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말이 통하지 않아 가슴이 꽉 막힌 듯 답답할 때, 내 마음이 갈 곳을 몰라 허공을 헤맬 때, 나는 속으로 조용히 읊조립니다.
'나도 엄마가 있어.'
도무지 조율되지 않는 아이와의 의견 충돌 앞에서 화가 치밀어 오르다가도, 문득 한평생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묵묵히 자식들을 키워내신 나의 엄마를 생각합니다. 배운 것 없고 투박한 손마디를 가졌지만, 엄마는 단 한 번도 자식의 성난 말대꾸에 똑같이 맞서지 않으셨습니다. 그저 넉넉한 품으로 우리의 모난 구석을 다 받아내며, 정성으로 지은 밥 한 그릇을 내어주셨을 뿐입니다.
내가 엄마가 되어보니 이제야 알겠습니다. 엄마가 부렸던 그 마법 같은 인내가 실은 얼마나 뼈를 깎는 노력이었는지를요. 아이와 부딪히며 내 밑바닥이 드러나는 순간마다 나는 마음속으로 엄마를 부릅니다. '엄마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말씀하셨을까? 엄마라면 이 철없는 투정을 어떻게 보듬어주셨을까?'
나에게도 기댈 곳이 있다는 생각, 나를 이토록 정성스럽게 키워준 사랑의 원형이 있다는 사실은 나를 다시금 일으켜 세웁니다. 아이에게 상처 주지 않고 다시 대화를 시도할 용기를 줍니다. 나는 엄마이기 전에 누군가의 소중한 딸이었고, 그 사랑을 먹고 자랐기에 이제는 내가 그 사랑의 통로가 되어야 한다고 다짐합니다.
아이와 부딪치는 매 순간, 나는 엄마를 떠올리며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갑니다. 나에게 엄마가 있다는 사실은, 내가 엄마로서 길을 잃지 않게 해주는 가장 밝은 이정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