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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혁 Feb 18. 2022

나혼자 제주 여행 EP6

날씨 맑음.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만족, 그리고 행복한 시간을 함께 나누었던 3일차가 끝나고 이제 어느덧 4일차. 4박 5일이라는 시간이 너무 아쉬운 나머지 하루 더 있다 가고 싶은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움만이 남아있던 이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가야 할 곳을 정했던 곳은 바로바로 '우도'이다.


마지막 나 홀로 코스일까. 제주도에 오면 무조건 가야 한다는 필수 코스인데 관광지라는 개념보다는 사람들이 순수하게 정말 제주도스럽다는 자연적인 공간이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다.


-


다음날 아침. 바로 일출을 봐야 하기 때문에. 성산 일출봉을 무조건 찍고 와야 한다는 생각은 가득한데 몸을 움직일 수가 없다. 통증이 심하게 왔다. 잠깐 10분간 발에 쥐가 나서 끙끙거렸다. 사려니숲길 3시간 동안 속보해서 그랬나 보다. 무리하지 말걸. 그리고 우도 직원분은 먼저 아침배 타고 떠나셨다. 잠깐 눈 마주쳤는데 숙취 때문인지 죽을 상이시더라. 결국 일하러 가야 한다고 어쩔 수 없이 가셨다.


잠깐 바깥을 구경해 본다. 갑자기 날씨가 좋아져서 조금 억울한 갓혁. 하필 왜 이제서야. 차라리 비 올 거면 확 오던가. 게하를 나갈 즈음에 날씨가 좋아지니 진짜 세상 억울했다. 그렇지만 우도 갈 마음에 벌써 설레더라.


여전히 저 멀리 먹구름은 가질 않았지만, 다시 한 번 더 제주 감성을 더 구경해 본다.


오전 사이버 교육이 있어서 로비에서 12시까지 노트북 틀고 있었다. 사장님께서도 흔쾌히 허락해 주셔서 더 죄송하지만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리고 떠난다니까 해장하라고 사장님께서 주신 비피더스. 마침 목이 너무 말랐는데 정말 감동의 눈물을 흘릴 뻔했다. 사람 간의 관계. 정말 종이 한 끗 차이더라. 어제 여러 이야기를 나누면서 함께했던 부분은 추억으로 동화돼가는 중.


작별 인사를 기약하며 떠났다. 하지만 아직도 생각나는 이유는 뭘까.


전날 사장님이 그러셨다. 혼자 여행 오신 분들 대부분은 외로워서 온 게 아니라, 정말 자신을 되돌아보고 싶어서 오는 거라고. 그러니까 남들이 커플끼리, 친구끼리, 가족끼리 간다고 본인을 그 수치심 속에 스스로 속이지 말라고 하셨어.


그걸 마치 단점으로 보면 넌 거기서 헤어 나올 수 없이 깊은 심연으로 빨려 들어가 결국에는 헤어 나오지 못한다고 하셨다. 그렇게 혼자였던 사람들, 공감대 맞는 사람들끼리 한 명 한 명 모이면서 자신을 위로하며 다시 바라볼 줄 알게 된다고.


모든 능력은 자기의 단점을 고이 간직하는 게 아니라, 자기의 틀을 깨부수는 용기와 기회를 스스로 만드는 거라고 일침을 가하셨다.

'날씨 맑음'


방문 후기 올렸는데 친절하게 무심한 듯, 츤데레한 장문의 글을 올려주셨다. 그래서 더 각인되었던 게하. 코로나 때문에 젊은 청년들이 힘들고 그나마 제주도에서 풀어 자치고 놀아야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놀 수 없는 시스템에 못챙겨줘서 미안하다고. 괜스레 내가 더 죄송해진다. 이런 격려와 감사 리뷰 말 한마디라도 정말 큰 힘이 되더라. 그리고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리뷰 보면 대부분 이런 장문의 글을 다 꼼꼼히 세밀하게 올려주셨다. 그래서 단골이 끊이질 않는구나. 아무튼 정말 감사했다.


잠시나마 즐거웠다. 성산 핫플 게하야. 나중에 다시 보길 기대하며 우도로 가는 길을 마주해본다.


어제 혼자 여행 오신 분들과 추억이 깃든 소심한 이층부터 인근 카페까지. 아침에는 너무 조용하고 고요했다. 주변에 널린 먹다 남긴 와인들과 와인병들이 무덤덤하게 분리 수거통에 거치되어 있었다. 그 순간을 보면서 정말 잘 왔구나 생각이 들었던 나날의 연속 같았다. 그리고 내가 가야 할 곳은 우도이기 때문에 일부러 삥 둘러 갔다.


핫플게하에서 나와서 원래 왼쪽으로 꺾어 이동하는 게 네비가 알려주는 코스인데 난 일부러 성산 일출봉 구경과 사람들이 잘 모르는 걷기 좋은 곳으로 이동했다.


