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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와 잘 살기...

제27편 아내와 3박4일 일본여행_교토편_1

by 이and왕

교토....

오사카 난바에서 교토까지 건너오기는 복잡한 일본 전철의 갈아타기 구조로 약간은 헤매었지만 언제나 당당한 아내의 저돌적인 대처로 그런대로 숙소까지 잘 찾아왔다.

숙소는 키모 강변에 있는 호텔로 조용하며 운치도 있고 조금만 걸어가면 먹거리 골목도 있는 여행자에게는 안성맞춤인 호텔이다.

처음 계획은 호텔 체크인 후 기모 강변이나 걷다가 저녁에 예약한 야키니쿠 집으로 이동할까 했는데 의외로 빠르게 오사카에서 교토로 이동을 하여 금각사를 가기로 하고 택시를 탔다.

금각사는 한 25년 전에 출장 왔다가 들린 기억이 있다.

내 기억으로는 금각사는 깔끔하게 잘 정돈된 일본인 특유의 감성을 잘 나타낸 곳이라는 것과 그때에도 몇십 년 전통을 가진 우동집에서 아주 맛있게 우동을 먹었던 기억이 있다.

아내는 우동을 좋아한다. 그래서 금각사 입구 주차장에서 내려 혹시나 하며 우동집을 찾기 위해 기억을 더듬었지만 세월이 너무 지나서인지 영 기억이 나지를 않았다.

아내가 재빠르게 휴대폰으로 구글 맛집을 찾는다. 쭉 살펴보는데 눈에 확-들어오는 메뉴가 있다.

일본식 녹차 집밥...호.. 위치도 바로 옆이었다.

문을 드르륵 소리나게 열고 들어가니 아-일본이구나 하는 마음이 바로 들 정도의 오밀조밀한 실내 내부 모습이 보였다. 곧이어 주인인 듯한 여성분이 반갑게 인사를 하며 우리를 방으로 안내를 해주었다.

방안은.....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정갈하고 깔끔했으며 사면이 아이보리 색상의 커튼이 모양 좋게 묶여서 너풀너풀 거리는 그런 독방이었다.

중앙에 놓인 탁자도 멋을 아는 장인이 정성 들여 만들어 놓은 것으로 오랜 세월물이 잔뜩 묻어있는 모습이었다.

건너편에 앉아 있는 아내를 보니 아내도 정말 흡족한 얼굴이다.

메뉴를 보니 일본인들이 사랑하는 다랑어 구이를 이용한 밥상이었다.

아내는 정식 나는 모둠을 시켰다.

조금 있으니 우리를 안내해 준 여성분이 찻주전자와 찻잔을 가지고 와서 따라주며 가게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이 가게는 일본에서도 유명한 녹차 명장이 만든 집이며 모든 직원들은 가족이라고 하시며 우선 녹차 맛을 보라고 한다.

”후륵.....“

나는 녹차 맛을 모른다. 하지만 한 모금 마시니 녹차 향이 온 입안으로 퍼지며 아주 부드러운 목 넘김을 느꼈다.

자타가 공인하는 맛의 감별사인 아내도 흠칫 놀란 표정이다.

”어쩜 이렇게 향이 그윽하고 깊지.....“

우리는 밥이 나오기 전에 한 주전자를 다 마시고 또 한 주전자를 청하였다.

우리는 마시는 것은 무엇이든 잘 마신다.

정식은 직사각형의 통나무로 깎아서 잘 만든 쟁반 위에 올려져서 나왔고 모둠은 정식과 같은 쟁반과 화로를 동반한 여러 야채와 새우가 곁들인 샤부샤부가 나왔다.

그때의 감성은 지금 생각해 봐도 너무 좋아서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은 그런 감성이었다.

아내도 나도 정말 만족스러운 한 끼였고 분위기도 맛도 무엇 하나 흠잡을 때가 없는 그러한 한끼였다.

가게를 나서며 ”이런 훌륭한 음식과 차 그리고 분위기를 맛보게 해주어서 고맙다“ 고 인사를 하니 주인 여성분과 요리를 하시는 분처럼 보이시는 모양 좋게 늙으신 분이 문앞까지 나와서 배웅을 해주셨다.

참으로 분위기도 차 맛도 음식도 주인네도 두루두루 좋았던 교토의 밥상을 맛보았다.

금각사는 교토를 대표하는 관광지 중 하나로 한 채의 건물이 온통 금분으로 칠해져 있어서 금각사라고 불리는 곳이다.

입구는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아내나 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딱 질색이다.

이곳이 금각사구나 하는 정도로 보고 돌아보고 서둘러 나왔다.

시간을 보니 오후 4시다.

저녁에 예약한 야키니쿠 집은 7시 예약이니 시간이 많이 남아서 택시를 타고 니죠성으로 가자고 하니 니죠 성은 4시까지만 표를 판다고 한다.

”이런...“

택시 기사분이 교토의 명물 니시키 시장에 가보는 것은 어떠냐고 말씀을 하신다.

지도를 보니 저녁에 예약을 한집하고도 별로 떨어져 있지 않아서 니시키 시장으로 향했다.

”와... 크다.“

오사카의 쿠로 몬 시장보다 몇 배는 큰 시장 같았다.

먹거리 골목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다양한 먹거리가 양옆 골목으로 쭉 이어져 있다.

어묵, 튀김, 초밥, 각종 식자재, 일본 술 등등등...

