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내와 잘 살기...

제 33편 설악산 공룡능선 종주...1

by 이and왕

2025. 05. 31. 04시 20분 공룡능선 종주를 하기 위해 아내하고 소공원 주차장에서 출발을 한다.

아직은 동이 트기 전이라 주위는 어둠이 깔려있다.

신흥사 옆길로 이어지는 숲길로 접어든다.

우리 앞쪽으로 두 사람 정도가 걷고 있는 모습이 흐릿하게 보일 뿐 등산객들도 없이 한산하고 조용하다.

“저벅... 저벅”

우리 둘의 발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고 주위에는 일찍 잠에서 일어난 새들이 지저 기는 소리가 이어진다.

“아... 좋다. 약간 싸늘함이 느껴지는 찬 공기가 숨을 내쉬고 들어마실 때마다 폐 속 깊숙이 들어오며 머리와 몸을 맑게 정화시켜 주는 느낌이다.

머리와 몸속 내부는 깨끗하게 정화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는 드는 것 같은데 정작 아내나 나나 몸을 움직이고 있는 발걸음은 가볍지만은 않다.

이른 새벽이라는 점도 그렇지만 어제는 매년 받는 건강검진을 받는 날이라 새벽부터 움직이며 잠을 설쳤고 더욱이 수면 내시경까지 받아서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 그리고 어제 늦게 도착한 숙소에서 두어 시간 잔 후 나와서인지 몸이 많이 무겁게 느껴졌다.

옆에 걷고 있는 아내를 슬쩍 쳐다본다.

평상시 아내였다면 밝은 목소리로 “새벽 산행 좋아 좋아”하며 한껏 흥을 돋구웠을 텐데 얼굴이 굳어 있다.

“일정을 너무 무리하게 잡았나?” 하는 반성의 생각이 든다.

더욱이 아내는 지난 화요일 요양원에 계시는 장모님이 안쓰럽다며 요양원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1박 2일 여행을 다녀와서 잠을 못 잤다고 했는데....

“괜찮아?”

“뭐 조금 졸려서 그렇지 그런대로 괜찮아”

아내가 걱정이다.

우리가 향하는 곳은 산꾼들에게도 그런대로 악명이 높은 “공룡능선 종주”인데...

날이 점점 밝아오며 우리 주위를 감싸고 있는 나무와 계곡의 모습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약 50분 정도 걸어가니 계곡을 건너는 다리가 보이고 옆으로 비선대가 보인다.

“저기야 저기 비선대... 입산통제소에서 왼쪽은 천불동계곡으로 오르는 곳이고 우측으로 바로 올라가는 코스가 우리가 가야 될 마등령 코스”

“으응 그래., 그럼 지금부터 바로 올라가는 거야?”

아내가 비몽사몽간에 대답을 한다.

“일단 마등령까지 올라가 보고 정 자신이 없으면 백담사 쪽으로 내려가자”

“오.. 그래.. 알았어”
컨디션이 안 좋아서 몸이 무거워 보이는 아내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중도에 하산할 수도 있다는 언질을 주었지만 내가 아는 아내는 한번 시작하면 정말 웬만해서는 중단하지 않고 끝장을 보는 성격이다.

05시 10분 마등령 등산 시작...

오르막 등산로가 초입부터 완전 기를 죽인다.

한 10분 정도 올라왔을까 아내가 묻는다.

“우리 언제까지 이렇게 올라가는 거지?”

“4시간”

“뭐라고?”

아내가 정말 힘든지 평소 묻지 않는 것을 묻는다.

한 40분 정도 올랐을까 앞쪽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앉아서 쉬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마등령 삼거리와 금강굴 가는 입구를 가리키는 표지판이 있는 곳이다.

표지판에는 마등령 삼거리 3.1킬로미터, 비선대 400미터라고 쓰여있다.

“어 뭐야.. 이제 400미터 올라온 거야?”

아내는 한 1킬로는 걸어왔겠지 하는 눈치인데 야속하게도 겨우 400미터 올라온 것을 보고는 실망한 눈치다.

우리는 새벽 찬기운으로 입고 있던 바람막이를 벗어서 배낭에 집어넣고 물 한 모금을 마시며 한숨을 돌린다.

먼저 도착하여 쉬고 있던 한 10여 명의 산악회 회원들이 주섬주섬 일어나서 출발할 채비를 한다.

“우리도 슬슬 갈까?” 하며 아내를 보니 눈꼬리 입꼬리가 축 처져있다.

