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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와 잘 살기...

제26편 아내와 3박4일 일본여행_오사카편

by 이and왕

아내와 3박 4일간 일본의 오사카와 교토에 다녀왔다.

국내여행은 둘이 자주 다녔지만 둘만의 오붓한 해외여행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동안 해외여행은 팩키지에 묻어서 가던가 가이드를 대동하고 무리지어 가는 여행을 주로 했었다.

여행은 맛있고 즐겁다.

난바에 무사히 도착한 우리는 예약한 호텔에 여장을 풀고 바로 나왔다.

우선 쿠로몬 시장에 들려서 대파를 듬뿍 얹은 타코야끼를 호호 불며 먹고, 장어 반마리를 얹은 초밥과 함께 생맥주 한잔을 마셨다.

생맥주 한잔을 마시니 슬슬 여행온 기분이 나기 시작한다.

도톤보리는 언제나 시끌벅적 요란하다.

아내나 나는 시끄러운 것을 그닦 좋아하지 않아서 그루코상이 있는 다리 근처를 요리 저리 기웃거리다 저녁에 술한잔 마시기 위해 예약해둔 꼬치집으로 향한다.

꼬치집은 도톤보리에서 걸어서 15분 거리... 시간을 보니 이제 오후 5시다.

우리가 예약한 시간은 7시인데 들여 보내줄까?

다행히 가게 내부는 한산했고 꼬치집 주인장은 혼쾌이 얼리 체크인(?)을 해주었다.

메뉴는 대부분 해산물 위주이고 종류를 다양하게 먹을 수 있도록 양이 1인분 단위로 세트가 구성이 되어 있었고 가격은 세트당 삼백엔이었다.

”좋았어“

나는 음식이나 술을 먹을 때 다양하게 깔아 놓고 먹는 것을 선호한다.

우선 삼백엔짜리 10개, 오백엔 짜리 2개를 시키고 하이볼 2잔을 시켰다.

꼬치집 내부 풍경은 정말 일본스러웠다.

은은한 실내 조명으로 분위기를 한껏 잡고 한쪽 벽면으로는 요리를 할 수 있는 오픈된 주방이 있으며 바로 앞쪽으로 타원형으로 만든 좌판 위에 우리가 시키면 바로 요리할 수 있는 식재료가 얹혀져 있고 식재료 좌판 앞쪽으로 손님들이 앉아서 먹을 수 있는 탁자가 있었다.

”분위기 굳“

주문과 동시에 앞쪽 주방에서 좀 방정맞게 보이는 젊은 세프가 뭐라뭐라 흥얼흥얼 거리며 요리를 한다.

드디어 하이볼 등장... 방정맞게 보이는 세프도 첫 번째 안주가 다 되었는지 긴 주걱위에 요리를 얹혀서 싱끗 웃으며 건네준다.

”오사카 건배“

분위기 좋고 술도 맛있고 안주도 맛있고 아내와 나는 행복하다.

아내가 술한잔 하다가 나를 빤히 쳐다보며 툭 ”우리 참 멋있다 그치“ 한다.

2시간여를 하이볼과 맥주로 시원하게 달리고 밖으로 나오니 어느새 사방은 어두컴컴해졌다.

도톤보리는 야경이 제일이지..

홍콩이나 상하이처럼 멀리서 보는 야경도 볼만하지만 바로 눈앞에서 휘황찬란 번쩍번쩍거리는 도톤보리 야경도 그럴싸하다.

더욱이 술한잔 거나하게 마시고 바라보는 야경은 60초, 50중반 어른들도 마음을 들뜨게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다시 그루코상앞에서 찍고 다리위에서 찍고 많은 무리의 사람들과 뒤엉켜 찍고 호텔로 향한다.

호텔은 도톤보리에서 5분거리.. 가다가 편의점으로 들어간다.

일본은 역시 편의점... 맥주와 안주거리를 사서 호텔로 Go


오사카성으로 출발...

아침 8시 우리는 호텔 체크아웃 후 캐리어를 맡기고 밖으로 나왔다.

오늘은 오전에 오사카성을 갔다와서 교토로 넘어가기 일정이다.

우선 아침겸 해장을 하러 이치란 라멘집(별관)으로 향했다.

몇년전 출장으로 왔을 때 도톤보리 다리옆의 본점에서 장장 1시간여를 기다려서 먹었던 이치란 라멘집이 기억이 나기도 하고 일본만의 독특한 독서실 같은 라멘집 실내 분위기를 아내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이치란 라멘집을 선택했다.(본점은 10시인가 오픈이고 별관은 24시간 한다)

역시 아내는 내부로 들어가서 독서실을 방불케하는 식탁 분위기를 보고 약간 충격을 받은 눈치다.

아내에게 앞의 커텐 너머가 요리실이고 음식이 다 되면 커텐이 젖혀지며 음식이 나온다고 하니 신기해 하면서도 남에게 피해주기를 싫어하는 일본인의 습성이 만들어 놓은 독특한 분위기라며 아내는 이런 분위기가 그리 나쁘지는 않다고 한다.

