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사람이야기

by 산속


나에게도 '엄마'라는 이름의 커다란 산이 있습니다.
아는 이 하나 없는 낯선 시골로 시집와 모진 고생을 견뎌낸 나의 엄마. 지금은 마음의 병이 깊어지셨지만, 그 아픈 와중에도 엄마의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은 단 한 가지는 자식의 끼니였습니다. "밥은 먹었니?", "밥 꼭 챙겨 먹어라." 엄마에게 밥은 곧 사랑이었고, 자식이 무너지지 않기를 바라는 절박한 기도였습니다.

​가끔 찾아오는 딸이 무심하고 야속할 법도 한데, 엄마는 늘 웃는 얼굴로 나를 맞이하십니다. 그러다 내 거친 손을 가만히 잡으실 때면, 엄마는 이내 눈시울을 붉히십니다. 고생한 딸의 손마디에서 당신이 걸어온 험난한 세월을 보셨기 때문일까요. 그 눈물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깨닫습니다. 내가 이 험한 세상에 태어나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우리 엄마의 숭고한 사랑 덕분이었음을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습니다.

​이제 내가 그 사랑을 내 아이에게 전합니다. 아이의 사춘기 공백 앞에서 길을 잃을 때도, 워킹맘의 죄책감으로 괴로울 때도 나를 버티게 한 것은 내 손을 잡고 울던 엄마의 온기였습니다. "너를 낳아서 참 사람이 되어가는구나"라고 아이에게 속삭일 수 있는 힘은, 사실 "너를 낳아 내 삶이 완성되었다"라고 말해주던 엄마의 눈물에서 온 것이었습니다.

​나는 엄마를 닮아 아이의 끼니를 챙기고, 아이의 하루를 궁금해하며, 아이의 키가 나를 훌쩍 넘어서도 여전히 아기처럼 바라봅니다. 엄마라는 산은 그렇게 대를 이어 깊어지고, 나는 이제 그 산의 능선 어딘가에서 나의 엄마와 나의 아이를 동시에 품에 안습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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