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리
한 사람의 삶은 수많은 자리로 이루어진다. 앉았던 자리, 떠난 자리, 그리고 아직 채워지지 않은 자리.
어머니와 마주 앉아 식사를 하던 자리에서, 나는 문득 빈자리에 대해 생각한다. 어머니는 여전히 나와 함께 계시지만, 그 세월 속에서 남겨진 빈자리는 점점 더 선명해진다.
눈앞에 놓인 육회. 어머니는 한 손으로 조심스레 젓가락을 집어 들었다. 그러나 예전처럼 능숙하게 드시지 못한다. 이제는 남은 단 하나의 임플란트로 겨우 음식을 드시고 계신다. 마치 삶이 남긴 흔적처럼, 어머니의 치아도 하나씩 자리를 비워갔다. 그것은 단순한 신체의 변화가 아니라, 긴 세월을 견뎌낸 흔적이자, 오롯이 삶을 살아오신 어머니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
옆자리를 보니 빈자리가 있다.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어머니와 함께 밥을 먹을 때마다 느껴지는 공백, 그리고 나 역시 곁을 내어줄 이가 없는 빈자리 속에 앉아 있다. 사랑했던 사람, 함께였던 사람, 삶을 나누었던 사람이 사라지고 난 후 남겨지는 자리. 그 자리는 언제나 공허하다.
빈자리는 단순한 공간이 아니다.
그곳에는 남겨진 사람의 기억이 머물러 있다. 때로는 따뜻한 기억이 되고, 때로는 가슴 시린 상실로 다가온다. 우리는 서로의 빈자리를 채우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어머니의 빈자리는 언젠가 나의 빈자리가 될 것이다. 지금 함께하는 이 순간이 지나면, 나도 어머니의 빈자리를 바라보며 살아가겠지.
언젠가, 어머니의 자리도 비게 되겠지.
그때 나는 어떤 모습으로 이 자리에 앉아 있을까? 어머니가 남긴 기억 속에서, 그 빈자리를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
삶은 언젠가 끝이 난다. 한 편의 영화가 끝나고, 관객이 자리를 뜨고 나면 남겨진 빈 좌석처럼. 그러나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 빈자리에 앉아, 나는 오늘도 어머니를 바라본다.
지금 이 순간을 마음에 새기며, 어머니가 내 곁에 계신 이 시간을 소중히 간직한다.
빈자리는 슬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얼마나 사랑했고, 얼마나 함께했는지를 기억하는 자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