우리는 계란과 고기를 추가하여 라멘을 든든하게 먹고 소화도 시킬겸 걸어서 오사카성을 가기로 한다.

도톤보리에서 오사카성까지는 차로 20여분, 걸어서는 1시간 정도의 거리다.

아내나 나는 걷는 것을 좋아한다.

걸을 때는 별다른 대화없이 자기 방식대로 걷는다.

나는 주로 음악을 듣던가 성우가 읽어주는 소설을 듣고, 아내도 무언가를 듣고 걷는다,

오랜 세월을 같이 한 우리는 별다른 대화가 없어도 편하고 편하다.

오사카성으로 가는 길은 특별한 것이 없는 그저 중소도시의 어느 곳이나 있을 법한 그러한 길로 이어진다.

그만그만한 건물들과 차도가 있고 인도가 있고 신호등이 있는 그저 그러한 길이다.

그래도 내 옆에 걷거나 또는 조금 뒤에 걷고 있는 아내의 얼굴은 조금은 신나있는 행복한 얼굴이다.

가는길에 카페가 있으면 커피한잔 하고 싶은데 마땅한 카페가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카페가 참 많은데.....

한 50분쯤 걸었을까.. 앞쪽으로 오사카성의 상징인 천수각이 보이기 시작한다.

농부의 아들 히데요시가 일본의 춘추전국시대를 평정하고 기세좋게 지워놓은 오사카성...

나는 오사카성은 몇년전에 출장 왔을 때 두 번 정도 방문한 적이 있어서 별다른 감흥없이 바라다 보고 있는데 아내는 성곽과 해자 그리고 해자 주위에 심어둔 벚나무들의 어울림의 멋스러움에 흠뻑 빠져있는 모습이다.

근처 매점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 두잔을 뽑아서 근처 밴치에 앉았다.

아직은 쌀쌀안 날씨 탓으로 벚나무는 가지가지 마다 작은 꽃망울만 가지고 있을 뿐 만개된 벚꽃은 볼 수 없었지만 덕분에 한적함은 제대로 느낄 수는 있었다.

가만히 앉아서 앞쪽으로 바라다 보이는 성벽과 망루 그리고 해자와 벚나무가 참 이쁘고 아름답다는 생각이다.

성은 본시 전쟁시에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으로 전쟁시에는 가장 참혹한 현장이었을 텐데 이렇게 아름답게 만들어 놓으면 성을 지키는 자나 성을 공격하는 자나 한바탕 싸움을 하면서도 잠시 잠깐씩 주위경치에 매료되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어림없는 생각도 해 본다.

해자에서 망루를 떠 받치고 있는 돌 축대의 곡선은 참 아름답다.

하부에서 상부로 이어지는 돌 축대의 곡선은 과도한 직각도 아니고 그렇다고 너무 완만하지도 않은 적당한 가파름을 유지하며 이어지고 면이 꺽어지는 모서리는 기분좋은 날카러움을 느끼게 만든다.

우리는 둘만의 여행인 만큼 특별히 시간 제약이 없으므로 질리도록 주위를 감상하고 오사카성 정문으로 들어갔다.

아내가 ”우와“ 하며 팔짝팔짝 뛰어간다.

입구에 커다란 돌을 이용하여 쌓아놓은 축대를 보고 흥분된 아내가 뛰어가서 만져도 보고 자신이 돌 자석이라도 되는 듯 돌 축대에 붙어보기도 한다.

아내는 돌로 쌓아 올린 축대 또는 담을 특히 좋아한다. 그래서 돌담만 보면 좋아서 어쩔줄을 모른다.

나는 아내에게 오사카성에 얽혀있는 일본 조상들인 노부나가나 이에야스 그리고 일본에서는 불세출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히데요시에 대해서 팩트와 픽션을 섞어서 이것저것 이야기를 해주며 걷다 보니 천수각이 정면으로 보이는 광장에 도착을 했다.

천수각을 오를까 하다가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는 포기하고 그냥 오사카성 둘레를 돌아 보기로 한다.

지금 세워져 있는 천수각은 근래에 콘크리트로 이용하여 모양만 갖추어 놓은 것이다. 히데요시가 애써서 지워놓은 천수각은 화재로 홀라당 타버렸다.

관광으로 오신 분들은 대부분 천수각에 오르고 바로 빠져나가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오사카성 성곽을 따라서 돌다 보면 천수각 뒤편으로 고즈넉함을 즐길 수 있는 휴식장소도 있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걷기 좋은 길들도 있다.

오사카성 한바퀴를 돌아서 나오니 2시간 30분 정도 소요가 되었다.

아내를 쳐다보니 배시시 웃으며 나를 쳐다본다.

행복한 아내의 얼굴이다.


자..이제 교토로 넘어가 볼까..


나는 아내와 있을 때 행복하고 아내는 나와 있을 때 행복하다고 한다.

비결은....

아내는 내가 원하면 하고 원하지 않으면 안하려고 한다.

나는 아내가 원하는 것만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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