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비가 세차게 내린다.
이곳 날씨는 우리나라 초겨울 날씨와 비슷하다.
여기에 사는 사람들은 굉장히 춥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겨울 파카에 가죽잠바에 완전무장을 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다.
바람도 굉장히 세게 불고 있어 체감온도는 더 낮았다.
어제 도난사고로 인하여 한 카드에서 2회에 걸쳐 약 46불 정도의 구매확인이 되었다.
사건이 나고 한국에 카드 정지를 요청했는데 정신이 없어 하나가 누락되었다.
그 사이에 2건 구매결제를 한 것이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큰 금액은 아니라서 조금 위안은 되었다.
구매내역에 대하여 추가 신고를 위하여 경찰서로 갔다.
카드 2회 사용건과 벼리 가방 속에 있었던 선글라스와 화장품에 대하여서도 신고를 했다.
그러나 경찰에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일을 처리하는 것이 천하태평이다.
피해를 입은 사람들만 급하지 하나도 바쁜 게 없어 보였다.
추가 신고를 마치고 어제 사고를 당한 장소에 잠시 주차를 했다.
'주변에 혹시 뭐가 있을까?'
이리저리 주변을 살펴보았으나 아무것도 없었다.
있을 리가 없지.
빈민가에서 뭘 찾겠다고...
차 안에서 누가 오고 가나를 보고 있었다.
흑인 청년들이 지나치며 가끔 차 안을 살피는 눈길이 마주칠 때 휘번득거리는 것이 예사롭지 않았다.
우리 일 때문인지는 몰라도 어제는 보이지도 않던 경찰차가 우리 사고 지점 부근에 주차하여 순찰을 하고 있었다.
비 오는 도시를 벗어나 바람이나 쐬고 오자고 하여 약 40km 정도 떨어져 있는 볼더스 비치라는 펭귄 서식지로 갔다.
해변가에 펭귄들이 모여 있긴 한데 주로 땅 위로 올라와서 나무 숲 속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낮은 울타리 안에 있는 펭귄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고 제 할 일에만 열중이다.
특히 눈에 띈 건 두 마리의 펭귄이다. 마주 보고 목덜미 부분을 부리로 서로 '콕콕콕' 쪼면서 사랑을 나누는 것 같았다.
누가 보거나 말거나 앞도 뒤도 보지 않고 오직 그 일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한참 보아도 끝나지 않으니 우리의 가던 길을 오래도록 붙들었다.
사랑에 단단히 빠졌나 보다.
숲 속에는 펭귄 집들이 있었는데 그 속에 들어가 있기도 했다.
평소에 생각했던 큰 펭귄이 아니라 귀엽고 자그마했으며 거의 비슷비슷하게 생겨서 똑같아 보였다.
큰 새 정도의 크기다.
해변에는 상어를 조심하라는 문구도 보였다.
아무래도 펭귄이라는 먹잇감이 있으니 상어도 자주 출몰하는 모양이다.
해안가의 신선한 바람을 맞으며 우리는 새로운 기운을 얻고자 심호흡도 했다.
날씨는 변덕을 많이 부렸다.
비가 소나기처럼 잠깐 오면 상가 속으로 쏙 들어갔다가 그치면 나오기를 반복했다.
모래밭을 내려서니 모래가 너무 부드럽고 고왔다.
펭귄 가까이에 조심스레 다가가 보고 있으니 눈을 깜박이며 방향을 바꾸면서 살짝 움직였다.
'나 귀엽죠? 많이 보세요.'
라고 하듯 유유히 걸어갔다.
언제 펭귄을 가까이서 볼 기회가 있겠는가?
총총걸음으로 따라다니며 오래 보았다.
투명하리 만큼 맑은 푸른 바다와 하얀 모래 위에서 한가로이 놀고 있는 펭귄들의 서식지의 환경은 너무 청정했다.
"펭귄들은 좋겠다. 이런 곳에서 살면 병도 없고 장수하겠네."
'무슨 걱정이 있으며 어떤 생각으로 살아갈까?'
마음을 자연에 내려놓고 순응하는 삶을 살아야 할 것 같다.
나의 삶의 방식과 닮았다.
볼더스비치에서도 다양한 여행을 통해서도 많이 배우고 느끼고 있다.
비가 왔다 갔다 하니 기온이 더 낮아 으슬으슬 춥다.
주차장 입구 쪽으로 걸어가니 바다 위에 시꺼먼 물체가 떠 다니는데 멀리서 보니 뭔지 확실히 알 수가 없다.
넘실대는 물결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는 것이 살아있는 생명체 같은데 펭귄은 아니다.
파도 타고 바위에 철썩 부딪혔다 나가는 물체가 군집을 이루고 있는데 도대체 뭐지?
바다 위를 새까맣게 뒤덮고 있었다.
사진을 찍어 확대해서 보니 미역 같았다.
'미역이 바다 위에 둥둥?
자연산 미역?
먹는 미역일까?'
너무 크고 싱싱한 미역들이 푸른 물살 따라 살아 움직이는 듯해 육지로 올라올 것만 같았다.
우리나라에서 보지 못한 바다 풍경이라 미역이라 확신할 수 없다.
약간의 궁금증과 해변에서의 신비함을 가득 담고 시내를 지났다.
생명체가 있는 곳은 어디든 움직임이 활발하다.
모양새도 각기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지 물밀듯이 지나간다.
살아있다는 증거이고 축복이다.
우리도 그중의 한 사람으로 건강하게 다닐 수 있음에 감사하며 달리고 있다.
차량도난 사고장소에 순찰차 등장
볼더스 비치
사랑을 나누는 펭귄연인
펭귄아 이리 와~~~
나 왔다~~
도로에 나타난 원숭이 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