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이래 봤자 겨우 두 평짜리 정말 작은 텃밭인데 고추나무 밑 고랑에 겨우 비슷듬하게 자리를 얻어서 개똥참외가 자라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의도적으로 참외를 심은 기억이 없다. 더군다나 열매인 참외는 시중에서 사 먹은 덕분에 어떻게 생겼는지를 알고 있으나 참외를 열리게 하는 잎과 줄기, 꽃은 알지를 못한다.
그래서 처음 고추나무 밑 고랑 옆구리에 자리를 잡고 떡잎이 몇 개가 만들어졌을 때만 해도 잡풀인가? 하다가 잡풀과는 사뭇 다른 범상치 않는 형태를 보고 호박인가? 하는 생각도 했었다.
하루하루 지나며 호박을 닮은 줄기가 커나가면서 호박잎 닮은 잎들이 퍼져나가고 일주일 전에는 노란 꽃이 몇 개 피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꽃잎이 호박잎하고 비교하기에는 좀 작은 크기였다.
며칠 전 윗동서가 와서 꽃을 보고는 혹시 참외 아니냐고 하여 인터넷을 찾아보니 “참외 꽃은 꽃잎이 뾰족하여 별 같은 느낌이 들고 꽃받침에 가는 털이 뽀송뽀송 나있다”라는 설명이다.
휴대폰에 나와 있는 사진을 들고 밭으로 후다닥 뛰어가서 밭에 핀 노란 꽃잎과 비교를 해 보니 설명 내용과 딱 일치한다.
그럼... 참외... 개똥참외...
내용을 더 찾아보니 “개똥참외는 참외를 먹은 후 씨가 배설되어 저절로 싹이 되어 자란 것으로 작고 맛이 없다. 배고플 때만 먹는다"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눈에 들어오는 속담 “개똥참외도 가꿀 탓이다”가 눈에 들어온다.
그럼 누가 배설을?
우리 밭에는 배설물을 버리지 않는데.... 개똥참외의 탄생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추적을 해본다.
첫 번째 탄생의 비밀 제공... 냥이?
우리 마을에는 공동육아(?)를 하는 일곱 마리 정도의 길냥이들이 있다.
그중에 흰과 검음이 적당하게 어울리는 털을 가진 큰 덩치와 아주 검은색의 좀 작은 덩치가 주로 어슬렁거린다.
그중에 검은색의 좀 작은 덩치가 우리 집 고추나무 밑에서 엎드려서 쉬는 모습을 자주 목격을 했었다. 그럼 이 검은 냥이가 어디서 참외를 얻어먹고 고추밭에다 응아를 했나? 하는 추론을 해 본다.
두 번째 탄생의 비밀 제공.... 우리 집 미생물 음식물 처리기?
우리 집에는 발효균을 이용해서 음식물을 건조해 처리하는 음식물 처리기가 있는데 여기서 건조되어 나오는 찌꺼기를 밭에다가 뿌려주고 있다.
혹시 그중에 온전한 참외 씨앗이 발아되어 개똥참외가 되었나?
나는 참외를 정말 좋아하지만 제2 당뇨를 진단 받은 후부터는 참외를 일부러 피하는 편이라 올해에도 한 번 정도를 샀을까? 할 정도로 사지를 않았었는데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세 번째 탄생의 비밀 제공.... 우리 집에 벌레나 곤충을 잡아먹으러 오는 참새?
아침이 되면 부지런한 참새 두어 마리가 우리 텃밭에 날아와서 부지런하게 무언가를 쪼아 먹는다.
참새는 잡식이라 씨앗도 먹겠지만 작은 벌레도 잘 잡아먹는다. 그래서 참새가 날아와서 열심히 밭에서 무엇인가를 쪼아 먹고 있으면 참새의 아침식사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조심조심 문을 열던가 아니면 베란다 창문을 통해서 지그시 쳐다만 보는 경우가 많다.
텃밭은 우리만 먹을 정도의 작은 텃밭이라 겨울이 되기 전에 천연 부엽토만 뿌려주고 살충제 계통은 일절 뿌리지 않는다. 또한 마당 잔디에도 별도의 잡초제를 뿌리지 않고 눈에 보이는 족족 잡초를 뽑아내고 있어서 잔디 깎기를 할 때면 튼실한 방앗개비나 각종 메뚜기들이 요리조리 뛰어다니고 그리고 이들을 사냥하기 위해 호시탐탐 주위를 살피는 사마귀가 종종 눈에 띈다. 덕분에 우리 작은 텃밭에는 무공해 자연생인 튼튼한 벌레나 곤충들이 많고 그래서 그런지 참새나 기타 이름 모를 새들이 자주 날아와서 벌레를 쪼아 먹는 것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이렇게 우리 집 텃밭에는 튼튼하고 영양 만점의 벌레와 곤충들이 많이 서식하여 새들에게는 나름 인기 있는 먹거리 장터쯤으로 여기게 되었고 그래서... 혹시... 참새들이 더욱 풍성한 먹거리를 위해 참이 씨를 물어와서 심어 놓지는 않았을까? 아니면 싱싱한 벌레나 곤충을 제공해 준 보은으로 참외 씨를 물어 오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여하튼 첫 번째 원인이든 아니면 두 번째나 세 번째 원인이든 우리 밭에서 별도로 심지 않았는데 참외가 자란다는 것은 확률적으로 참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서 무척 대견하고 소중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식물이 무엇일까 정말 참외일까 하는 궁금증도 있다.
물론 지금 자라고 있는 식물의 외부 형태는 참외에 대하여 내가 찾아본 내용과 아주 일치하기는 하는데... 그래도 어떻게 열매를 영글어 낼지 참 궁금하기는 하다.
현재는 꽃받침 밑에 콩알만큼 아주 작은 열매가 매달려 있는데 모양이 아주 앙증맞고 귀엽다는 생각이 들며 이렇게 작은 콩알이 정말 참외가 될까? 하는 기대를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