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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와 잘 살기...

제16편 아내의 멋있는 언니...

by 이and왕

6녀 2남

아내의 형제자매는 8남매입니다.

장모님은 내리 두 딸을 낳으시고 아들을 못 낳는다며 온갖 구박을 받은 뒤에서야 꿈에 그리던 아들을 얻게 됩니다.

하지만 아들 하나 가지고는 성이 안 찬다는 시어머니의 성화에 아들 하나 바라고 자식을 낳게 되는데 무슨 조화인지 내리 딸만 낳게 되고 결국 내 아내를 포함한 딸 넷을 더 낳으신 뒤에야 여덟 번째에 아들을 낳으시면서 자식농사를 마치게 됩니다.

딸 부잣집 우리 처갓집..

대충 모여도 여느 집 모임 이상이고 자매들 간의 우애도 돈독해서 모였다 하면 남대문시장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시끌시끌 언제나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처갓집입니다.

그중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은 위에서 두 번째 처형....

처녀 적 뛰어난 미모로 마을 일대의 총각들 마음을 두 방망이질하게 했다는 장모님의 은덕으로 모든 딸들의 미모도 출중한데 그중에서도 독보적인 미모를 가진 둘째 처형입니다.

올해가 67세인 나이인데도 처녀 적 몸매와 미모를 잃지 않고 있어서 지금도 걸어가고 있으면 남자들이 말을 걸어온다는 처형입니다.

그런 처형이 환갑이 지나며 한 가지 선언을 합니다.

“여러분 내 나이 61살.. 인생 2막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여 앞으로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자 합니다.”

우리는 갑자기 무슨 선언이고 무슨 다른 삶을 살겠다고 하는가 하여 멀뚱멀뚱 쳐다보는데

“내일부터 미용 일을 시작하겠습니다. 미용일!”

“뭐 미용? 언니가 왜?”

하며 놀란 토끼 눈으로 쳐다보는 자매들에게 특유의 경쾌한 목소리로 대답을 합니다.

“으응... 돈도 벌고 미용 봉사도 하려고”

“언니 미용을 하려면 자격증을 따야 돼... 자격증”

자매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니 처형은 자격증이야 따면 되지 그게 무슨 문제인가 하며 “알아” 하고 간단하게 대답을 합니다.

그러고는 진짜로 미용 일을 배우기 시작합니다.

필기시험을 보기 위해 학원에 등록을 하고 실기 시험을 위해서는 실전 감각을 익혀야 된다며 미용실 허드렛일을 해주는 보조로 취업도 하며 열심히 하더군요.

이후 연말이 되어 다시 만난 식구들

“언니 합격했어?”

둘째 언니를 만난 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물어봅니다.

저는 속으로 둘째 언니로부터 합격 소식이 없으면 안 되었구나 하고 속으로 삭히고 있으련만 처갓집의 자매들은 궁금한 것은 못 참겠다는 듯이 기어이 물어보고 맙니다.

“호호호... 나이 먹고 공부하려니 정말 힘들더라. 힘들어... 계속 1점 차이로 떨어지는 것 있지... 호호호”

하며 호탕한 성격의 둘째 처형은 한바탕 웃음으로 답을 합니다.

둘째 처형은 혹시 필기시험에서 붙으면 실기시험을 봐야 되니 실전 감각을 익힐 겸 청소나 집기 정리, 머리 감기 등 허드렛일을 해주는 역할로 동네의 미용실에 취직을 하셨는데 처형 특유의 엄청난 친화력과 뛰어난 손재주가 빛을 발하며 몸이 바쁘게 되고 머리를 이용하여 암기를 요하는 필기시험 준비는 제대로 할 시간이 부족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필기시험에서 내리 떨어지게 되고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 흘러 1년이 지나고 또 1년이 지나갔습니다.

이젠 모든 가족들은 둘째 처형의 미용 자격증 취득은 환갑이 지난 나이에 하기에는 너무 무리한 도전이었다고 위로를 하며 그래도 늦은 나이임에도 도전을 한 처형에 대하여 용기가 대단하다며 한 마디씩 덕담을 해주며 둘째 처형의 “제2의 인생 미용사의 길”은 우리들의 기억 저편에 간직하며 끝을 맺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둘째 처형의 제2의 인생의 길 미용자격증 취득 도전은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무더운 여름날 자매들 카톡 방에 둘째 처형으로부터 문자가 하나 옵니다.

“이선영 미용사 필기시험 합격”

그 순간 저도 아내도 입을 쩍 벌리고 놀라움을 감추지를 못했습니다.

“우와 언니 포기한 것 아니었어? 이야 대단하다.. 대단해..”

바로 이어 자매들 카톡방이 축하 문자로 난리가 납니다.

”몇 년이 걸린 거야 2년이야 3년이야.. 맞아 3년이야 3년.. 우리 언니 끈기 하나는 최고야 최고”

동생들로부터 필기시험의 합격에 대해서 과한 축하를 받으며

“됐어.. 됐어.. 실기시험은 바로 될 거야.. 그동안 내가 얼마나 연습했는지 알지”

하며 큰소리 뻥뻥 치며 자신만만하게 말했지만 일단 실기시험을 보니 시험이라는 압박감 속에서 손이 바들바들 떨려서 떨어지고 긴장감으로 온몸이 경직되어 다리에 쥐가 나서 떨어지고, 시간 초과로 떨어지는 등 수차례의 고배를 마시게 됩니다.

그래도 처형은 굴하지 않고 손에 물집이 배길 정도로 연습을 한끝에 드디어 최종 합격을 하게 됩니다.

육십 한 살 환갑의 나이에 제2의 인생을 살겠다며 선언한 “미용국가자격증”따기를 필기시험에서 수십 번을 떨어지며 3년간의 고생 끝에 합격을 하고 또 실기시험에서도 1년여 동안 떨어짐을 반복하며 도합 4년 동안의 집념으로 얻은 둘째 처형의 제2의 인생의 길 정말 대단한 여정이었다는 생각 합니다.

처형은 자격 취득을 한 후 그동안 일했던 미용실에서 허드렛일 보조가 아닌 정식 헤어디자이너로 일을 하시다가 올해 6월 미용실 원장님의 사정으로 일을 하실 수 없게 되며 처형이 미용실을 인수하시어 직접 운영하고 계십니다.

미용실은 처형의 엄청난 친화력과 활달함, 파마를 마는 손이 빠르셔서 뽀글뽀글 파마를 즐겨하시는 연세 드신 분들의 사랑방이기도 하고, 특히 빛나는 외모로 의정부 신흥동에 있는 처형의 주연 미용실은 중장년 남성들 사이에서는 최고로 인기 상승 중인 핫플레이스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고 그동안은 노래나 춤을 추며 양로원 등에서 봉사할 동을 하셨는데 이제는 할머니들은 파마를... 할아버지들은 커트를 해주는 영역까지 봉사 활동 범위를 넓히고 계십니다.

가정에서도 미용실에서도 봉사활동도 무엇이든 빈틈없이 척척 잘해 내는 만능 재주꾼 둘째 처형.. 동생들이 가면 무엇이든 하나라도 챙겨주려고 하는 마음도 참 착하고 이쁜 처형.. 이번에 주신 쌀도 잘 먹겠습니다.

우리 동생들은 언제나 언니를 응원합니다.---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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