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한 부재의 파도

by 산속


오랜 세월 나의 전부였던 그 사람,
나는 그대의 푸른빛에 기대어
이 생의 물결을 건너왔습니다.
그 누구보다 깊이 의지하며 지냈던 나날들.
나를 이해하고 챙겨주던 그 모습은
언제나 내 마음 가장 깊은 곳에
파랗게 자리 잡은 바다색이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으로부터
잔인한 시험이 들이닥칠 때,
나는 그 바다보다 더 큰,
말없이 곁을 지켜줄 어른을 찾았습니다.
거친 바람 앞에서도 흔들림 없이
묵묵히 버팀목이 되어주는
굳건한 존재의 부재(不在).
현실에서 그런 그림자는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내 안의 푸른 바다는 홀로 요동쳤습니다.
가장 간절한 순간에 만난
이 쓰라린 고독이야말로,
이제 스스로 나의 묵묵한 버팀목이 되어
홀로 파도치는 나의 바다를 품으라는
서글프고도 깊은 명령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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