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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와 잘 살기...

제28편 아내와 3박4일 일본여행...교토편_2

by 이and왕


아침 일찍부터 부산을 떤다.

오늘은 걷고 또 걷는 날...

호텔에서 아침을 먹었다.

호텔 조식은 그냥저냥 일본식 아침이었다는 생각인데 아내는 깔끔하고 빵들도 부드럽고 단백한 맛이 있었다며 나름 괜찮은 아침이었다고 한다.

오전 일정은 헤이안 신궁을 거쳐서 철학의 길을 지나 은각사를 가는 일정이고

오후는 기요미즈데라..즉 청수사를 들리고 니조성을 가는 일정이다.

호텔에서 헤이안 신궁까지는 대략 25분 정도의 거리다.

호텔앞의 다리를 건너서 큰길 차도를 지나 작은 차도 방향으로 꺽어지는 지점에 편의점보다는 몇 배는 큰 마트가 보였다.

옆에 걷고 있던 아내가 어깨를 툭 치며 턱으로 마트를 가리키며 들어가자고 한다.

마트 내부는 우리나라 마트와 비슷하게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중에 눈에 띄는 코너... 음식 코너... 초밥, 회. 김밥 그리고 등등등...

갑자기 식욕이 확 당긴다. 아- 방금 아집을 먹었다....

아내가 “요기 찜” 한다.

“언제 먹게?”

“우리 내일 가잖아.. 니시키 시장 가서 대충 먹고 여기서 이—만큼 사서 맥주하고 밤새도록 먹자—ㅎ”

많이 먹지도 못하는 아내가 식탐을 부린다.

헤이안 신궁으로 가는 길은 오사카와는 완전히 다르게 조용하고 깨끗한 길이 이어진다.

걷기에 알맞은 온도와 상쾌한 느낌의 거리... 걷는 걸음에 신바람이 붙어 흥이 오른다.

앞쪽으로 박물관이 보인다.

그리고 박물관 앞 광장에는 입장객인지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있었다.

“뭐지? 대단한 건가?”

하지만 아내나 나나 박물관 보는 것은 별로다 더욱이 우리와의 악연이 당연히 있을 일본의 과거는 볼 이유가 더더욱 없어서 흘낏 쳐다보는 것으로 지나쳤다.

박물관을 흘낏 쳐다보며 박물관을 끼ㅗ 돌아서니 우측 도로 방향으로 헤이안 신궁의 상징인 듯한 붉은색의 커다란 기둥과 기둥 위에 집 구조물이 얹혀 있었다. 그리고 그 기둥과 기둥 사이로는 차들이 지나다니는 찻길이다.

“뭐지?... 신궁은 어디야?”

내가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휘둘러보고 있는데 아내가 툭 치며 “저기야..저기..” 하며 뒤돌아서서 손을 가리킨다.

“어? 그렇군” 우리가 헤이안 신궁의 문이라고 할 수 있는 큰 구조물을 보고 구조물 뒤편으로 신궁이 있지 않을까 하며 봤었는데 신궁은 우리가 쳐다보고 있는 길의 반대편에 위치해 있는 것이다.

헤이안 신궁 내부로 들어가니 무슨 공연이 있는지 한편으로 무대가 설치가 되어있었고 무대 앞으로는 많은 의자들이 놓여 있었다.

“무슨 공연이 있나?”

헤이안 신궁은 1890년대에 신축하였다가 1976년에 화재로 소실되어 다시 복원한 탓에 오래된 건축물이라는 느낌은 없었다.

다만 들어서는 좌측에 키는 그리 크지 않은데 중앙의 나무 기둥을 중심으로 옆으로 아주 넓게 가지들이 자란 독특한 나무가 눈에 띄었다.

옆으로 자란 나무가 스스로 지탱할 수 있는 힘이 없어서인지 수십 개의 보조 나무를 세워서 가지들을 지탱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중앙의 건물은 무슨 신인가를 모셨는지 몇몇의 사람들이 기도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오늘 무슨 공연인가를 하는 탓인지 웬만한 건물과 건물 사이에는 출입 금지 표지판이 붙어있어서 겉만 휘둘러 보며 이쁘게 심어져 있는 나무들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며 걸어 나오는데 문득 한쪽 건물에 붙어있는 회랑을 따라서 흘끗흘끗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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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신을 모시는 사람들인가?”

