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찍은 사진의 풍경속의 한 편 당신의 자리
원래 극장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러닝타임이 진행되는 동안 조금이라도 지루하면 몇 번의 졸음의 위기가 찾아오는데 이 영화를 보는 동안은 그런 걸 느낄 겨를 없이 마음 반짝이고, 미소 짓고, 웃음 짓고 그리고 작은 반전에 감탄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사랑이란 감정에 수비적인, 혼자가 좋은 그래서 쭉 혼자이고 싶은 인기 많은 학원 논술교사이자 파워 인플루언서 영호(이동욱)
사랑이란 감정에 공격적인, 혼자서 금방 사랑에 빠지는 과몰입형 연애직진녀 출판사 편집장 현진(임수정) 둘의 만남이 영화에서 계속되면서 점점 쌓여가는 감정을 둘 만 모르고 관객들만 아는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전에 "건축학개론"을 제작했던 기획사라서 인지 저만의 느낌인지
영호가 필름 카메라를 들고 고궁에서 사진을 찍을 때 현진과 만나 대화하는 장면은 "건축학개론"을 생각나게 했습니다.
또 있습니다.
영호의 집으로 현진이 찾아와 둘이 창밖으로 비취는 서울 야경을 배경으로 와인을 마시며 대화를 나눌 때 들려오는 음악과 함께 키스하는 장면이 나오죠
그때 우리나라 시티팝의 대부 김현철의 '오랜만에'가 흘러나옵니다.
근대 우리나라의 문화의 르네상스였던 90년대를 살아본 저로써는 그때의 흔적들은 감성을 빨아들이는 솜처럼 마음을 촉촉히 가라앉히는 그 무언가가 있습니다
그렇게 "건축학개론"에서 이제훈과 수지가 아파트 옥상에서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을 듣던 장면에서도 이와 비슷한 느낌이었죠
그동안의 한국 영화에서 코미디 영화하면 억지웃음 유발이나 욕설 그리고 너무 속 보이는 과한 슬랩스틱의 연속이었다면 이 영화는 마음의 준비되지 않은 관객에게 계속적인 웃음의 킬링 포인트를 날립니다.
그 역할은 이상인 배우, 이미도 배우, 그리고 김지영 배우가 큰 역할을 합니다.
특히 김지영 배우는 프로야구로 치자면 변함없는 경쟁력의 실력을 갖춘 FA 홀드 전문 불펜 투수랄까요 대표적으로 "엑시트"나 "극한 직업"에서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었죠.
이들은 두 주인공 남녀의 사랑의 감정이 익어가게 만드는 모종의 작고도 귀여운 역할들을 해냅니다.
뭐 그렇다고 영화는 너무 노골적으로 둘을 해피엔딩 에버 애프터 그런 모두가 원하는 뻔한 결말로 진행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요.
영호의 첫사랑과 관련한 책 출판의 스토리는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도 생각나더라고요.
영화를 보는 동안 임수정 배우는 이런 역할에 특화된 연기를 정말 잘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인만 모르는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역할을 했습니다.
무엇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본 이유는 등장인물들 사이 오가는 대사들이 정말 배우들 입에 잘 붙고 맛깔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연기에 구멍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고요.
마지막 엔딩장면에서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 보여주는 장면
영호가 고궁에서 필름카메라로 찍었던 사진속에 담긴 현진의 모습들을 보여줍니다
혼자라도가 아닌 혼자여서 행복했던 영호의 풍경속으로 허락도 없이 들어와서 귀엽게 웃고 있는 현진의 모습에서 저 혼자 해피엔딩을 상상해봅니다
극장을 향해 집을 나서면서 12월 초의 강추위에 그냥 기다렸다 OTT에서 볼까 망설였는데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 크리스마스 시즌에 봤으면 더 분위기 났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