그리고 특이하게 골목 중간중간에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작은 선술집 골목이 있고 거기서는 자기가 원하는 술과 안주를 사서 먹을 수 있는 기립식 탁자도 있었다.

아내는 시끌벅적한 것은 싫어하지만 시장에서 야금야금 맛보 듯 먹는 것은 좋아한다.

”좀 먹을까?“

”아니... 조금 있으면 맛있는 것 먹잖아. 오늘은 참고 내일 저녁에 예약한 곳은 취소하고 이곳에서 저녁 겸 술 한잔하는 것은 어떨까?“

역시 현명한 판단을 한 아내...

시장 골목을 기웃기웃하며 돌다 보니 어느덧 시간은 오후 6시를 넘기고 있었다.

니시키 시장에서 저녁을 먹기 위해 예약한 야키니쿠 집까지는 약 35분 정도 소요된다.

우리는 그나마 좀 한산한 옆 골목으로 빠져서 예약한 집으로 향했다.

그때... 앞으로 바라다 보이는 해넘이 하늘과 골목 상점... 그리고 전선 줄들...

”와.... 이쁘다“

아내와 나는 동시에 잠깐 탄성을 내며 앞쪽을 바라다보았다.

위쪽 하늘은 파랗고 밑으로 파랑과 노랑이 잔잔히 섞여있고 그리고 지붕과 전봇대와 맞닿은 하늘 끄트머리는 보라와 분홍의 중간쯤 되는 색이 어울리며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 것이다.

”아... 도시가... 이쁘다.“

우리가 예약한 야키니쿠 집은 그리 크지 않은 작은 가계였다.

내부는 좁게 좁게 어울리게 배치한 탁자들과 건너편에는 대나무가 그려져 있는 반쪽짜리 커튼이 있는 그나마 조금 넓은 방이 있었는데 방을 포함한 눈에 보이는 모든 자리는 꽉 차 있었다.

우리는 예약된 사항을 체크한 다음 겨우 한 사람 들어갈 수 있는 문쪽으로 안내를 받았다.

”와.. 좁다..“

우리 자리는 벽에 맞대어 있는 탁자가 있고 탁자 앞에 나란히 않을 수 있도록 의자가 놓여 있는 그러한 자리였다.

머리에는 힌 수건을 질끈 동여매고 샐쭉 웃으며 젊은 인가 아닌가 하는 정도의 청년이 메뉴판을 들고 들어왔다.

”헐”

아내가 메뉴판을 흘낏 보더니 눈을 동그랗게 뜬다.

2인 세트메뉴 21,000엔....

아내가 무어라 말을 하려는 것을 제지하고 "세트메뉴 오케이” 사인을 주었다.

“너무 비싼 것 아냐?.. 그리고 양도 많으면 어떻게 하려고"

“다 먹지 뭐.. ㅎ..”

우리는 우선 생맥주 두 잔을 시켰다.

“교토 건배”

소고기가 이쁘게 꾸미기 위해 무척 노력을 했을 법한 큰 접시에 담겨서 왔다.

그리고 작은 화로 한 개....

“뭐야.. 완전 소꿉장난하는 것 같아..ㅎㅎ”

소고기는 소 한 마리 여기저기 부위별로 조금씩 썰어져서 나온 것 같았다.

우선 살코기에 마블링이 보기 좋게 들어가 있는 부위를 집어서 석쇠 위에 올리고 주위에 버섯류와 감자 등 채소류를 얹었다.

“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고기에 살짝 밑간을 한 간장 내음이 고기 굽는 냄새와 같이 올라왔다.

음식은 먹는 재미도 좋지만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맡아지는 냄새로 인해 일차적으로 엔돌핀이 솟으며 흥분을 하게 만든다.

첫 번째 고기인 만큼 정성을 다하여 굽는다.

다 익은 고기를 먹기 좋게 잘라서 아내의 접시 위에 “툭” 얹어 놓는다.

“먹어 봐”

“나 먼저? 고마워”

아내는 내가 스위트하게 챙겨주는 것을 좋아한다.

아내의 우려대로 고기와 채소는 둘이 먹기에는 조금 많았다.

하지만 비싼 고기라 꾸역 꾸역 다 먹고 일어났다.

밖은 저녁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라 어두워져 있었다.

“걷자”

구글을 보니 여기서부터 호텔까지는 한 20분 정도가 걸린다.

걷는 걸음 사이로 조금 찬 듯 시원한 듯한 바람이 불어온다.

“좋다”

일본어로 쓰여 있는 간판들 사이를 걷기도 하고 작은 시냇물이 흐르고 양옆에는 버드나무쯤 되어 보이는 나무들이 가지를 치렁치렁 늘어트리고 있고 사이사이에는 약간은 고풍스럽게 보이는 가로등이 서있는 길을 걷는다.

“또 좋다”

옆에서 길을 걷는 아내가 슬며시 팔짱을 낀다.

“어-어색한데....”

아내는 씩 – 웃으며 나를 쳐다보더니 팔에 힘을 꽉 준다.

키모 강변 옆으로 쭉 이어지는 먹자골목에 들어섰다.

이곳은 시장과는 다르게 점포 형태를 갖춘 이자카야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이다.

나름 운치 있는 곳이라 한잔 더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한 잔 더 할까?”

“그만”

우리는 이리저리 좀 더 걷다가 편의점에서 입가심 맥주와 마른안주를 사서 호텔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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