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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와 잘 살기...

제24편 나는 아내한테 잘해야 한다.

by 이and왕

나는 좋은 아내를 만났다.

나는 외모에 자신이 없었다.

키는 작은 편에 속하고 얼굴은 완전 싸움꾼처럼 우락부락한 얼굴이며 눈매가 날카롭게 생겨서 학교 다닐 때나 군대에 입대를 했을 때 선배들이나 선임들로부터 기를 꺾는다는 핑계로 동기들 중에서 제일 먼저 타깃이 되었으며 덕분에 때리는 사람들이 아주 힘이 넘쳐날 때 두들겨 맞고는 하였다.

이러한 외모 탓에 대학교 다닐 때 미팅을 나가면 그리 환영받지 못하였고 어쩌다 정말 심심한 파트너라도 만나게 되어 술 한잔이라도 하게 되면 외모와는 사뭇 다른 술빨과 말빨로 겨우겨우 만남을 이어나가는 것이 전부였다.

그래도 학교에서는 문학서클 회장을 맡고 있어서 후배들 사이에서는 나름 인기 있는 선배 축에 끼였고 술친구는 언제나 넘쳤었다.

하지만 후배는 후배일 뿐이고, 친구는 친구일 뿐이었지 ”사랑”이라는 말을 소곤거리며 서로가 “위함”을 주고받을 만한 관계는 없었다.

어릴 적부터 누구한테도 “사랑”이라는 감정을 받아 본 기억이 없었던지라 나에게 “사랑”이 없다는 것에 그리 낯선 상황은 아니었었다.

또한, 가족은 특히 부모님은 같이 있을 때는 괴로운 상황이고 도리어 시골 친척집에 내려가시는 등 집을 비울 때 즐거웠던 기억이다.

그래서 나는 외로움에도 너무나 익숙해서 외로움을 탄다던가 외로움을 느낀다 던가 하는 감정이 없었다.

그때의 나는 내 나름대로 내가 좋아하는 술이 있고 이를 같이 마실 수 있는 친구가 있으면 되었다 싶었다.

그러다 이쁜 아내를 만났다.

아내를 여름 휴가지에서 처음 만났을 때 아내도 처음에는 나의 외모에 질려서 멀찍이 아주 멀찍이 떨어져서 말도 잘 섞지를 않았었는데 하루 이틀 지나며 나의 술빨과 말빨에 녹아서 만남을 이어가게 되고 결국 눈에 콩깍지가 씌워진 탓에 내 아내가 되었다.


이쁜 아내는 나를 변화시켰다.

어렸을 적 일상처럼 받는 구박 속에서 자아, 자신감 등 나와 관련된 모든 것에 대한 열등감으로 세상을 한 30도 정도 꺾어서 삐딱하게 째려봤었다.

아내는 이런 나에게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해 주며 “사랑”을 잘하면 “행복”이라는 것도 가슴속에서 펑펑 솟아 나온다는 것을 깨우쳐 주었다.

나는 아내와 있으면 항상 자존감이 넘친다는 기분이 든다.

연애할 때 아내랑 걸어가면 지나는 사람들이 흘낏흘낏 쳐다봤다. 마치 미녀와 야수의 장면을 연상하며 여자가 아깝다는 눈초리로 보는 것 같았고 이러한 분위기는 나를 으쓱이게 만들었다.

누구를 만나도 돋보이는 아내가 내 아내인 것이 정말 좋을 때가 많았다.

아내는 매사에 자신감이 넘쳐났었고 2남 6녀의 다자녀 가정에서 자란 특유의 친화력이 있었다.

이쁜 얼굴에 언제나 웃는 상의 아내를 보는 것만으로 나의 자존감은 급상승하였는데 성격까지 화통하니 무엇을 더 바라리까.


아내는 나를 보면 잘 웃었다.

젊었을 적 나는 눈이 너무 매섭게 생겨서 상대방을 쳐다보면 한바탕 싸움을 하자는 건가 하는 오해도 많이 받았고 상대방은 그러한 나를 쳐다볼 때 경계심을 잔뜩 가지고 쳐다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아내는 나를 보고 잘 웃었다.

고르고 하얀 이를 가지런히 보이며 웃어주었다.

아내는 나에게 희망을 주고 행복을 준 사람이다.

장모님은 잘 웃는 이쁜 아내를 낳아 잘 키워서 이십 대에 나에게 보내주셨다.

그런 아내가 어느덧 오십 중반을 보고 있다.

간혹 아내의 얼굴을 본다.

어디 흠집난데는 없나? 슬픈 구석은 없나? 심술이 잔뜩 묻어있지는 않나?

사십 대 이후 아내의 얼굴은 남편의 성격으로 만들어진다는데...

이제는

아내의 이쁜 얼굴도 물론 좋지만 행복한 미소가 잘 어울리는 아내의 얼굴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잘하자.

아내는 나에게 정말 낯설었던 “행복”이라는 것을 알게 해 주었고 세상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을 주었으며 “자존감”을 찾게 해 주었다.

폼나는 아내 덕분에 나도 덩달아 폼나는 인생을 살고 있다.

그러니까... 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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