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내와 잘 살기...

제34편 설악산 공룡능선 종주 2편.

by 이and왕

나한봉은 마등령에서 고도를 잔뜩 높여서인지 별 어려움 없이 지나쳐서 큰새봉으로 향한다.

나한봉 쪽에서 바라다보는 큰새봉은 날개를 활짝 펼친 거친 맹금류의 모습을 하고 있다.

공룡능선의 봉우리는 하나하나가 절경들이다. 그러니 공룡능선을 우리나라 제1경으로 뽑는 이유일 것이다.

나한봉에서 큰새봉으로 향하는 길은 정말 조심을 해야 한다.

절벽에 가까운 내리막길로 그렇지 않아도 마등령을 오르며 힘이 빠진 다리로 헛디딘다거나 미끄러지면 대형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뒤에서 따라 내려오고 있는 아내를 보니 의외로 잘 내려온다. 사실 아내는 고소공포가 없어서 절벽 같은 곳에 거림김 없이 걸터 않아 있지만 나는 지독한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절벽 근처만 가면 오금이 저려서 걸터 않을 엄두를 못 낸다.

두 팔과 두 다리로 기다시피 내려오는데 역시 아내가 한마디 하며 놀린다.

“무섭지 무섭지...ㅎ..”

킹콩바위에 도착을 했다.

이곳은 공룡능선에서는 나름 사진명소로 이름난 곳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북적였다.

문득 30년 전 회사동료들과 왔을 때 이곳에서 김밥을 먹던 생각이 난다.

그때도 이곳의 경치에 홀려서 한참을 머물었던 기억이다.

공룡능선 산길은 그때나 지금이나 참 아름답구나 하는 생각도 들며 30년이 지난 지금 조금 늙어서 아내와 같이 왔다는 것에 감개가 새롭게 느껴졌다.

아내도 이곳의 경치에 매료되었는지 얼굴이 밝아졌다.

아내는 킹콩바위 밑의 급경사가 있는 바위에 올라서 두 손을 위쪽으로 활짝 피고 사진을 찍어달라는 신호를 보낸다.

“호오... 정말 근사한데...”

이곳에서 바라다 보이는 장군봉, 울산바위, 속초 앞바다 등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울림의 전경들이 펼쳐진다.

이러한 모든 풍경은 힘들게 공룡능선을 올라타야지만 볼 수 있는 전경들인 만큼 더욱 값지게 느껴진다.

공룡능선의 4개의 주봉 중 3번째인 1275봉에 오르기 시작한다.

오르막이 한도 끝도 없이 이어진다.

아내의 발걸음이 점점 느려진다. 하지만 지구력하나는 끝내주는 아내는 한발한발을 옮기는 것은 늦을지언정 멈춤이 없이 계속 이어진다.

그래서인가 비선대 초입과 마등령 삼거리에서 보았던 산악회 회원들의 모습이 이제는 뒤쪽에 머물러 있다.

몇 년 전 아내와 지리산 종주를 할 때도 그랬다.

성삼재에서 출발할 때 호기 있게 많은 사람들이 앞서 갔지만 장터목 산장에 도착한 것은 느림보 거북이 산행을 지향하는 나와 아내가 더 일찍 도착을 했었다.

아내와 나는 산행 시 다리에 무리가 가지 않을 정도로 조금 느리게 꾸준히 계속 걷는 것을 좋아한다.

힘들게 걷는 것은 다리를 포함한 육체는 힘들겠지만 눈과 정신은 그와 반대로 행복해지는 느낌이 든다.

사회생활을 하며 느꼈었던 스트레스와 이와 연관된 정신적 고통은 산행을 하며 느끼는 육체적 고통으로 상세되는 느낌도 받는다.

한발 한발 옮기며 “이보다 힘들까... 이보다 힘들지는 않았겠지... 포기하지 않으면 정상을 밟을 수 있으리라” 하는 생각을 하면서 걷다 보면 그동안 머릿속에 필요 없이 쌓여있던 생각의 염증들이 하나둘 분해되어 개운해지는 느낌이 든다.

한발 한 발이 이어지며 결국 1750미터 봉에 올랐다.

“산은 포기하지 않으면 정상은 반드시 올라설 수 있다.” 진리다.

공룡능선길은 어느한곳 빠지는 곳이 없이 모든 산행길이 절경이다.

앞쪽의 봉우리들은 가는 걸음을 즐겁게 해 주고 뒤돌아서서 보는 봉우리는 우리가 저길 어떻게 넘어왔지 하는 탄식을 자아내게 만든다.

체력만 유지된다면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모두 오고 싶은 능선길이다.

시선대로 향하는 내리막길도 정말 아찔한 구간이 많다.

낮시간대에는 그나마 손에 잡을 수 있는 것도 발을 디딜 수 있는 것도 보여서 발발 떨리기는 하지만 내려가거나 올라갈 수 있지만 어두워지면 정말 오도 가도 못할 지경에 처하게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비선대에서 통행시간을 11시 까지를 정한 것이 아닌가 한다.

