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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애옥 Sep 20. 2024

고사리

살얼음

나는 고사리요리를 참 좋아한다. 어린시절 엄마가 둘째딸이 고사리를 좋아한다고 명절만되면 제사도 지내지 않은 작은집이지만 고사리요리를 많이 해놓았다.


입맛이 까다로워서 밥을 잘 먹지않은 둘째딸은 고사리요리를 혼자서 다 먹는다.

그런 까탈스런 딸이 보기좋아서 였을까? 명절만되면 한솥해놓는 그 고사리는 명절이 오면 난 반복해서 떠올린다.


지금 우리 가족구성원은 고사리를 잘 먹지않는다.

하지만 뼈에 각인된 내 고사리 DNA는 명절만 되면 근질근질한지 세상밖으로 튀어나온다.


나 또한 한솥 요리해놓는다.

아무도 먹지않지만 그냥.


오늘 새벽 살얼음에 고정된 고사리를 문득 바라봤다.

요리를 해놔야겠다는 판단에 팬을 꺼내고 갈아진 갈비살을 양념하여 볶고 살얼음에 사로잡힌 고사리를 냅다 팬에 부어넣었다.


음 같아서는 달궈진 팬에  고기가 살살익어가는 그판위에 놓여진 고사리는 쉽게 녹아내릴줄 알았다.


하지만 살얼음에 얼키고 설킨 고사리줄기는 쉽게 녹아내리지 않아 요리하는 나를 애태우게. 만들었다.

알미운고사리

갑자기 그리도 어린시절 좋아했던 고사리가 미워졌다.


난 칼을 들이댔다.

흠. 얼음을 도려내야겠어

녹이기에는 시간이 너무걸려 하며.


하지만 내가 칼을 대면댈수록. 고사리 줄기들은 이리저리 피하면서 나에게 포기하라는 메세지를 보내는듯 했다.


낫 결국 약불로 그들을 놔두기로했다.

화장을 하고 외출준비를 마치고 갑자기 고사리가 생각나  인덕션쪽으로 가봤다.

살얼음에 엉킨 고사리들은 간장물에 조려진채 고사리 특유의 풍미를 풍기며 얌전하게 풀어져 있었다.



그래 너희들도 시간이 필요했던거구나!!

마음을 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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