오늘 공연과 관계되는 사람들인가 하여 회랑 쪽으로 발길을 돌려서 가보니 나이는 20대부터 60대 정도의 남녀가 어울려진 약 30명 정도의 사람들이 TV에서 보던 일본의 신사 참배 시 입었던 복장 차림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머리에는 족두리 같은 관을 쓰고 무슨 부채인지 신표인지를 두 손으로 공손하게 잡고 경건한 얼굴로 고개는 약간 숙인 채로 걸어오고 있었다.

TV에서만 보던 광경을 직접 보니 신기한 느낌이 들었다.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으려고 하니 옆에서 관계자인 듯한 사람이 사진 찍는 것은 안된다고 제지를 한다.

“왜 사진을 못 찍게 하지? 부정타나?”

일본 사람들이 전통을 계승하며 엄격한 규율에 따라서 참배를 드리는 모습을 보며 나도 숙연함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도 든다.

나는 개인적으로 어떠한 “신”이든 자신의 뜻에 따라 “신”을 섬기는 행위에 대해서 그리고 그러한 행위를 실천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신”은 인간들이 생각이 많이지는 인간 상태로 진화하면서 만들어진 인간만의 독특한 특성이다 라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신”들의 태생은 대부분이 “선”을 지향하는 것에 바탕을 두었으리라 본다.

만약 영적인 존재인 “신”이 사실적으로 존재한다면 절대적 “선”을 지향하는 “신”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침략하여 타인을 죽이고, 괴롭힌다면 “신”들은 어떠한 입장이었을까?


“신” 왈

“죽일 놈들 그리 선하게 살라고 했거늘.... 어찌 그리 노략질만 하느냐 너희는 자손 대대로 땅이 갈라지며 지옥불이 용솟음치는 천벌을 받게 되리라”


“많이들 비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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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안 신전을 뒤로하고 철학의 길로 향한다.

구글의 지도를 따라 걷는데 길들이....참 이쁘다.

작은 땅 위에 지진의 공포로 건물을 높이 올릴 수가 없어서 단독형으로 지어진 집들이 오밀조밀하게 이어진다.

집들이 겉으로 봐서는 마당이 없어 보인다.

“얼마나 답답할까? 빨래는 어떻게 널지?”

좁디좁게 집들이 이어진 모습을 보고 아내는 빨래가 걱정인가 보다.

그래도 한집 한집이 깔끔하고 이쁘다.

오늘은 토요일인데도 골목은 한산하다.

“교회에 안가나? 오..그런데 정말 십자가가 하나도 보이지가 않네”

“우리나라는 참 많은데....”

왼쪽으로 조그마한 시냇물이 흐르는 골목길로 들어섰다.

시냇물은 참 맑았고 군데 군데에 파랗게 순이 올라오기 시작하는 능수버들도 흔들흔들거리며 양지바른 곳에는 벚꽃도 꽃 멍울을 활짝 터트리기도 하였다.

참 감성 있는 골목길이다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왜 카페가 하나도 없지?”

어느 정도 왔을까... 앞쪽으로 사람들이 지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저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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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길”은 “와” 정도는 아니고 “음” 정도의 모습이다.

개울을 중앙으로 하고 양옆으로 벚나무들이 심어져 있고 그 사이로 사람들이 걸을 수 있는 길이 있었다.

나는 “철학의 길”이라 하여 완전 숲속은 아니어도 나무들이 어느 정도는 울창하고 민가와는 조금쯤 거리를 두고 있으려나 하는 생각이었는데 민가와 산자락 사이에 붙어있는 동네 오솔길 정도라 조금은 실망감이 든다.

언제나 매사에 긍정 마인드 101%인 아내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길이 이쁘다... 벚꽃까지 피면 정말 이쁘겠다” 하며 좋아한다.

아내는 꽃도 보고 나무도 만지며 천천히 걷고 있다.

나는 앞에서 뒤에서 또는 건너편에서 아내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아내는 카메라를 쳐다본다던가 포즈를 취하고 찍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내는 자신은 평범하게 행동을 하고 그런 모습이 사진에 담기는 것을 좋아한다.

덕분에 아내를 중심으로 요리조리 움직이는 나는 바쁘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기분은 좋다.

오늘도 어김없이 600여장의 스냅사진을 찍으리라 그리고 집에 가면 아내와 같이 TV를 통해 여행 기간 동안 끽은 사진을 보며 “어머 어머 언제 저런 것을 찍었지... 이쁜데” 하는 아내의 말을 듣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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