하늘 이렇게 맑은 적 제주 와서 처음이다. 하필 마지막 날 바로 전날에. 뭐 그래도 우도 가는 날 만큼은 날씨가 좋아서 다행이었다. 사실 날씨에 연연하지 않는데 멀리 타지까지 오면서 날씨에 연연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다소 아쉬움이 남아 있을까봐였다.


사진으로는 완벽히 이 아름다운 풍경을 담기에는 다소 어색하였고 실제로 보는 모습만큼 나오지 않아 살짝 실망했지만 어떻게 하겠는가. 하지만 이렇게 좋은 날에 저기 멀리 보이는 성산 일출봉과 사람들의 흔적이 없는 이 올레길을 걸으면서 진짜 마지막 날 장식 잘 할 수 있겠다는 마음가짐과 포부를 가져야겠더라.



이생진시비거리


시인 이생진은 충남 서산이 고향이지만 '섬 시인'으로 통한다. 어려서부터 섬을 좋아해 천 곳이 넘는 섬을 찾아다녔는데, 특히 제주섬을 좋아하고 자주 노래하셨다.


그 가운데 '그리운 바다 성산포'는 성산포를 널리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고, 40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이곳에서 시비에 새겨진 19편의 시를 읽노라면 어느 틈에 '바다로 뛰어드는 시'들을 느끼게 될 것이다.


19개의 시비가 새겨져있다. 걸으면서 시간의 여유를 즐기며 한번 읽어봐도 나쁘지 않다. 제주도에 와서 문학 공부라 뭔가 색다르게 느껴진다.


수평선과 외로움, 그리고 파도를 통해 배우는 어느 시인의 넋을 기리기 위함.


파도는 살아서 살지 못한 것들의 넋.

파도는 살아서 외우지 못한 것들의 꽃 .


이생진 시인이 성산포를 너무나 사랑했고 성산 주민들과 동고동락했던 그때 그 일상을 구체적으로 보여준 시. 특히 바다를 보면서 느끼는 자신의 성찰감과 바다에 대한 애정과 연민을 고스란히 보여주더라.




중간중간 구경할 곳이 많았다.

어딜 가나 와 여긴 진짜 한국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마음을 요동치게 했던 그런 곳 말이다.  여기는 성산 일출봉과 우도를 양 사이드로 볼 수 있더라.


특히 노을 질 때 밖으로 나와 테라스나 야외 소파에 앉아 저 멀리 구경하면

나 제주도 정말 잘 왔다는 인생 샷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날씨가 매우 추운 관계로 사람들은 사진만 찍고 들어갔던데 날씨가 풀리면 여기로 꼭 와보길 강추한다.



중간중간 올레길 리본의 흔적이 있다. 제주도 올레길에는 이런 리본들이 항상 묶어져 있다.

올레길을 탐방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흔적을 남기기 위함이다.


우도 선착장에서


어느새 도착한 성산 우도 선착장

우도에서 청진항이랑 하우 목동항이라는 이 두 곳으로 이동 가능하다. 가는 시간표는 다른데 나는 전동 자전거 종일권을 예약했기에 최대한 빠른 시간대에 가기로 했다. 아 참고로 신분증은 무조건 필수였다.


표를 두 개 준다. 성산 출발행과 우도출발행. 그리고 현장 발매이기 때문에 미리 예약은 불가능하다.

직원분이 친절하게 안내해 주시는데 특히 당일 우도에서 1박을 할 것인지, 복귀할 것인지 이게 제일 중요하더라.


그리고 승선 신고서는 무조건 2개 작성해야 한다.

각각 들어갈 때 나올 때 필요하더라. 이거 모르거나 까먹고 무작정 들어가서 훌랄라 재밌게 놀다가 우도에서 복귀할 때면 그때부터 골치 아프다.


그렇게 해서 왕복 만 원이 지출되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양호한 거 아닌가. 정시 기준으로 한 15분 전에 들어가면 된다. 양 사이드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3층까지 있었지만, 난 제일 위층으로 올라갔다.


예상보다 사람들이 많이 탔던 우도행 배. 구석에 터를 잡은 갓혁. 그런데 갑자기 갈매기들이 몰리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자주 과자를 던져주니까 애들이 습관적으로 몰려온 듯. 자연은 자연에 맡겨야하는데 뭔가 좀 그렇더라.


나홀로 우도 선박행


물 요동치는 거 봐라. 직접 구경해 보니 잠깐 색다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빨리 가는 것도 아니라 천천히 이동하면서 구경하는 재미란 사람들로 하여금 행복한 목소리들의 연속이 시작되었다.


이제 진짜 우도로 가는 길만 남아있다.

내 마지막 여행을 장식할 우도에서의 하루는 너무나도 기대되었다.

한편으로 설레는 마음을 이끌고 나 혼자 또 멀리 왔다는 이 생각에 잠시라도 주춤거릴 수가 없어서 말이다. 행복한 나는 이렇게 행복한 여행을 하고 있다는 것에 만족하며 살아야 더 멋진 삶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갓혁은 하나의 실수를 하고 만다.


<아래 클릭하면 다음화에 이어집니다.>

07화 나혼자 제주 여행 EP7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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