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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 2003> 리뷰

찾았다! 책 아니고 내사랑 곰탱이

by mo ry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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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느껴졌던 겨울이 어느새 지나고 몇 번의 간간히 내리는 비가 지나가고 겹겹이 입었던 옷을 벗고 외출할 때 입는 옷과 살갗사이를 오가는 봄의 바람이 차갑지만은 않게 느껴집니다


영화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 는 지금의 찰나로 지나가는 봄에 보기 좋은 영화입니다

2003년 제작된 영화이지만 타이틀 시퀀스에서 보이는 따뜻한 감성의 화면들은 지금 봐도 정말 감각적입니다. '용이'감독은 CF, 뮤직비디오 제작에 탁월한 재능을 보였던 감독입니다.

화면도 예쁘고, 수록된 OST 도 정말 다 좋습니다.

영화는 보다 보면 약간 일본 영화 스타일의 엉뚱하고 발랄한 이미지가 느껴집니다.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복수는 나의 것" 출연 이후에 이렇게 사랑스럽고 귀여운 역할을 해낸 '배두나'배우의 연기를 보는 것이 즐겁습니다.

짝사랑에 번번이 실패하지만 언제나 진정한 사랑을 기다리는 곰탱이처럼 귀여운 할인매장의 20대 소녀 현채(배두나)는 아빠의 심부름으로 도서관에서 화집을 빌려 가다 그 안에 '프레데릭 스튜어트 처치'의 춤추고 있는 곰 그림에 "네가 너무 좋아 봄날의 곰만큼 난 당신의 비밀을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겨울잠에서 깨어난 귀여운 곰같이 사랑스럽답니다

이것은 당신을 향한 내 사랑의 시작입니다." 이런 메모를 보고 마음 설렙니다.

그리고 메모는 다음에 읽을 책을 지정해 주면서 또 다른 메모를 남깁니다.

이러면서 현채는 본 적도 없는 남자에게 사랑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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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지금 현채의 짝사랑의 고백을 거절하는 이 남자는 실제 이 영화를 연출한 '용이'감독입니다.

이 분은 실제로 "올드보이"에서도 철가방 역할로 특별출연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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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곰탱이라는 별명은 유치원 때부터 현채와 함께 자라면서 항상 곁에서 현재를 짝사랑해온 동하(김남진)가 현채를 부르는 애칭이었습니다.


이렇게 자신을 빈센트라 칭하는 미지의 남자가 화집에 있는 메모로 현채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내용들은 사실은 동하가 현채에게 하고 싶었던 얘기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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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보다 바로 곁에서 곰탱이 같은 현채를 아껴주고 사랑해 주는 사람

동하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바보처럼 메모 속의 의문의 남자에게 사랑의 감정을 키워가는 현채 때문에 동하는 속상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애타는 동하의 마음의 고백을 그 메모 속의 남자가 대신해 주는듯합니다.

'바보 나의 사랑하는 바보 당신은 내가 누군지 모르는군요 겨우 10m 밖에 안되는 거리

고개만 돌리면 마주칠 법도 한데 당신은 온통 그림에만 정신이 팔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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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브 카유보트 "창밖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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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채가 메모 속의 남자에게 빠져서 혼자 사랑의 감정을 키워나갈 때 결국 그 메모 속의 사랑의 고백의 대상은 현채가 아니었다는걸 동하는 찾아내게 됩니다.


영화는 그 사실을 먼저 관객에게 알려줍니다


영화의 초반부에 현채는 아빠가 있는 병원에서 마주친 청각장애인 여자에게 빨간 털장갑을 받게 돼요.

그리고 대출하려던 화집이 책정리하면서 뒤로 밀려들어가면서 두 여자는 사랑의 대상이 잠깐 어긋나게 됩니다


오래된 영화이지만 지금 다시 개봉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영상도 패션도 음악도 감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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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OST는 다 좋지만 그중에 윤종신의 "우리 이제 연인인가요"와 이주원의 "기다리는 사람은 정말 좋아서 지금도 자주 듣는 노래입니다.


그 당시 유행했던 미니홈피의 감성이 묻어나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를 보면 안전게이트가 없는 지하철, 그때 계절의 거리모습 영화속 그때에 멈춰있는 풍경들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때 나는 어디서 뭘했었지 그런 생각도 떠올리게 됩니다

"우리모두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 건축학개론 영화의 포스터 문구처럼

이 영화도 그때의 우리모두의 첫사랑 그 어딘가를 닮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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