언제나 웃는 아내인데 얼마나 힘들면 저럴까 하는 생각인데 산이라는 특성상 내가 걸어야 오르고 끝이 나는 것이기 때문에 별다른 말 없이 내가 먼저 몸을 일으킨다.

아내도 무겁게 몸을 일으키며 “걷는데 졸려” 한다.

“마등령 삼거리까지 가 보고 정 힘들면 오세암 쪽으로 내려가자”

“........”

장군봉을 옆으로 끼며 계속 오르막을 오른다.

마등령 등반 1시간 40분... 마등령 2 쉼터 도착

마등령 삼거리와 금강굴 갈림길에서 호기 있게 웃고 떠들던 산악회 회원들이 음료와 간식을 먹으며 쉬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들도 오르막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마등령의 기세에 눌렸는지 사뭇 조용한 분위기로 음식만 먹고 있다.

근처의 조그마한 암봉에 올라 주위를 살펴보니 바로 앞쪽으로는 나한봉이 뾰족하게 솟아 있고 뒤이어 황새봉, 1275봉, 신선대, 대청봉, 중청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고 왼쪽으로는 멀리 속초 앞바다가 갈치의 은비늘 마냥 반짝인다.

“와... 정말 아름답다.. 이러니 우리나라 제1경이지....”

가파른 산행길로 온몸이 아프고 숨이 넘어갈 듯 하지만 공룡의 속살을 세세하게 바라보며 매만지고 느끼면서 걷는 맛은 모든 고통을 상세시켜 주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옆에 앉은 아내를 보니 단백질 초콜릿 바 한 개를 먹고 물 한 모금 마시고는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다.

졸고 있나.... 이번 산행이 나는 좋은데 아내한테는 너무 무리한 산행이지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또 든다.

마등령을 오르기 3시간 정도 지나니 앞쪽으로 마등령 등반의 하이라이트인 철 사다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정말 마지막 깔딱 고개다.

아내한테 저기만 지나면 마등령이라고 하니 기쁨보다는 저 철사다리를 어떻게 올라가야 하나 하는 걱정이 듬뿍 담긴 눈을한 아내의 얼굴이다.

철 사다리는 경사가 급하기는 하지만 안정적으로 발을 디딜 수 있는 발판이 있고 무엇보다 난간이 있어서 너덜지대를 걷는 것보다는 그런대로 수월한 느낌이다.

그리고 고도를 높인 만큼 바라다 보이는 전경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경이롭고 아름답게 보인다.

속초 앞바다, 장군봉 그리고 너머의 울산바위까지.... 이곳이 아니면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짜릿한 감동을 느끼게 해 준다.

드디어 마등령 정상에 올라섰다.

소공원에서부터는 4시간 30분, 비선대에서는 3시간 40분이 걸렸다.

우리는 나무에 걸터앉아서 삼각김밥, 사과, 오이, 초콜릿 등을 먹으며 한숨을 돌린다. 살짝 고개를 돌려 아내를 보니 눈꼬리도 입꼬리도 살짝 들리며 웃음 띤 얼굴이다.

다행스럽게 마등령을 오르는 시점보다는 다소 안정된 모습이다.

주위에 쉬고 있는 분들을 보니 대부분 산악회를 통해서 단체로 오신 분들이 많았고 마등령을 오르며 온몸의 기운이 빠질 대로 빠진 분들은 공룡능선 종주를 포기하겠다는 분들도 더러 있었다.

마등령에서 이십 분 정도 내려가면 마등령 삼거리가 나오는데 여기서 공룡능선을 타고 넘어갈 것인지 오세암으로 빠질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공룡능선으로 접어들면 약 5킬로미터의 산행길은 중간에 옆으로 빠질 수 있는 데가 없어서 죽으나 사나 희운각까지 가던가 아니면 다시 돌아와야 하기 때문이다.

공룡능선 길은 길이 잘 나있어서 주간에는 길을 잃어버릴 염려가 없지만 밤이 되어 어두워지면 곳곳의 절벽에 가까운 내리막길로 무척 위험한 등산로가 된다.

아내에게 “공룡 넘어갈까?” 하고 물으니 “당연하지” 하며 물어볼 것을 물어봐라 하는 듯이 대답을 한다.

우리는 기세 좋게 “공룡능선 입장” 하며 두 손을 들고 공룡능선 길로 접어드는데 바로 앞쪽으로 “공룡능선 고립위험지구”라고 쓰여 있는 표지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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