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편 일의 배분과 공평성
우리가 살다 보면 여러 가지 일들을 맞닥뜨리게 된다.
이러한 일들은 혼자서 처리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동료들과 어울려서 처리를 하게 된다.
공동체에서 누군가와 어울려서 일을 하게 되면 일에 대한 강도, 처리 시간 등 모든 것을 감안하여 배분하게 되는데 배분에 대하여 공평성이 따라주지 않게 되면 배분에 대한 불만으로 일에 대한 효율이 떨어지는 경우를 많이 보아 왔다.
일의 배분에 대한 공평성.... 어떻게 해야 가장 알맞고 누구나 인정하는 공평한 배분을 할 수 있을까..
그런데 내 경험에 의하면 "공평한 배분"은 절대로 가능하지 않다.라는 느낌이 강하다.
어느 조직이나 내부를 들여다보면 일이 없으면 당장 죽을 것처럼 인식하며 일을 찾아 헤매는 일중독자가 있는가 하면 대부분은 조직의 방침에 따라 배분된 일을 처리하는 것으로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다.
조직의 발전 또는 화합을 목적으로 팀 워크숍을 진행하다 보면 모든 팀들은 자신들의 팀이 눈에 보이는 또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실질적으로 존재하는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애를 쓰는 모습을 보게 된다.
하지만 인사를 통하여 팀장이나 팀원을 다른 팀으로 이동을 시키게 되면 역시 똑같이 자신이 옮긴 팀이 제일 빡세고 과중한 업무에 어쩌고저쩌고 하며 제일 힘들다며 열을 올리면서 말을 한다.
어쩌든 회사를 다니는 조직원들은 직무의 배분에 있어서 공평하지 못하고 이로 인해 자신들은 피해를 보고 있다는 불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무엇이 문제인가?
일의 배분이 잘못된 것인가?
아니면 인간들만의 특유의 이기심 때문일까?
이러한 일의 배분에 있어서의 불만은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로 존재한다.
가정에서의 일을 보면 가정 내부에서의 일과 가정 외부에서의 일로 구분된다.
가정 외부에서의 일은 가정을 운영하기 위한 재화를 벌어드리는 행위이고 가정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일은 가정에서 머무르는 모든 일원들이 행복하고 평화로운 생활을 영위하게 할 수 있는 일을 주로 맡고 있다.
물론 가정을 이루는 모든 일원들이 두 가지 일을 겸하는 경우도 있다.
가정에서 각각의 업무분장에 대해서 살펴보면 가정 외부의 일을 맡아서 하는 일원은 가정 내부로 들어오는 순간 자신의 몸 관리 이외에는 모든 일을 가정 내부의 일을 분담하는 일원에게 의탁하려고 하는 경향이 아주 강하며, 가정을 지키기 위하여 사회라는 전장에서 싸우고 돌아온 가정의 투사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며 군림하려는 자세를 가진다.
자본주의 사회는 돈이 최고.. 그러므로 돈 버는 자가 최상위 권력자라는 인식을 가지고서 말이다.
그리고 가정 내부에서 일하는 일원은 일하는 모든 행위가 가정 외부에서 일하는 자의 보조자 역할 또는 가정 지킴이 정도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업무분장에 대한 사고가 강할수록 대립각은 그만큼 클 것이고 대립각이 큰 만큼 서로 상대를 이해하려고 하는 폭은 좁아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인가 텔레비전에서 시사 프로그램이나 기타 방송 프로그램에서 결혼 생활이 10년 이상의 기혼부부들에게 결혼 만족도를 물어보면 한 90%는 가정 내부에서 업무를 맡고 있는 자들의 불만이 거세다.
다시 삶이 주어진다면 현재의 내 남편과 또는 내 아내와 또 한 번의 생을 살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서로서로 고개를 마구 흔들며 전혀 그러한 생각이 없다고 말들을 한다.
왜 그럴까.. 어느 정도 철도 들고 사회 경험도 했을 나이인 이삼십 대에 처절한 사랑을 하며 결혼을 하였는데 대략 10여 년 만에 원수 아닌 원수로 살아가는 걸까.
그렇다면 우리나라 기혼남녀의 90% 정도는 결혼을 해서는 안될 사람들이 만난 것일까.
그건 아닐 것이다.
각각 상대에 대한 배려와 상대가 처한 상황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서로 원수로 지내는 것은 아닌가 한다.
상대의 삶을 상대의 인격을 존중하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해야만 성공한 부부의 삶을 살 수가 있다.
나는 여기서 "총량의 법칙"을 생각해 본다.
회사에서 나의 일도 있지만 갑자기 발생한 일로 인해 많은 할 일을 처리해야 할 때 또는 일은 적당한데 일 처리가 능숙하지 못하여 지체되었을 때 일에 허덕이는 동료에게 "도와줄까?"라며 다가가면 그 동료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후배라면 존경의 눈초리로 바라볼 것이고, 동료나 선배의 입장이라면 무한한 신뢰감을 얻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가정에서의 일은 더욱 그렇다고 생각된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가정에서의 일은 표시가 안 난다.
밥 하는 것, 빨래하는 것, 청소하는 것.. 이 모든 것이 그저 일상이라는 생각을 가지며 살고 있다.
그런데 막상 해봐라.. 얼마나 힘들고, 지루하고, 걱정거리가 많은지 알 것이다.
우리 집은 현재 남편인 내가 가정 외부일을 하고 아내가 가정 내부일을 맡아서 한다.
내가 입는 향기 좋고 깨끗한 옷, 맛있는 반찬과 밥, 잘 정돈된 집안... 이 모든 것이 가정 내부일을 완벽하게 처리하는 아내의 덕이다.
몇 년 전 아내가 국가고시를 준비한다며 세 달간 도서관을 다닌 적이 있다.
그때 세 달간은 청소하고, 밥을 다 챙겨주마라고 약속을 하였다.
일주일이 지났나 오늘은 반찬을 뭘 만들지... 국은.. 청소는 왜 이렇게 할 것이 많은지...
그래도 아내가 안 하던 공부를 하느라 스트레스를 엄청 받고 있는데 남편이 해주는 맛있는 반찬, 국을 먹으니 좋네..라고 말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가.....
반찬 만들고, 국 끓이고 이렇게 저렇게 해서 만드는 것이 힘은 드는데 아내가 그걸 먹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힘들었던 것이 싹 - 사라지는 느낌이 든다.
아내도 그러한 생각을 가졌으려라...
집안일은 정해져 있다.
그중에 내가 이것저것 일을 도와주면 아내는 이것저것 할 시간만큼 편해질 것이고 여유 시간에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내 힘과 시간이 사용된 만큼 내 아내가 편해지고 행복해지는 것이다.
이것만큼 가성비가 좋은 게 있을까..
아내의 행복은 정말 쉽게 나한테 전달이 된다.
일을 빨리 마친 아내랑 소파에 앉아서 드라마나 시사프로그램을 보며 서로 쫑알쫑알하며 이야기할 때 행복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