급경사 길을 쇠나간을 잡고 내려가는데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 보인다.

암릉과 사이에 한 사람 정도 드나들 정도의 공간이 있고 바로 우뚝 솟은 바위가 아주 멋지게 서 있었다.

일명 “촛대바위”다.

이 또한 사진 명소로 소문이 나서 많은 사람들이 대기하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우리는 먼발치에서 사진 찍는 것으로 만족하고 넘어갔다.

드디어 공룡능선의 시작과 끝인 신선대가 보이기 시작한다.

아내에게 저기가 마지막 봉우리야 하며 가리키니 “또 오르막이야” 하며 긴 한숨을 쉰다.

신선대 오르는 산길이 이를 악물게 만든다. 얼마나 이를 악물고 올랐는지 왼쪽 위아래 어금니가 산행 후 사나흘은 욱신거릴 정도였다.

뒤 쳐져서 올라오고 있는 아내를 보니 한발 한 발이 천근을 들어올릴는 것처럼 무겁게 보인다.

“힘들어? 조금만 힘내... 우리 저녁에 치킨에 맥주 시원하게 마시자”

“그럼 생맥주로 하자”

힘들게 산을 오를 때는 역시 하산주를 꿈꾸는 것이 최고지..

신선대 정상에 다다를 때쯤 뒤에서 오르던 아내의 “아이코”하는 소리가 들린다.

다급히 뒤돌아 보니 아내가 돌 위에 굵은 모래에 뒷발이 미끄러지며 앞으로 엎어진 것이다.

황급히 부축하며 “괜찮아” 하고 물으니 “발이 힘이 없어 에구” 한다.

그럴 만도 하지... 근래에는 산길보다는 둘레길 같은 평지만 걷다가 내가 급작스럽게 결정하여 산중에서도 최고로 높은 난도의 공룡능선 종주산행을 하고 있으니 다리에 힘이 빠질 만도 하지 하는 생가이다.

드디어 공룡능선의 끝 신선대에 올라섰다.

우리는 뒤돌아서서 우리가 넘고 넘어온 공룡능선을 봐라 봤다.

저 멀리 장군봉으로부터 마등령, 나한봉, 큰새봉, 1275봉, 천화대 등등등 봉오리들이 꽃처럼 피어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왼쪽으로는 “용아장성”이 발톱을 앙 보이며 무섭게 누워있고 그 너머로 서부능선길이 이어지며 그 끝에 “대청봉”이 우뚝 솟아 있다.

“아....”

우리는 신선봉 암릉에 걸터앉아서 공룡능선을 바라보며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앉아 있었다.

“부스럭부스럭”

“뭐 해?”

나는 얼을 물과 함께 뽁뽁이로 둘둘 마라서 싸 가지고 온 참외를 불쑥 꺼냈다.

“우와... 뭐야... 참외야.. 이야 시원한데...”

참외를 아직 배워 물지 않았는데도 향긋한 참외 내음이 풍겨오는 듯하다.

“줘봐... 줘봐”

하더니 “자 사진 찍어봐” 한다.

아내가 두 손으로 노란 참외를 들고 우리가 걸어온 공룡능선길에 받치고 들고 있었다. 아마도 힘들게 걸오온 육체에 보시를 한다는 심정인 듯이....

“찰칵... 감성 굳”

신선대를 뒤로하고 내려가려 하니 아쉽다.

생각 같아서는 한나절은 넋 놓고 앉아 있고 싶은데 내려가는 길도 만만치 않은 하산길이라 엉덩이를 털털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말 집에 도착하여 생맥주 먹겠다는 일념으로 겨우겨우 몸을 지탱하며 신선대에서 소공원까지 장장 3시간에 걸쳐서 하산을 완료하며 산행을 마치었다.

소공원에서 비선대까지 50분, 비선대에서 마등령 삼거리까지 4시간, 공룡능선 5시간, 천불동계곡으로 송공원 하산 완료 3시간 등 도합 13시간의 산행이었다.

아내가 소공원 1.5킬로미터라고 쓰여 있는 표지판 근처에서 나에게 불쑥 “고마워 이런 산행을 할 수 있도록 해 줘서”라는 말을 하며 나를 쳐다본다.


나는 아내와 우리나라 3대 종주 산행을 하는 것이 버킷리스트였다.

덕유산 종주, 지리산 종주, 설악산 공룡능선 종주....

이번에 설악산 공룡능선 종주를 마치며 일단 버킷리스트 한 개를 완성을 하였다.

우리가 짊어지고 간 물품은 물 500밀리미터 7병, 이온음료 2병, 삼각김밥 9개, 오이 3개, 에너지바 8개, 사과 2개, 비스킷 1개... 먹는 것은 조금씩 남았는데 물은 좀 모자란 감이 있었다. 그래도 물 4병을 얼려서 뽁뽁이 형태의 봉지에 넣어서 산행 내내 시원한 얼음불을 먹을 수가 있었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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