 자신의 임무에 충실한 건지 숨이 넘어갈 듯이 날뛰며 짖어댄다.
이 중에서 무엇보다 압권의 무서움을 주는 것은 첫 번째 만나는 검둥이다.
검둥이는 길 가 바로 옆에 묶여있어서 지나가는 낯선 사람들을 보면 뾰족한 송곳니를 드러내며 마구 짖어대어 나 또한 공포의 대상이다.
어느 날인가 검둥이가 보이지 않길래 조심조심 걸음으로 지나가는데 왕 -하며 물듯이 달려들어 까무러치게 놀란 적도 있다.
이러던 우리들의 관계가 이제는 서로 기다려지고 보고파 죽는 관계가 되었다.
아내와 내가 생각해 낸 "개껌" 하얀 뼈다귀 같은 것에 오리살이 발라져 있는 개껌..
요 개껌이 별다른 이유 없이 서로 저주하던 사이를 그리움과 기다림을 갖게 해주는 마술을 부린 것이다.
지금은 토요일과 일요일 산책길의 세 곳에서 각각의 개들을 만나는데 이제는 완전 그리움의 관계들이다.
첫 번째 만나게 되는 개는 잣나무 숲길을 지나 터벅터벅 내려오다가 조그만 냇가 위 다리를 건너면 바로 검둥이를 만나게 되는데 이때부터 검둥이는 펄쩍펄쩍 뛰며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검둥이 앞을 지나서 불도그에게 "불도그" 하며 개껌을 하나 던져주면 짱구 닮은 작은 덩치의 불도그는 뚱그런 눈을 더욱 크게 뜨면서 짧은 안짱다리를 들었다 내렸다 하며 나름 반가움을 표시한다.
그러면 송곳니를 무섭게 들어내며 짖어 되었던 커다란 덩치의 검둥이는 자기도 빨리 달라며 어울리지 않는 아양을 떤다.
지금도 검둥이는 덩치가 크고 도사견 닮은 눈매와 양 볼이 축 쳐진 큰 입을 보면 주눅이 들어서 눈치를 살살 보고는 있지만 먹이를 줄 때 한 번씩은 만지는 것을 허용해 준다.
두 번째 만나게 되는 시베리아 허스키 닮은 개는 밤나무를 휘둘러서 내려오는 길목부터 두 귀를 쫑긋 세우며 잘생긴 얼굴을 곧추세우고 쳐다보기 시작한다.
휘파람을 불며 내가 마음대로 지어준 이름 "허스키.. 허스키" 하며 부르면 두 다리를 쭉 피고 기지개도 피고 몸을 바르르 떨며 혹시 털에 잡풀이라도 붙어있는 것을 털어 내는 것 같은 몸짓을 한다.
"허스키"는 강아지 때부터 봤었는데 어느덧 내 허리까지 자라서 늠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허스키"는 다른 개들과는 다르게 "개껌"을 주어도 일단 물었다 내려놓고 나를 빤히 쳐다보며 좀 놀아달라는 모습으로 몸을 비벼 된다.
"허스키"는 내가 앞발을 잡고 같이 뛰어주며 도는 강강술래를 제일 좋아한다.
세 번째 만나게 되는 삽살개 두 마리... 이제는 한 마리다..
늙은 듯이 보였던 개가 저세상으로 간 것 같다.
그래서인지 삽살개는 개껌을 던져줘도 그전처럼 날뛰며 좋아하지 않고 꽁지만 살랑살랑 흔든다.
혼자 남은 삽살개가 슬픈듯하다..
아내가 나한테 묻는다.
"개는 왜 살코기는 안 좋아하고 뼈다귀를 좋아하지"
나는 아내를 쳐다보며 말한다.
"개도 살코기 좋아해... 우리가 살코기를 다 먹고 뼈만 주니까.. 뼈 먹는 것만 봐서 그렇게 느끼는 거지"
우리는 살면서 무서움과 두려움을 맞이하게 된다.
이럴 때 우리에겐 어떤 개껌이 필요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